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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청도 - 사계절 풍요로워 아름다운 땅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2.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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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청도에 간다' 하면 사람들이 나타내는 반응은 대개 세 가지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응은 칭다오? 한국에 방점을 찍은 후에는 소싸움과 운문사의 순위를 겨루기가 힘들다. 하.지.만. 청도를 안다는 이들이 말하는 청도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누구는 감을, 또 누구는 미나리와 복숭아를 말하고 그 밖에 누구는 새마을 운동의 발상지로도 의미를 둔다. 일일이 손꼽기에 버거운 네버 엔딩 버라이어티 청도. 작은 시골 청도가 품은 다양한 모습을 엿봤다.

먹고 마시고 입는 '청도 반시'


ⓒ트래비

1. 씨 없는 감, 청도 반시로 감말랭이 만들기
2,3. 한 입에 쓰윽 넣어 먹는 감말랭이

산으로 둘러싸여 논 농사나 밭 농사를 짓기에 적합하지 않은 청도 땅에는 예로부터 감나무가 많았다. 산에는 물론 집집마다 감나무 한두 그루는 기본이었다. 지금도 경북 감 생산량의 반 이상, 전국 감 생산량의 18.3%를 청도에서 책임지고 있을 정도. 오죽하면 청도군의 나무도 감나무다. 사정이 이러하니 감을 빼놓고는 청도를 말하기가 힘들다. 

청도 감은 가까운 진영이나 창녕의 단감과는 모양에서부터 다르다. 동글동글 납작하게 생긴 게 접시와 꼭 닮았다. 청도 사람들은 이 감에 접시 반(盤)자를 붙여 반시(盤枾)라 부른다. 고유한 이름도 이름이지만 청도에서 나는 감에는 씨가 없다. 씨방에서 열매가 맺는다는 얄팍한 지식을 꺼내 물어도 소용없다. 돌아오는 대답은 한 가지. 청도 감에는 씨가 없다. 

감이나 홍시로 먹기에는 편하지만 씨 없는 감은 골칫거리기도 했다. 곶감으로 말리면 모양이 일그러져 가치가 떨어져서다. 타개책으로 청도에서는 감을 네 조각으로 나눠 말려 곶감이 아닌 감말랭이로 상품을 내놨다. 전화위복. 완전히 말리지 않은 감말랭이는 젤리처럼 말랑말랑한데다가 한입 크기로 딱이라 지금은 곶감보다 비싼 가격으로 팔린다. 길거리에 '감말랭이 팝니다'라고 플래카드를 걸어 놓은 일반 농가 외에는 산서농협(054-372-6661~2)에서 감말랭이를 만든다. 

감 와인도 청도에서만 볼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이다. 식혜 사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어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던 하상오 대표는 6년간의 노력 끝에 2003년도에 세계 최초의 감 와인인 감그린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감그린을 생산하는 청도와인(054-371-1100, 1135, www.gamwine.com)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건 화이트 와인. 감의 특성을 감안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떫은 맛이 강한 감 와인은 육류와 어울리는 레드 와인의 장점까지 아우를 수 있었다. 노하우가 쌓인 지금은 감으로 로제, 아이스 와인까지 만들어낸다. 


ⓒ트래비

1. 이색적인 분위기의 와인터널
2. 감물로 염색한 천
3. 감물 들인 천은 지금 변신 중


감그린 와인은 유럽의 와인 저장고를 연상케 하는 터널에서 완성된다. 대한제국 말기인 1898년에 완공된 청도군 화양읍 구 남성현 터널은 감그린 와인의 숙성고. 일제 당시, 경부선 기차가 지나던 폐 터널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1km에 달하는 터널 내부는 일년 내내 13~15도의 온도를 유지해 따로 냉난방이 필요 없다. 터널의 일부는 카페로 개방해 이색적인 분위기에서 감 와인을 즐길 수도 있다. 와인 터널의 카페에서 파는 화이트 와인은 1만4,000원. 감말랭이가 안주로 나온다. 시중 판매가는 1만4,700원이다. 

청도 감은 먹거리에 그치지 않는다. 화양읍에 자리한 꼭두서니(054-371-6135)에서는 옷과 침구, 가방 등에 스며든 감을 만나게 된다. 꼭두서니는 청도 감으로 천연 염색을 하는 공방. "청도에 감이 많으니 감물 염색을 해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은 11년 전, 건축가로 활동하던 김종백 대표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그는 당시 "감물 염색한 두 벌의 옷을 들고 군수를 찾았지만 옷을 입어 주지도 않았다"며 힘든 세월을 회고했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청도군의 지원을 받아 전시장의 문을 연 것은 물론 그가 개발한 천연 염색 기법을 배워 감물 염색을 하는 공방만 수십 곳에 이른다. 3~4회 염색을 거듭해 고운 빛깔을 내는 이곳의 제품은 비싸지만 찾는 이들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감물 염색 체험도 가능하다. 50cm의 천을 물들이는 어린이는 5,000원, 120cm의 천을 물들이는 어른은 1만원이다.

정갈하고 고고한 기운 충만한 '운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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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주관
2. 고고하면서도 정갈한 기운이 흐르는 운문사 경내
3. 운문사로 들어서는 길목. 무척 운치있다.

절집의 소리는 특별하다. 중생을 깨우치고 사물을 눈뜨게 한다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절집의 소리는 특별하다. 가만히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마음이 움직인다. 부석사의 은은한 타종 소리나 법주사의 힘찬 북소리는 그래서인지 늘 그립다. 운문사도 마찬가지다. 청도 하면 많은 이들이 운문사를 떠올리는 것도 그곳에 소리가 있어서일 거다.
운문사(054-372-8800, www.unmunsa.or.kr)는 1440여 년간 한국 불교의 전통을 이어온 사찰이다. 1958년 비구니 전문 강원이 개설된 이래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 1987년에는 승가대학으로 명칭을 바꿨다. 260여 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수학하는 지금은 국내 승가대학 가운데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 절집 입구에 자리한 운문효종에서는 승가대학에서 수학하는 비구니 스님들이 모두 모여 새벽 예불을 진행한다. 부드러움이 한껏 묻어나는 운문사의 새벽 예불을 보기 위해 새벽 3시에도 많은 이들이 운문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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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운문사 처진 소나무
2. 스님들이 먹는 버섯자장
3. 조선시대 중앙 관리들의 숙소였던 도주관
4. 석빙고 아래를 거닐다
5. 운곡정사
 

한낮의 운문사에도 정갈하고 고고한 기운이 넘쳐난다.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펼쳐지는 정갈한 솔숲과 대웅보전을 가득 메운 염불 소리, 절 마당을 가로지르는 비구니 스님들의 발걸음이 그렇다. 심지어는 비구니 스님들의 사진을 넣은 자동판매기도 정갈하고 고고하다. 

오랜 역사만큼 운문사에는 보물이 가득하다. 석탑이고 석등이고 모두 보물이다. 종루를 지나면 바로 보이는 커다란 소나무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보물이다. 이름하여 운문사 처진 소나무. 일반 소나무와는 달리 가지가 하늘로 쭉쭉 뻗지 않고 아래로 처졌다. 넓게 퍼진 가지의 모양도 특이하다. 약 500년의 나이를 먹었지만 매년 봄에 12말의 막걸리를 마시고 힘을 낸다고 한다. 

막걸리는 마시는 소나무보다 재미있는 건 스님들도 자장면을 먹는다는 사실이다. '스님도 사람인데' 하겠지만 기름진 자장면과 스님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 맞다. 스님들이 먹는 자장면은 뭔가 다르다. 일명 버섯자장. 동곡리 용천휴게소에 자리한 버섯자장(054-373-1569)에서는 돼지기름을 전혀 쓰지 않고 다섯 가지 버섯과 야채, 춘장만을 사용해 자장면을 만든다. 면은 녹차를 넣어 뽑아내 연둣빛이 감돈다. 버섯자장이 탄생한 건 벌써 16년 전의 일이다. 스님들에게 자장면을 공양하기 위해 만든 버섯자장이 이 집의 대표 메뉴가 된 것. 이유야 어찌됐건 요즘 유행하는 웰빙을 16년 전부터 몸소 실천한 셈이 됐다. 맛은? 자장면에 기름을 쏙 뺐다고 상상하면 된다. 버섯과 야채가 생생하게 살아 있어 씹는 맛도 일품이다. 

운문사 외에 운문댐 주변에 자리한 운곡정사나 청도읍과 가까운 화양읍의 석빙고도 가볼 만하다. 특별한 지식 없이 찾아도 풍경 자체가 아름다운 곳들이다. 조선 숙종 당시, 화강암을 쌓아 아치형으로 만든 석빙고는 맑은 날에 무지개를 펼쳐놓은 듯하다. 석빙고 주변에는 조선시대 중앙 관리들의 숙소로 사용했던 도주관과 임진왜란을 대비한 석성인 청도읍성 등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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