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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테마가 있어 실한 강원도 여행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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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넘쳐난다. 가만히 방 안에 앉아만 있어도 다양한 ‘재미’가 친절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직접 찾아다니면서 눈으로 보고 만져도 보면서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배우는 일은 분명 웹서핑보다 값진 일이라는 사실이다. ‘마니아 정신’과 ‘장인 정신’의 절묘한 화합이 이뤄낸 박물관이나 기념관에는 추억과 더불어 교육적 효과도 거둘 수 있는 값진 체험거리들이 있다. 지금부터 그 값진 보물을 찾아 강원도로 떠나 보자.   


 춘천 - 철길 따라 ‘김유정 문학’을 찾아 떠나다

 “내 고향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 읍에서 한 이십 리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가면 내닫는 조그만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 같다 하여 실레라 부른다.”(김유정 수필집 <오월의 산골짜기> 중에서)

청량리에서 경춘선 열차에 올라 1시간40여 분을 달리면 강촌과 남춘천 사이에 위치한 ‘김유정 역’에 도착한다. ‘김유정 역’은 〈동백꽃〉과 〈봄봄〉의 소설가 김유정(1908~1937)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역 이름이다. 러시아에는 톨스토이 역이 있고 미국에는 존 에프 케네디 공항이 있지만, 한국 철도사에서 사람 이름을 딴 역은 ‘김유정 역’이 최초다. 역 이름이 이렇게 바뀐 이유는 역에서 내려 바로 나오는 실레마을이 바로 김유정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십분 정도 주변의 아기자기하고 푸르른 여름 정취를 느끼며 천천히 걸어가면 김유정의 생가를 복원한 ‘김유정 문학촌’에 닿는다. 

〈봄봄〉의 실제 모델인 김봉필의 집,〈동백꽃〉의 주무대인 금병산 기슭, 〈산골 나그네〉의 주막과 물레방아 터, 〈만무방〉의 노름 터 등이 모두 실레마을 이곳저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처럼 김유정이 태어난 강원도 실레마을은 마을 전체가 김유정 문학의 무대이다. 마을의 이곳저곳은 김유정이 살았던 시대, <동백꽃>의 ‘점순이’가 무대 속에서 닭싸움을 시키고 <봄봄>의 ‘나’가 장인 ‘봉필영감’에게 말대꾸를 하다 호되게 혼이 나던 ‘김유정 문학’의 바로 그 시대를 생생하게 복원해 놓았다.

저 쪽 창고에서나 장독대 뒤 어딘가에서 점순이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입을 삐죽거리며 장난질을 걸어 올 것만 같다. 문학촌 어딘가를 거닐며 문학적 영감을 얻고 있을 스물 아홉의 김유정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현실과 소설을 넘나드는 ‘기분 좋은 혼동’은 이곳에서의 운치를 더해 준다. 이 공간은 김유정 문학촌을 찾는 많은 사람들 모두에게, 더군다나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더욱 더 특별한 곳이다.

연희전문을 끝까지 다니지 못했지만 지식인이었고 부농의 아들이었음에도, 김유정은 그의 문학에 상류층의 언어를 쓰지 않았다. 그의 언어에서는 흙냄새가 난다. 그의 소설에 나오는 욕은 감정을 자극하는 욕이 아닌 절로 웃음이 피식 나게 만드는 친근한 언어이다. 뿐만 아니라 향토색 짙은 고향 실레마을의 정경을 배경으로 한 그의 작품은 해학적이면서도 따스한 시선들로 넘쳐난다.

김유정의 생가는 조카의 증언에 따라 복원됐다는데 생가의 안마당은 북부지방의 가옥처럼 ㅁ자다. 생가의 바깥쪽 마루에 걸터앉으면 눈앞에 소설의 무대가 됐던 금병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봄이면 노란 동백꽃이 만발하는 이 산에는 봄봄길, 동백꽃길, 만무방길, 금 따는 콩밭 길 등 소설의 제목에서 따온 등산로가 있어 산을 오르며 김유정과 그의 문학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info

청량리에서 경춘선을 타고 김유정 역에 하차한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46번 경춘가도로 가평을 지나 의암터널을 통과한 후, 46번 양구 방향으로 계속 가면 바로 ‘김유정 문학촌’ 안내판이 보인다. 46번을 벗어나 문학촌으로 빠진 뒤 김유정로에서 좌회전하면 된다. 국경일 다음날과 매주 월요일은 휴관하며 관람료는 무료다. 033-261-4650/ www.kimyoujeong.org


 
원주 - 묵향, 종이향 가득한 고판화의 세계로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 치악산 매봉자락. 덜컹거리는 차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려가면 고즈넉한 계단길이 나타난다. 계단을 오르면 산자락에 명주사와 8각의 법당, 고판화 박물관이 나온다. 고판화 박물관은 명주사의 주지인 선학 스님이 96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집한 판화 2,5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는 곳으로 한·중·일은 물론 티벳과 몽골, 네팔의 우수한 판각문화를 망라한 박물관이다.

커다란 백구와 영국산 사냥개의 우렁찬 환영을 받고 들어간 박물관의 내부는 겉에서 보기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일단 법당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티벳과 인도를 두루 여행하고 그들의 불교문화를 보면서 선학 스님은 우리나라에도 ‘범접하기 힘든’ 사찰이 아니라 누구든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 쉼터로서의 사찰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법당을 만들었다고 한다. 동국대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한 스님이 법당을 손수 제작하고 본존불까지도 스님 자신의 모습과 닮게 표현해서 조각했다.

그 정도로 명주사와 고판화 박물관은 선학 스님의 정성과 철학이 온전히 들어갔다. 법당에 들어갈 때는 부처를 존경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어떤 허례허식도 필요치 않다. 그 법당 옆에 네모 반듯한 고판화 박물관이 있다. 판화는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티벳, 몽고 등 동북아 국가들에게 소중한 민중문화유산으로 상징되는 미술 분야다. 나무를 다듬고 칼로 정교한 형상을 새겨 먹으로 종이에 찍어낸 판화는 팔만대장경을 비롯한 다양한 서책으로 우리 생활 속에서 널리 활용됐다. 기계문명의 도움을 받지 않고 정성스럽게 한자 한자 새겨 만든 판화의 판과 조심스럽게 한장 한장 찍어낸 책자들은 묵향과 오래된 종이향이 한데 어우러져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시공간을 초월한 판화작품들, 게다가 판화와 역사 지식에 해박한 스님의 설명을 재미있게 들으면서 작품을 하나하나 보다 보면 판화의 세계에 빠져 드는 것은 시간 문제다. 아름다운 산 속에서 판화의 원리와 세계사까지 두루 배우면서 풍성해지는 지식까지 골고루 얻어갈 수 있는 특별한 박물관이다.

60여 평 공간에는 각 나라별로 다양한 내용의 원판과 판화를 전시해 놓았다. 한지를 겹겹이 붙여 쪽물을 들인 후 책의 표지로 사용한 능화판, 매, 호랑이 등을 새긴 호신용 부적판화도 눈에 띈다. 중국의 오대산 전경과 법회 장면을 거대한 판으로 담은 목판각 ‘오대산성경전도’는 학계에서도 진귀함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18세기 유럽에 전파되어 프랑스 인상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일본 명치시대의 채색판화(우끼유에)까지 스님의 세세한 설명과 함께 살펴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무엇보다 직접 판각, 인출작업을 체험해 볼 수 있게 마련해 놓았는데 ‘행운’, ‘건강’, ‘부귀’, ‘출세’ 등을 상징하는 다양한 판화를 직접 찍어 보며 방문객들은 근미래의 작은 소망도 빌어 보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판화를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기회도 함께 갖는다.  

info

원주에서 안동 방향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신림 IC에서 나와 주천 방향 신림터널을 지나면 좌측으로 고판화 박물관 입간판이 서 있다. 매주 월요일 휴관하며, 어른 2,000원, 어린이 1,5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033-761-7885/ www.gopanhwa.or.kr


영월 - 보물찾기 하듯 찾아보는 영월의 박물관들

비운의 왕 단종과 동강으로 유명한 강원도 산골마을 영월은 박물관 마을로도 명성이 높다. 지난 99년 책 박물관을 시작으로 곤충박물관, 단종 역사관, 김삿갓 문학관, 국제현대미술관, 묵산 미술관 등이 문을 열었다. 주로 폐교를 활용한 이들 박물관은 소규모지만 색다른 주제와 올곧게 하나만 꾸준히 추구하는 설립자의 마니아적 특성을 잘 살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영월 책 박물관
99년 4월 서울에서 고서점을 운영하던 박대헌씨가 강원도 산골의 한 폐교를 개조해 만든 영월 책 박물관(033-372-1713/ www.bookmuseum.co.kr)은 책 문화에 관한 자료를 전시하여 책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소중함을 일깨워 학생뿐 아니라 책에 관심이 많은 여러 사람들에게 산교육을 제공하고자 설립됐다.
3만여 점의 희귀본들이 소장돼 있는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교과서 그림 속의 주인공인 철수와 영이를 만나 볼 수 있는 김태형의 ´철수와 영이´ 기획전. 또 그와 더불어 1952년부터 40년 동안 한 평범한 남자의 꿈과 현실, 희망과 좌절을 그대로 담은 송광용의 만화일기 <옛날은 우습구나> 기획전이 있다. 유명 인사들의 이름과 개성을 잘 살린 세상에 하나뿐인 책 도장도 소개하고 있다. 안성기, 양희은, 신경숙, 박완서 등의 책 도장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연중무휴로 개관하며 입장료는 1,000~2,000원.

▶곤충 박물관
책 박물관에서 북면 문곡리로 가면 만나는 곤충 박물관(033-374-5888/ www.insectarium.co.kr)은 2002년 5월 이대암 전 세경대 건축과 교수가 폐교인 문포 초등학교를 이용해 개관했다. 이관장이 30여 년 동안 채집한 곤충 1만여 종 중 3만여 점을 5개의 전시실에 분산, 전시하고 있다. 작은 곤충들은 얼핏 보면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날개 무늬부터 빛깔까지 천차만별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날개에 유리창 같은 투명한 막이 있어 ‘유리창나비’, 소박한 모양의 ‘시골처녀나비’와 세련된 날개를 뽐내는 ‘도시처녀나비’, 숲에서 한번 날면 정신없이 떼를 지어 팔락거린다고 해서 ‘유리창 떠들썩 팔랑나비’ 등.

이관장은 “나비 무늬에서 인간이 따라할 수 없는 완벽한 디자인을 볼 수 있어요. 4억 년 동안 내려오면서 자연환경에 맞춰 스스로 자신을 개발해 온 곤충의 세계는 무궁무진한 사연과 색깔과 무늬를 갖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환경오염 등으로 점차 사라져 가는 곤충 세계의 숨은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열고 입장료는 어린이 1,000원, 청소년 1,500원, 어른 2,000원이다.

▶김삿갓 문화 예술 마을
거칠 것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방랑하며 해학과 풍자가 담긴 시로 하층민의 애환과 속내를 잘 표현했던 방랑시인 김삿갓. 그의 삶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김삿갓 문학관이 영월읍에서 30분 거리인 하동면 와석리 김삿갓 계곡에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김삿갓이 왜 삿갓을 쓰고 방랑을 해야 했나에 관한 궁금증을 사료를 통해 짚어 보는 곳이다. 그가 평생 동안 지은 시조가 누구나가 이해하기 쉽게 번역돼 있고, 김삿갓이 즐겨 입던 복식뿐 아니라 어릴 때 영월에서 살던 집도 재현됐다. ‘김삿갓 계곡’이라고 이름 붙여진 주변 계곡의 빼어난 풍광도 볼거리다.

또한 김삿갓 계곡에 위치한 조선 민화 박물관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연과 어우러져 더욱 매력적인 박물관이다. 이곳에는 화조영모도, 산수도, 작호도, 어해도 등 오석환관장이 지난 10여 년간 미국과 일본 그리고 국내 소장가들로부터 구입한 200여 점의 민화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10시에서 오후6시까지 
김삿갓 문화 예술 마을(033-374-1660/ www.kimsagat.or.kr
입장료는 초등학생 1,000원, 중고생 1,500원, 일반과 대학생은 2,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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