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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부탐험 3 아키타 Festival 투어 ① 나현이네 가족의 “I love Akita!”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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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북부탐험 세 번째 여행은 아오모리와 이와테를 이웃하고 있는 아키타 지역으로 떠난다. 아름다운 자연과 신나는 축제, 유명 온천들이 즐비한 숨은 보석 같은 곳 아키타. 이번 아키타 ‘마쯔리(Festival) 투어’의 주인공인 나현이네 가족이 2박3일간 아키타를 두루 맛보고 돌아왔다.

가족들을 꼼꼼히 챙겨 주는 엄마와 한없이 다정한 아빠, 올해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나현이, 종현이 이렇게 행복한 가족을 꾸리고 있는 네 식구. 아키타 모니터 투어에 엄마가 용기 있게(?) 신청한 결과온 가족이 처음으로 함께 해외여행을 나서게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 나현이네 가족의 아키타에서의 특별한 추억 만들기. 

글  정은주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우경선
취재협조  북도호쿠3현·홋카이도 서울사무소 02-771-6191/
www.beautifuljapan.or.kr

*실제 여행은 2월24~26일까지 진행되었다.


Hello, 아키타! 만나서 반가워~

인천공항에서 나현이네 가족과 첫 만남을 가진 기자 일행. 사전 만남을 가졌던 엄마, 아빠와는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나현이, 종현이는 아직 낯설은 탓인지 서먹서먹하기만 하다. 친해질 요량으로 비행기를 처음 타 본다는 종현이에게 “비행기 좌석 창가쪽으로 부탁해야겠네?”하고 물으니 금세 얼굴이 환해지며 “네! 창가쪽에 앉고 싶어요!” 하고 우렁차게 답한다. 요놈, 볼까지 발갛게 상기되는 게 첫 해외여행이 꽤나 설레이긴 한가 보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오전 10시 아키타행 비행기는 꽉 찬 만석이다. 맨 끝 좌석에 앉았던 나현이네 가족은 결국 맨 꼴찌로 아키타 공항 입국 심사대를 빠져나오긴 했지만, 그러면 어떠한가. 벼르고 벼르던 첫 해외 가족여행을 막 시작한 참인데 말이다.

“성모 마리아님, 아키타 여행 잘 부탁드려요~”

아키타현의 명소로 꼽히는 성체봉사회는 1961년 한 수녀의 작은 공동체부터 시작해 1970년 니이가타교구 이토 쇼우지로우 주교에 의해 정식 설립된 가톨릭 여자 봉헌 생활자들의 모임이다. 이 작은 수녀원은 ‘눈물 흘리는 마리아상’으로 유명한데, 약 6년간 무려 101회 차례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많은 한국인 순례자들이 다녀가는 탓인지 수녀님은 따뜻한 미소로 나현이네 가족을 반겨 맞는다. 나현이네 가족은 조심스레 발걸음을 떼며 마리아상 앞으로 다가선다. “어디, 어디? 눈물 흘린 자국이 어디 있는데?” 호기심 많은 종현이 마리아상 앞으로 바짝 다가서며 이리저리 둘러보다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눈물을 흘린 지 25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난 탓일까. 1975년부터 1981년까지 101회에 걸쳐 눈물을 흘렸다는 성모 마리상은 지금은 눈물을 거둔 채 조용히 침묵만을 지킬 뿐이다. 

ⓒ트래비
기독교 신자인 나현이 가족은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두 손을 모은 채 잠시 묵상과 기도를 올린다. 성모 마리아님, 모두 모두 즐겁고 행복한 추억들만 가져 갈 수 있게 해주세요~.

수녀님의 배려로 예배실까지 둘러보게 된 나현이네. 미닫이 문을 열고 살짝 들어선 엄마가 나지막히 탄성을 내지른다. 다다미가 깔린 작고 아담한 예배실이 더없이 아름답다. 이런 예배실에서 혼자 조용히 기도를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 축복처럼 느껴질 법한, 아키타가 자랑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성체봉사회는 주로 단체 순례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개별적인 방문도 가능하다. 단 신자들의 수도를 위한 공간인 만큼 큰소리를 내거나 허락없이 수녀원 내 이곳저곳을 다니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성당 예배실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며 신자들이 기도를 드리거나 예배를 드릴 때에는 절대 침묵해야 한다. 수녀원 내에는 간단한 한국어 안내판과 팜플릿이 비치되어 있다. 특이하게도 이곳 성당은 외관부터 내부까지 모두 일본식으로 지어져 딱딱할 것만 같은 수녀원 분위기를 한층 아늑하게 품어준다. 아키타 공항에서 아키타 JR역까지 리무진 버스를 타고 간 후, 이곳에서 버스나 택시를 타고 20분 정도 더 가면 된다.


한참 버스를 달려가던 중 차창 밖 풍경이 달라진 것을 제일 먼저 종현이 눈치챈다. “여기 꼭 옛날 시대로 되돌아온 거 같아” 왠지 모르게 적막감이 감도는 마을, 아름드리 고목들이 우거진 거리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검은 담장들이 낮게 드리워진 깊숙한 곳에는 저마다 하나씩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을 법한 목조 저택들이 침묵 속에 자리해 있다. 맞다. 에도 시대에 조성되었다는 그 유명한 무사들의 거리 ‘가쿠노다테 마치(거리)’에 들어선 것이다. 어디선가 금세라도 사무라이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사무라이 마을에 나현이네 가족이 떴다!

나무껍질이 공예품으로
  가바 세공 전승관 

ⓒ트래비

가쿠노다테를 대표하는 특산 공예품인 가바 세공. 산벚나무 껍질을 얇게 떠낸 후 몇 겹씩 겹쳐 만드는 가바 세공은 일본에서도 유일하게 이곳에만 전해져 내려오는 기술로 원래 무사들이 부업으로 만들던 것이다. 무사들 중에서도 경제적 사정이 넉넉지 못했던 이들이 지금 말로 하면 ‘아르바이트’를 한 셈이다. 물론 지금은 정부 지정 전통 공예품으로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장인이 가바 세공품을 만드는 모습을 보던 두 남매는 “나무 껍질을 가지고 이런 멋진 작품들을 만들어내다니, 너무 놀라워요!”라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입을 다물지 못하는 건 엄마, 아빠도 마찬가지. 단순히 문지르는 작업만으로 그 뻣뻣한 나무 껍질을 윤기가 감도는 광택 나는 재료로 변신시키다니. 장인의 노고와 끈기에 갈채를 보낼  뿐이다. 그것도 모두 100% 수공예품이니 그 가치는 곱절로 올라간다. 그래서인지 가바 세공품들은 모두 가격이 만만치 않다. 찻통이라도 하나 사고 싶었으나 가격을 보더니 “작은 것도 값이 싸진 않네요” 라며 아쉬워하는 엄마. 반면 종현은 어느새 팽이 하나를 집어 들고는 함박 웃음을 터뜨린다. “헤헤~ 친구들한테 자랑해야지!”

가바세공 전승관에서는 가바 세공에 관한 자료들을 비롯해 예전 무사들이 입던 갑옷과 생활용품들, 오래된 히나 인형(종이인형)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전승관은 하절기(4~11월)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동절기(12~3월)는 오후 4시30분까지 문을 열며, 12월28일~1월4일은 휴관한다. 관람 요금은 어른 300엔, 어린이 150엔. 20명 단체인 경우 각각 200엔, 100엔이다. 0187-54-1700

 

가쿠노다테는 1620년 이 지역을 통치했던 아시나 요시카츠가 건립한 성을 중심으로 번성한 성곽 도시로 일본 에도 시대의 전통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당시 ‘히요케(방화지대)’라 불리던 광장을 경계로 사무라이 저택들과 마을 주민들의 주거지가 나뉘어져 있었으며, 무사들의 저택은 깊은 숲에 들어선 지리적인 이점 덕택에 38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저택 가운데는 일부를 박물관이나 찻집, 레스토랑으로 꾸며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예스럽고 고즈넉한 정취가 배어나는 가쿠노다테 마치는 저택들 외에도 여기저기 볼거리들이 많다. 특히 매년 4월 말이면 가쿠노다테와 인접한 히노키나이강 제방을 따라 약 2km에 걸쳐 화려한 왕벚나무 터널이 만들어지는데 국가에서 명승지로 지정할 만큼 환상적인 코스로 꼽힌다.

일본식 다식이란 이런 것  니시노미야 저택


ⓒ트래비


진짜 무사 저택에 들어선 나현이네 가족. 아름드리 거목들과 오랜 세월 견뎌 온 목조 저택이 조화를 이뤄내며 중후한 멋을 느끼게 한다. 옛 시절이라면 그 위세에 기가 눌릴 법도 하지만 종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호기심에 여기저기 살펴보느라 바쁘다.  

예전에는 천하를 호령하는 무사의 저택이었는지는 모르지만, 현재 니시노미야 저택은 찻집과 레스토랑, 전시실, 기념품점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다다미방에 자리를 잡고 앉은 나현이네, 일본식 녹차인 말차와 다식을 들며 담소를 나눈다. 헌데 종현이에게는 찻잎을 그대로 갈아 만든 말차가 입에 안 맞는 모양이다. “어휴, 너무 써. 나 이 떡만 먹을래.” 부담스럽기는 아빠도 마찬가지, “우리나라 녹차와는 맛이 다르네요. 녹즙처럼 진한 맛에 좀 텁텁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찻잎을 맑게 우려낸 우리네 녹차와는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도 곁들여 나온 다식만큼은 모두 거뜬히 해치운다. 팥소를 넣은 떡을 소금에 절인 벚꽃나무 잎으로 싼 맛이 독특하다. 달달한 팥소와 약간 짜고 시금털털한 나뭇잎 맛이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말차의 텁텁함을 덮어 준다.

니시노미야 저택은 약 150년 전에 지어진 것으로 현재 이 가문 사람은 살고 있지 않다. 저택 입장은 무료이며 찻집과 레스토랑, 전시실, 기념품점 등 다양한 관광거리들이 갖춰져 있다. 말차 세트는 1인당 500엔. 하절기(4~10월)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11~3월)는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연중 무휴. 

0187-52-2438/ www.hana.or.jp/~nishi 이 밖의 저택들 중에는 내부를 둘러보려면 관람료를 따로 내야하는 곳도 있다.

일본 장맛에 히나 인형까지  안도 양조원

ⓒ트래비

니시노미야 저택과 인접해 있는 안도 양조원은 이름 그대로 ‘간장 공장’이다. 그것도 아키타현에서 으뜸으로 쳐주는 ‘일등 양조원’이다. 간장은 물론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미소 된장 등 각종 장류를 맛볼 수 있다. 그렇다고 이곳에서 장맛만 보느냐, 물론 아니올시다. 안도 양조원이 장맛 말고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이곳에 전시된 유서 깊은 히나 인형들 때문. 

나현이네 가족을 전시실로 안내한 도시코 부사장은 “예로부터 일본인들은 히나 인형을 각별히 여기며 소중히 모셔 왔답니다. 특히 여기 오래된 히나 인형은 네 번의 화재 속에서도 극적으로 구해낸 무척 특별한 것이에요. 많이 낡아서 구별하기 쉽지는 않겠지만 히나 인형은 한국의 인형들과도 비슷한 점들이 많죠”라며 친절히 설명을 곁들여 준다. 조금 어려운 듯 나현과 종현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하지만 한국과 다른 이색적인 문화가 흥미로운 듯 진지한 표정이다. 

입장은 무료. 다양한 장류를 시음해 보고 구입도 할 수 있다. 0187-53-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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