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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 ② 구마모토- 역사·문화가 교차하는 규슈의 심장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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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현의 현청소재지이자 관문인 구마모토는 규슈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자 오사카성, 나고야성과 함께 ‘일본 3대 성(名城)’으로 손꼽히는 구마모토성으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성곽의 도시이다.


ⓒ트래비

불탈지언정 정복되지 않는 고고함
구마모토성

국가의 특별사적으로 지정된 구마모토성은 가히 규슈의 자랑거리이다. 어느 여행책자를 뒤져 보더라도 구마모토성은 ‘꼭 방문해야 할 관광지’ 상위권을 랭크하며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만큼 구마모토성이 구마모토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 할 만하다.

98만㎡의 면적에 한때 총 3개의 천수각, 49개의 성루, 29개의 성문까지 있었다는 구마모토성. 간단히 비유해 학교 운동장이 약 24개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의 크기라는 이 거대한 성 입구에 서서 느낀 첫인상은 ‘견고함’이다. 일본에서 제일 긴 성벽 나가베이, 적의 참략을 막기 위해 파놓았다는 비젠 수로를 위시해 성이 세워진 1600년 당시(게이쵸 시대)의 기술로는 큰 공사가 이루어졌을, 6층 규모의 야구라(망루)까지 외부 적의 침략을 감시하고 막기 위한 흔적이 성 전체를 통틀어 여실히 묻어난다. 심지어 ‘예술적으로’ 비스듬하게 쌓아올린 돌담마저 벽을 기어오르는 적의 침략을 막기 위해 경사를 심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란다. 이처럼 수많은 ‘장치’들로 인해 구마모토성은 수세기 동안 표현 그대로 난공불락의 성으로서 위용을 떨쳤지만 19세기 말 잇따른 전쟁과 화재를 겪으면서 성내 대부분의 축조물이 소실되었다. 현재 남아 있는 ‘원조’ 건물은 우토 야구라, 나가베이 등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며, 나머지 건물들은 최근에 복원되었거나 현재까지도 복원작업이 진행 중이다.


ⓒ트래비

구마모토성의 ‘간판 건물’인 덴슈가쿠(천수각) 내부로 들어서면 17세기 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구마모토성의 ‘역사’를 다소나마 가늠해 볼 수 있다. 역대 성주의 유품과 무구에서부터 서남전쟁 당시의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당시 귀부인들이 타던 가마, 해외로 수출할 만큼 빼어난 예술성을 인정받았다는 쥘부채 등 일상 생활용품들이 여러 층의 자료실에 걸쳐서 복원·전시되어 있다. 

층층이 계단을 올라 어느덧 천수각 꼭대기로 올라서면 사방이 탁 트인 전망대가 반긴다. 아래로는 구마모토성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며 시야를 조금 더 멀리 두면 구마모토 시내와 아소산까지 조망할 수 있는 전망이 일품이다. 단순히 외부로부터의 침략을 지키는 ‘닫힌’ 성채가 아니라 그로 미루어 수백 년간 이어져 내려오는 역사를 짐작할 수 있으며 넓은 구마모토시를 발 아래 굽어볼 수 있는 당당함을 갖춘 성. 이것이 구마모토성이 단순히 ‘도도’하지 않고 ‘고고’할 수 있는 이유다. 

구마모토성의 입장시간은 4~10월에는 오전 8시30분~오후 5시30분, 11~3월에는 오전 8시30분~오후 4시30분이다. 입장료는 고등학생 이상 성인 500엔, 중학생 이하 어린이 200엔이다. 구마모토성 종합안내소에서 무료로 30분 코스의 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096-352-5900

이곳에 작은 일본, 그리고 세계가 있다
스이젠지조주엔 공원


ⓒ트래비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정원, 공원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미를 최대한 살리는 방식을 고수했다면 상대적으로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는 오히려 인위적으로 섬세하게 꾸며낸 인공미를 통해 자연을 상징화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이 같은 일본풍 정원에 대한 전형적인 공식은 스이젠지조주엔 고엔(스이젠지조주엔 공원, ‘스이젠지’는 절, ‘조주엔’은 다실의 이름)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정원’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 그 규모는 작지 않다. 도보로 부지런히 주위를 둘러보는 데만 약 20분이 소요된다.

스이젠지조주엔 공원의 정문 입구에서부터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코스를 선택했다. 다리 산책 공원의 중앙부를 넓게 차지하고 있는 인공호수는 공원 내 대부분의 건물들에 맞닿아 있다. 깊은 호수 속을 들여다보면 적어도 수십 년은 묵었을 것만 같은 커다란 비단잉어들이 유유자적 헤엄치고 있으며, 호수 가운데에 점점이 조성된 인공섬 위에는 잘 다듬어진 노송들이 무리지어 맵시를 뽐낸다. 호수 옆 잔디밭에는 마치 고분처럼 불쑥 솟아오른 동산들이 눈에 띄는데, 이는 후지산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일본의 민화나 신화 속에서는 여우가 등장인물로 나오는 경우가 빈번하다. 여우를 ‘둔갑하는 동물’로 생각했던 정서는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자유자재로 형태를 변화하기 때문에 영물(靈物)로서 귀히 여겨 신사에서 ‘신의 사자’로 사랑받았다고. 공원의 북동쪽 끝에 위치한 이나리 신사에도 친근한 표정의 여우상들을 발견할 수 있다. 겹겹이 세워진 토리이를 지나면 도착할 수 있는 자그마한 신사 건물에는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들이 참배 온 모습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트래비

신사와 절을 지나쳐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 앞에 서면 자그마한 우물을 발견할 수 있다. 졸졸 흘러내리는 물을 히샤쿠(대나무국자처럼 생긴 작은 바가지)에 받아 마셔 보니 차가운 물의 기운이 몸 안 구석구석 퍼지는 느낌이다. 물에 포함된 여러 가지 성분이 건강에 좋다 하여 ‘장수의 물’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신수(神水)는 아소산에서 흘러 내려온 청정한 지하수를 끌어올린 물로서, 그 맛이 찻물로 최적이라고 여겨 바로 옆에 다실을 세우기도 했다.

스이젠지 공원에 세워진 건물들은 절, 신사, 다실 외에도 일본의 전통예능공연인 노오, 카구라 극장 등 꽤 방대한 규모이다. 공원은 1636년 당시 명문가인 호소카와가 세운 것으로서, 이후 몇십에서 몇백년의 오랜 기간 동안 건물들이 차례로 건축되었다. 전체적인 정원의 양식은 다이묘 오다 노부나가 당시의 화려하고 호방한 성격을 띠는 ‘모모야마’ 스타일이다.

스이젠지 조쥬엔의 오픈시간은 3~11월에는 오전 7시30분~오후 6시까지이며, 12~2월에는 오전 8시30분~오후 5시까지이다. 요금은 어른 400엔, 어린이 200엔. 096-383-0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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