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질문은 자제할게요“뭐 필요한 것 없어요?” 인천을 떠나 말레이시아로, 말레이시아에서 멜버른으로. 긴 시간 동안 편안한 비행을 즐길 수 있었던 건 그녀의 지속적인 ‘돌봄’ 덕이었다. 멜버른에 도착해서부터는 질문세례를 퍼부었다. 멜버른이 처음이라는 그녀에게 말이다. “방금 우리가 있었던 곳 이름이 뭐였죠? 그럼 이제 어디로 가요?” 결국 한국에 돌아와서 그녀는 내게 메일 한 통을 전했다. 인천을 출발해 다시 인천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가 함께 다닌 모든 곳의 이름과 정보가 정리되어 있는 파일이더라. 참으로 미안하고도 고마운 그녀다
누추한 우리를 귀한 분이 이끄시네홋카이도공항에 내리자마자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번 출장의 신의 한 수는 그녀였다는 것을. 그녀는 무려 국제행사에서 활동하는 동시통역사였다. 렌터카 픽업부터 음식 주문, 길 찾기까지 매 순간 또랑또랑하고 막힘없는 그녀의 목소리가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여기에 우리 일행 8명이 한꺼번에 쏟아 내는 한국어를 하나의 일본어로 대통합시키는, 8인 동시통역의 이적까지 행하시니 감격 또 감격. 누추한 우리였지만 귀한 분의 하드캐리로 이번 출장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차민경 기자오늘도 항해 중일 그녀에게매달
국가 정상급 여행이었습니다폴란드 취재는 어깨가 무겁기도 했지만, 내내 으쓱하기도 했었다. 한-폴란드 정상회담에서 통역을 맡았던 폴란드 최고의 한국어 실력자 정마그다씨가 우리의 통역관이었기 때문. 역사부터 생활까지 토픽을 가리지 않았던 이번 통역이 정상회담보다 어렵다면서도 그 어떤 출장보다 이번 동행이 즐겁다는 그녀에게, 나는 폴란드 취재의 모든 것을 빚진 느낌이다. 아무 말이 없는 순간에도 그녀는 폴란드인들의 인간애와 감수성을 자신의 존재 자체로 증명하는 탁월한 메신저였다. 마그다씨가 나눠준 모든 것을 통해 폴란드를 배웠고, 공감했
시작은 ‘그’ 때문이었네시작은 모두 그 때문이었다. 일본이라면 안 가 본 곳이 없고, 지금도 한 달에 반 이상은 일본에 가는 김윤중 대표가 “나 일본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라고 말했을 땐, 달리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모인 6명의 여행전문가들의 공통점은 모두 고토열도가 처음이라는 것. 그러나 초행임을 믿기 어려울 만큼 김윤중 대표의 사전 준비는 치밀했다. 젊은 나이에 창업한 일본전문여행사를 탄탄하게 키워 낸 이의 저력이었다. 엔타비의 송준헌 후쿠오카 지사장은 호텔 주방장부터 피아노 조율사, 관광버스 운전사, 관광협회
그를 거치면 모든 일이 ‘다 데쓰’데스와 무려 15일을 같이 있었다. 마지막 날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헤어질 때는 오래오래 안고 있었다. 남자지만 그랬다. 살짝 눈물이 날 것도 같았지만 체면 때문에 참았다. 지금까지 취재여행을 하며 많은 관광청 직원과 가이드를 만났지만 데스만큼 일을 똑 부러지게 하는 ‘친구’는 만나지 못했다. 식당에서 피자를 시킬 때도, 커피를 살 때도, 방에 물이 안 나올 때도 데스를 찾았다. 데스, 데스, 데스. 하루에 가장 많이 말하고 듣는 단어가 데스였다. 데스는 ‘데스Death’되는 줄 알았을 것이다. 그
이집트의 작은 거인자그마한 체구에 말수도 별로 없어서, 생각보다 나이가 많은 줄 알았다. 조근조근한 말투에 힘든 티도 안 내서 거뜬한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에겐 시련이 많았다. 멀미를 심하게 하는데, 4박 5일 동안 배를 타야 했고, 일행들은 그녀에게 질문 세례를 던졌다. 그 모든 걸 티 내지 않고 척척 해 내는데, 놀랐다. 게다가 은근 주당이더라(술 잘 먹는 사람, 좋아한다). 덥다, 배고프다, 말 많고 나이도 많은 기자(나)가 오히려 기댔던 그녀다. 나일강 크루즈 라운지 안에서 노을을 흠뻑 받던 그녀가 떠오른다. 이집트의 태양
이래저래 그라시아스!덴버에서 열린 미국 최대 관광전 IPW. 36번째 참가했다는 데이비드 럭 지사장은 행사 내내 아이 같은 표정이었다. 행사장을 누비던 호기심 반짝이던 눈, 길에서 만날 때마다 건네던 미소, 참가자들을 대하는 배려의 태도는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멋진 인생 선배에게 한 수 배운 자리였다. 유나이티드항공에도 감사할 일이 있다. 여권에 찍힌 파키스탄 비자 때문에 입국장에서 1시간 씨름을 했던 지난 출장의 전적에 이번에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기우였다. 척척 빠른 환승을 돕는 유나이티드항공의 컨시어지 서비스 덕
와이너리 투어의 든든한 술친구 진탕까지는 아니어도 제법 마셨다. 와이너리 투어이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따질 수도 있겠지만, 술친구가 없으면 맛도 흥도 나지 않는 법이다. 술술 술맛을 돋웠던 그 친구는 여러모로 와인 전문가였고 강했다. ‘호주의 와인 수도’라 불리는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인 것은 물론 여행업계에 몸담고 있어서 그랬나 보다. 와인 시음 한 번 할 때마다 적게는 너덧 잔, 많게는 예닐곱 잔의 와인이 나왔다. 시음이어서 제대로 잔을 채우지는 않았다지만 가랑비에 속곳 젖듯 취할 수밖에 없는 양이다. 일행 대부분이 나중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