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시티투어 9탄 ② 밀양 - 옛 것을 비추는 따사로운 햇살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10.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때문일까? 밀양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지만, 그곳은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로 예부터 간직해 온 전통을 지켜내고 있다. 미리벌, 밀성 같은 옛 지명이 지금도 상가 간판에 등장하고, 새내기 시절 모꼬지를 다녀온 표충사가 여전함은 오래된 것에 애착을 가지는 밀양 사람들의 굳은 심지 탓이리라.   글·사진  Travie writer 김숙현

>>> Today’s Course 

영남루-무봉사·시립박물관-예림서원-표충사-삼랑진 양수 발전처

 10 : 00  
밀양의 정신 영남루 


ⓒ트래비

서울역에서 7시에 출발하는 고속철도는 8시41분 동대구역에 도착한다. 곧장 근교권 투어 승강장으로 향하니 25인승 미니버스는 자리가 거의 차 있다. 아침까지도 비가 와 걱정했던 차, 버스에 15명이나 탑승하니 출발 전부터 시끌벅적하다. 톨게이트에 들어서기도 전 자기소개가 돌아가고, 땅콩과 사탕봉지가 버스 안을 한바퀴 돈다. 취재차 시티투어를 여러 차례 참가했지만 이렇게 빨리, 모든 참가자가 친밀해지기도 처음이다. 

신대구 부산고속도로를 타니 대구에서 밀양이 한 시간이면 충분했다. 영남루는 영남지방을 대표하는 누각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자리에 있던 영남사의 부속 누각을 고려 공민왕 때 밀양 부사가 신축해 영남루라 불렀다. 지금의 건물은 조선시대 후기 이곳에 부임한 이인재 부사가 중건한 것으로 조선시대 때부터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명루로 꼽힌다. 본루를 가운데 두고 각각 오른편에 침류각, 왼편에 능파각이 위치하는데, 능파각은 마루로 이어져 있고, 침류각은 지붕이 덮인 계단형 복도로 연결되어 있다.  

영남루의 제 맛은 누마루에 올라 바라보는 멋진 풍광에 있다. 발아래 굽이치는 밀양강과 그 강줄기 뒤로 솟은 아담한 산들이 보기 좋다. 오늘날에는 강물과 산 사이에 철길과 고속도로가 가로로 길게 뻗어 있으나 풍광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오른편으로 눈을 돌리면 아파트 외에 높은 건물이 거의 없는 아담한 밀양 시가지가 펼쳐진다. 

영남루는 안팎을 뜯어보는 재미가 있다. 먼저 여러 개의 판액들이 걸린 누각 천장을 올려다보자. 퇴계 이황, 문익점의 글은 눈여겨보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다. 대형 판액에 적힌 ‘영남루’ ‘영남제일루’ 같은 글씨를 이인재 부사의 아들들이 11세, 7세에 썼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11 : 00  
무봉사와 시립박물관



영남루에서 계단 몇 개만 오르면 무봉사다. 밀양의 지세가 마치 봉황이 춤을 추는 것 같다 하여 무봉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작아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절인데 보물 한 점이 법당 안에 앉아 있다.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석조여래좌상이 그것. 불상 뒤에는 연꽃과 당초문양이 새겨진 광배석이 놓여 있다. 

무봉사 태극나비는 표충비, 얼음골, 만어사 어산불경석과 함께 밀양 4대 신비로 알려져 있다. 나라에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만 태극나비가 나타난다고 하는데, 일제강점기 때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다가 해방되던 날에 법당 안으로 날아들었다고 한다. 

무봉사에서 다시 몇 걸음만 옮기면 시립박물관이다. 규모는 작지만 볼거리가 알차다. 움직이기 힘든 아버지를 위해 밀양의 다양한 절경을 그림으로 옮겨 감상토록 한‘밀양십이경도’, 단원 김홍도의 ‘선유도’, 사명대사 진필, 고려시대 청자상감국화문탁잔, 백범 김구 선생의 글씨, 근세십대명인서 등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 중이다.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는 목판실도 특별히 감상했는데, 밀양 지역에서 만들어진 목판 3,800여 점을 보관 중이다.

 11 : 40  
영남 유림 1번지 예림서원 

밀양을 ‘소안동(笑安東)’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한국 유림의 본산을 안동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보며 웃는다는 뜻이다. 영남 유림의 종장이라 일컫는 점팔재 김종직 선생은 밀양 최고의 학자로 정몽주-길재의 맥을 이어받아 조광조, 이언적, 이황을 배출했다. 영남은 물론 나아가 조선 성리학의 본향이 바로 밀양이라는 것이 이곳 사람들의 생각이다.

김종직 선생을 비롯해 우졸재 박한주, 송계 신계성 등을 모신 곳이 예림서원이다. 고종 때 서원철폐령에 따라 강제로 훼철되었으나 광복 후 사액 현판을 다시 달았다. 예림서원은 주변이 한가롭고 조용해 자연에 묻혀 책 읽기에 정진하던 옛 선비들의 마음이 절로 느껴진다. 관리자가 늘 깨끗하게 쓸고 닦은 덕분에 마루에 맨발로 올라 쉬다 가기 좋다.


ⓒ트래비

 14 : 00  
 
사명대사의 얼이 잠든 표충사 

표충사로 향하는 길에는 빗줄기가 제법 굵어졌다. 덕분에 주말이면 붐비는 절 마당이 고즈넉한 빗소리로 가득하다. 밀양의 주산인 재약산이 표충사를 뒤를 든든하게 받치고, 주위로 필봉, 사자봉, 문수봉 등 여러 봉우리가 절을 부채꼴 모양으로 감싸고 있다.   

표충사는 불교 사찰과 유교 사당이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본디 신라 무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죽림사라는 사찰이 먼저 터를 닦았다. 이후 임진왜란 당시 의승장으로 이름을 떨친 사명대사를 비롯해 서산대사, 기허대사 등 3명의 영정을 봉안한 표충서원을 두면서 사찰 이름도 표충사로 바뀐 것. 사명대사의 유품을 비롯해 절의 유물들을 보관 중인 박물관이 우중이라 문을 닫은 게 아쉬웠다. 

통일신라시대에 세운 3층석탑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 95년도에 해체보수공사를 하는 도중 탑 내부에서 유물이 많이 나왔다고. 광전 바로 곁에 있는 건물은 팔상전으로 부처님의 생애를 여덟 가지 모습으로 나누어 표현한 탱화와 존상을 모시는 법당이다.  입장료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1,000원. 055-352-1070

 15 : 30  
전기 발전의 원리를 배우는 삼랑진발전처 

수력발전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을 떨어뜨려 생기는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시킨 것이라면, 양수발전은 낮에는 수력발전을 하고 밤에는 저렴한 심야전기를 이용해 물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퍼 올리는 방식을 이용한다. 수력발전소는 대부분 큰 하천에 댐을 쌓아 만들고, 양수발전소는 산이 높은 곳에 인공적으로 저수지를 파서 건설한다. 

발전처의 시설과 전력생산 원리 등을 알려주는 영상관을 먼저 보았다. 입구에 걸린 화사한 조화들이며 밝은 조명, 바닥에 깔린 카펫이 특이하다 했더니 주말에 인근 주민들이 원할 경우 무료로 예식을 거행할 수 있도록 꾸민 것이라고 한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 곧장 지하발전소로 향했다. 아파트 13층 높이의 규모라고 하는 지하발전소는 알 수 없는 대형 장비들이 끝없이 아래위로 연결돼 있다. 아쉽게도 방문한 시간은 전기 생산을 하지 않을 때라서 엄청난 시설들이 실제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는 없었다. 

발전소 견학의 마지막은 상부 댐에 오르는 것이었다.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를 한참 달리고 고개 하나를 넘어서야 도착한다. 밤사이 물을 퍼 올린 다음 오전 일찍 가면 만수위를 볼 수 있다고. 상부 댐까지 이어진 한적한 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적당해 보였다. 하부 댐 주변이 산책하기에는 더 좋으며, 하부 댐에서 상부 댐 가는 중간에 있는 산골마을의 운치가 특별하다. 견학은 단체 예약시에만 가능.

시티투어버스 Tip

★운행정보     대구관광협회에서 마련한 대구근교권투어로 밀양을 다녀올 수 있다. 9월에 신설된 코스로 한 달에 1~2회 정도 운행한다. 출발은 동대구역에서 오전 9시 출발, 밀양에서 오후 5시 안팎으로 여행이 끝난 뒤 다시 동대구역으로 돌아온다. 이용요금은 어른 2만6,000원, 경로·초등학생은 2만1,000원, 유아는 1만1,000원. 

★예약안내     대구관광협회로 전화(053-746-6407)하거나 홈페이지(www.daegutravel.or.kr)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매주 토·일요일에 하루 두 지역씩 경상도의 다양한 여행지를 찾아가는 투어가 있으므로 사전에 일정을 확인하도록 한다.

 
-주간여행정보매거진 트래비(www.travie.com) 저작권자 ⓒ트래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