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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유석 - Hello! Mr. Jukebox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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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이 배우, 동전을 넣고 곡을 지정하면 저절로 원하는 음악이 나오는 주크박스(Jukebox) 같다.
그토록이나 다양한 역할을 호연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유석이라는 배우가
선입견이나 고착된 이미지에 휘둘리지 않는 까닭은 극중 역할의 이미지를 뛰어넘는
‘연기 잘 하는 배우’라는 대중의 인정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글  신중숙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오진민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 김기덕 감독의 <섬>, <가능한 변화들>, <모두들 괜찮아요?> 등의 영화와 <토지>의 김환, <왕의 여자>의 임해군, <굳세어라 금순아>의 장남 시완, <내 사랑 못난이>의 호태 등…. 유수의 드라마를 통해 ‘마니아’ 정도는 아니더라도 친근하고 수더분한 연기를 선사하는 김유석이라는 배우에 대한 ‘막연한 호감’과 ‘조용한 지지’를 보내며 팬임을 자처하던 기자가 김유석을 대면한 건 다소 의외의 공간인 네팔 공항에서였다. 당시 한창 <내 사랑 못난이>의 호태 역할을 통해 인기몰이 중인 그를 가장 먼저 알아보고 열광적으로 달려갔던 것은 ‘아줌마 부대’. 뒤늦게야 그를 알아본 이유를 굳이 들자면 평범할 줄 알았던 그의 모습이 의외로 비범했기 때문이랄까. 심약한 ‘엘리트’, 착하고 자상한 ‘가장’,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라는 드라마 속 이미지로 실제의 모습까지도 섣불리 판단했던 기자의 예상은 182cm의 훤칠한 키에 편안한 등산복을 입고 산악인들 사이에 끼어 있어도 빛나던 그의 카리스마를 맞닥뜨린 순간 산산조각이 나 버린 것이다.

‘나쁜남자’로 변신, 기대해 주세요

네팔 여행길에서 돌아와 그를 다시 만난 곳은 드라마 <소금인형>의 첫 세트 촬영 현장. 탤런트 황수정의 재기작이자 파격적인 소재를 채택해 방영 전부터 숱한 화제를 몰고 다니던 이 작품에서 그는 극중 소영(황수정)의 평화로운 결혼생활을 깨뜨리는 나쁜 남자 지석으로 분해, 또 한번의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심상치 않게 세워 올린 머리 스타일과 터프한 느낌의 가죽 의상에서부터 ‘악역의 포스’가 물씬 풍겼다. 

“성질 드러운 놈이에요. 세상을 바르게 보지 않고 뒤틀려 있어요. 그런 놈이 사랑을 하니까 집착을 많이 하네요. 황수정씨, 김영호씨 부부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는 이상한 놈이에요.” 

차분히 지석이라는 역할을 설명하면서도 “인터뷰 도중에 ‘욱’하는 경우가 있으면 제가 아니라 극중 역할에 몰입된 거라고 생각해 주세요”라는 농담을 던지며 새로운 역할에 대한 열의를 표한다. 그 많은 작품들, 다양한 역할들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캐릭터에요. 배우의 의무감이자 욕심은 캐릭터의 변화에요. 이번에는 다른 역할에 도전해 보고 싶은. 늘 새로운 곳을 가고 싶어 하는 면에서 여행과 같지 않을까요? 자연스럽게 여행 얘기를 하게 되죠?” 

ⓒ트래비

네팔, 히말라야, ‘아~진작 올 걸!’

처음 그와의 인연이 네팔 여행길에서 이뤄진 만큼 네팔 여행 이야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어요. 네팔이라는 나라가 그런 것 같아요. 가기 전에는 막연히 두렵고 신비하기만 한데, 일단 여행 중이던 당시도 그랬지만 갔다 와서 그때를 회상하니 너무 편안한 곳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반적으로 ‘오지’라고 여겨지는 네팔이라는 나라에 대해 그는 어떤 편안함을 느꼈던 걸까. 한국 산에 비해 규모만은 웅장하지만 깊은 계곡을 지나 만나는 커다란 산, 또 그 큰 산을 지나면 등장하는 엄마 같은 산을 만나,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나. 웅장한 자연은 물론이고 네팔 사람들도 그의 큰 감명에 한몫 했다. 

“이번 네팔 여행의 컨셉을 ‘얼굴’이라고 정했어요. 공항을 빠져나와 매연과 크락션 소리로 가득한 카트만두에서 만난 사람들, 우리의 등반길을 도와주며 값진 땀을 통해 감동을 줬던 셸파들, 도시에서, 그리고 산을 오르며 만났던 아이들의 얼굴….” 

원래 여행을 가면 사진을 찍느라 다른 걸 못한다는 생각에 마음속으로만 여행의 추억을 간직하고 불현듯 회상하는 그이지만 ‘네팔’ 여행길에는 꼭 사진을 찍고 싶어서 출국하는 길 인천 공항에서 급하게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했다. 그리고는 여행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사진으로 찍었다. 

“내가 마주하는 산은 그대로 있는데 고도가 조금씩 높아질수록 숨은 턱까지 오르고 고산증세까지 나타났어요. 그런데 그 힘든 여정에서 올라온 길을 되돌아보면 그 길이 너무 하찮고 별거 아닌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죠. 마치 인생 같잖아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4일 동안 올라가고 이틀을 내려왔다. 히말라야에서 안나푸르나를 봤다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베이스캠프를 밟고 선 그 순간 ‘아~진작 올 걸!’ 하며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이 멋진 산을 이제야 올랐다는 뒤늦은 후회가 느껴졌다고 한다. 산을 오른다는 게 뭐가 그렇게 좋은 걸까?

“저처럼 미천한 것이 어찌 산을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그냥 단지 산이 좋아요. 산에 오르면 아무 생각하지 않을 수 있어서.”

존경하는 친구, 한완용 대장

이번 네팔 여행의 여러 동반자 중 한 사람은 8,000m급의 히말라야의 거봉 14좌를 등반한 한완용 대장이다. 김운경 작가, 홍창진 신부, 탤런트 손현주 그리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월산’이라는 산악회의 대장을 맡았을 때 한대장을 알게 됐고 드라마 <인생이여 고마워요>에서 인수봉 암벽등반을 하는 첫 장면의 ‘산 코디네이터’를 한대장이 도와주며 친분이 깊어졌다. 

“한대장은 개인적으로 친구지만 존경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에요. 한국에서는 그냥 평범한 시골 아저씨인데 히말라야에 도착한 순간 눈이 ‘반짝반짝’ ‘초롱초롱’해지는 거에요. 상황 판단과 대원들을 장악하는 능력에 깜짝 놀랐어요. 그 사람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왜 가겠어요. 다른 멤버들을 위해서, 가이드 해주기 위해서 간 거죠.”  

다음 여행지를 염두해 두고 있거나 다음에 등반하고 싶은 산이 뚜렷한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 한완용 대장과 함께 카트만두를 중심으로 네팔을 자전거 트레킹 하는 것, 그리고 한대장이 올랐던 히말라야 14좌의 베이스캠프 정도까지 오르는 게 계획이란다. 산에 일가견이 있는 그에게 가족여행으로 좋은 산을 물었다. 

“가까운 산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또 어느 산을 가느냐보다는 누구랑 가는가가 더 중요해요. 저는 아들 녀석을 데리고 가끔 산을 오르는데 아이들의 인내심이나 지구력을 키워내는 데는 북한산 7봉이 가장 추천할 만하죠. 얼마 전 같이 오대산을 오르는데 잘 타더라고요. 나중에는 설악산, 지리산, 좀더 크면 안나푸르나도 데려가고 싶어요.”

동전을 넣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아름다운 선율을 뽑아내는 주크박스처럼 그에게 어떤 상황, 어떤 배역이 주어져도 너무도 천연덕 스럽게, 마치 정말로 원래‘그런사람’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연기해낸다.  대중이 그를 신뢰하는 이유는 그가 기본부터 탄탄한 배우이기 때문이다. 김유석이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후 러시아 쉐프킨 국립연극대학에서 연기를 공부한  ‘국제 공인 연기자 자격증’이 있는 학구파 배우임은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어디 그것뿐인가. 바쁜 일정 속에서도 강행군을 즐거운 마음으로 소화할 수 있는 바탕도 꾸준한 등산과 운동으로 다져진 튼튼한 기초 체력이 큰 몫을 하고 있다. 그가 속해 있는 조직은 언제나 끈끈한 동료애로 화기애애하다. ‘인기’라는 변화무쌍하고 불규칙한 그래프에 요동하지 않고 사람을 진심으로 유쾌하게 대하는 그 모습에서 그가 산을 좋아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주변 풍경, 그리고 계절과 어울려 큰 존재가 되는 산. 김유석은 산을 꼭 닮은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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