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가족여행 올 가이드 ③ 형제/자매와 함께 “형제애도 나누고 즐거움도 나누고”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5.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생의 다양한 굴곡 속에서 늘 마음의 디딤돌이 되어 주는 ‘형제’는 나의 반쪽이자 또 다른 이름이다. 때론 친구처럼 때로는 부모처럼, 각박한 삶에 외롭지 말라며 부모님이 주신 선물 같은 존재. 가족의 달을 맞아 형제애를 더욱 돈독히 다질 수 있는 여행지들을 꼽아 봤다. 취향이 비슷한 자매들끼리 즐기는 방콕, 무뚝뚝한 형제들을 위한 도쿄, 다정한 남매끼리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국내여행지까지. 겸연쩍게 조금은 쑥스럽게, 휴대폰을 열어 그간 소홀했던 안부와 함께 여행계획을 잡아 볼 일이다.   

글·사진  Travie writer 박나리



산은 어색한 관계를 풀고, 돈독한 관계는 더욱 다져 주는 묘한 상생의 힘을 지녔다. 가급적이면 잘 알려진 산을 벗어나 멀리 떠나보도록 한다. 전라도 영암에 위치한 월출산은 그 비경의 아름다움을 시샘하듯 험준한 산세로 유명한 곳. 그렇다 보니 전문 등산객들을 제하고는 비교적 인파가 적어 한적한 기분을 낼 수 있다. 천천히 느린 걸음을 내딛으며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이어 갈 수 있어 남매끼리의 여행지로 좋다. 가파른 언덕에서는 서로 이끌어 주며 맑은 공기를 호흡하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올라 묵혀 둔 이야기꽃을 피우기 그만이다.

월출산의 산행은 천황사나 그 반대편인 도갑사에서 시작되는데,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높은 ‘구름다리’가 개통되어 짜릿한 즐거움을 더한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다리 위에서 사진도 찍고 추억도 만들어 본다. 

날씨가 좋아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요즘이라면 정상까지 종주해 보는 건 어떨까. 서울에서 광주행 새벽 기차를 타면 당일 산행도 가능하다. 아침 8시 즈음 산행을 시작하면 점심 무렵 산 중턱에 도달할 수 있다. 월출산이 초행이거나 평소 산행을 많이 하지 않는 이들이라면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도갑사-경포대’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도갑사에서 출발, 흐드러진 억새밭을 지나 구정봉에 올라 준비해 온 도시락을 도란도란 나누며 땀을 식힌다. 바람이 한없이 불어오는 바람재를 건너 경포대로 내려오는 5시간 가까운 산행 동안 침묵도 때론 대화의 한 방법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7.82km, 약 5시간 소요.



사실 5월의 바다만큼 행복한 여행지도 드물다. 여름 바다는 피서로 한바탕 진통을 앓는 데다 겨울 바다는 스산하기 그지없다. 제법 훈훈한 미풍 아래 살포시 두 발을 적시는 호기까지 부릴 수 있는 봄바다는 어떨까. 닭살 떠는 연인도, 정신 쏙 빼는 호객 행위도 없는 인적 드문 바닷가에서의 한때. 구룡포 해수욕장에서는 꿈꿔 봄직한 나들이다. 

포항에서 구룡포행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이곳에서는 바다가 들려주는 파도소리를 온전히 맛볼 수 있다. 그 흔한 러브호텔도, 연인들의 재잘거림도 찾기 힘들다. 인근에 자리한 민박집 중 한 곳에 터를 잡고 한적한 바닷가로 산책을 나간다. 인근 해수욕장에 비해 비교적 많은 인파가 몰리지 않아 해변을 거닐며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뒤로는 병풍처럼 둘러진 기암절벽이, 눈앞으로는 망망대해가 펼쳐지면 그동안 담아둔 속엣말들이 하나, 둘씩 흘러 나온다.  

인근 구룡포항에는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예쁜 등대가 푸른 동해와 어우러져 포구의 정취를 더해 준다. 해안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거슬러 오르면 우리나라 최동단에 위치한 해맞이 명소 ‘호미곶광장’이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다. 마을 고깃배들이 잡아 온 산지에서의 회 한 접시에 술잔을 기울일 참이면 모처럼만에 오누이의 이름을 부르며 그간 소홀함을 털어낼 따뜻한 추억이 완성된다.



서로 얼굴도, 말투도, 심지어는 취향까지 닮은 자매 사이에는 나이와 세월을 막론하고 ‘쇼핑 동지’라는 달콤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서로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만큼 완벽한 파트너를 찾기도 힘들다. 

모처럼 자매가 함께할 시간을 마련할 예정이라면 방콕은 어떨까.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이 거대 메트로폴리탄 시티는 여성 여행자의 연령대와 취향 등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여행지 중 하나다. 

20대 자매의 경우, 쇼핑과 관광을 주 목적으로 한다. 동양 최대의 백화점인 ‘씨암 파라곤’을 시작으로 ‘씨암 디스커버리 센터’ ‘엠포리엄’ ‘게이손 플라자’ 등 수많은 패션 아이템들이 입점된 대형몰에서 정신없는 한때를 보내 보자. 게다가 ‘짜뚜짝 주말시장’은 태국의 물류망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곳. 이것저것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고르고 서로에게 추천하다 보면 쇼핑 자체가 어느 자매에게는 잊지 못할 즐거움이요 추억이 된다.

30대 이상의 경우, 방콕의 테마는 조금 달라진다. 쇼핑의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스파나 마사지를 즐기는 일정을 늘리는 것이 좋다. 마사지로 유명한 태국답게 거리 곳곳에서 편의점보다도 더 많은 마사지숍들을 만날 수 있다. 서로 나란히 누워 지친 심신을 풀며 나긋한 대화를 주고받는 일 역시 자매가 아니고는 맛볼 수 없는 추억. 

이 밖에도 중국과 홍콩, 유럽 등지에서 영향을 받은 다양한 음식들을 즐기며 흥미로운 시간을 보낸다. 4일 정도의 시간이면 감행할 수 있는 일정이라 주말을 이용해 즐길 수 있다.
해외



개인의 성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형제는 자매에 비해 말수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중요한 용무나 화제거리가 생기지 않는 이상, 형과 아우 사이에는 그리 많은 대화들이 오가지 않는다. 그럴 때면 도시 전체가 ‘하나의 대화상자’처럼 끊임없이 말을 걸어 오는 곳은 어떨까. 길을 걷고, 전철을 타고, 심지어는 음식을 먹어도 대화거리가 술술 터져 나오는 매력적인 도시, 도쿄로 떠나 보자.

오다이바의 감성 여행은 둘째 치고라도, 우에노 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제외하고라도 도쿄는 충분히 역동적이며 흥미롭다. 다이칸야마와 시모키타자와 같은 아기자기한 동화 속과도 같은 여성 취향의 거리들은 제하도록 한다. 일단은, 남성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재미나고 유쾌한 도쿄의 거리들을 활보하자. 요도바시 전자상가에서 카메라를 포함한 신제품 기기들을 이리저리 만지고 분석하다 보면 어느새 형제 사이에는 몇 마디 감상평이 툭툭 흘러 나온다. 오타쿠와 마니아들의 성지 ‘아키하바라’ 아케이드를 하루종일 걷는 것만으로도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30대 이상, 금전적인 여유가 되는 형제들에게는 식도락의 즐거움을 주는 도쿄이니만큼 맛투어에도 적극 나서 보도록 한다.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초밥 한 점, 고소한 일본식 카레와 뜨끈한 사케 한잔으로도 형제들만의 무뚝뚝한 여행이 화기애애해진다.


-주간여행정보매거진 트래비(www.travie.com) 저작권자 ⓒ트래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