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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4색 일본북부탐험 ③ 아오모리 Enjoy 5 - 샤갈과 나라 요시토모, 아오모리 현립 미술관"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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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아오모리를 떠나야 하는 아쉬운 순간과 마주했다. 당초 시내 쇼핑몰 몇 군데를 둘러보기로 했던 두 사람은 고민 끝에 미술관으로 걸음을 돌린다. 이 외진 지역에 고이 보관된 샤갈과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묵묵히 의식주 해결을 위해 살아갈 것 같은 아오모리에도 예술은 아름답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샤갈 그림은 보고 가는 게 어때?” 숙소에서 짐을 챙겨 나온 청혁이 정우를 향해 조심스레 묻는다. 아무리 회사 후배라지만, 여행의 기술 가운데 조심해야 할 항목 중 하나가 본인의 흥미를 위해 타인의 취향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염려와 달리 정우는 흥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아무리 미술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도 샤갈은 충분히 반가운 이름이었다.

공항에서 20여 분 거리에 ‘아오모리 현립 미술관(Aomori Museum of Art)’이 있다. 사방이 눈으로 뒤덮인 그곳에 미술관은 카멜레온처럼 새하얀 모습으로 자리한다. 일본의 섬세한 건축가 아오키의 설계로 2006년7월 개관했으며, 4개의 층이 서로 다른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1층은 연극, 무용 등 각종 공연예술을 진행할 수 있는 극장으로 사용되며 지하 1층은 아오모리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상설 전시된다. 지하 2층에서는 미술관이 자랑하는 표현주의의 대가 마르크 샤갈의 ‘알레코화(Aleko)’를 만날 수 있다. 이는 1942년 뉴욕시 발레 시어터에서 열린 발레 공연으로 샤갈은 4막짜리 무대 배경화를 담당했다. 거대한 무대를 채워야 했던 장르 특성상 작품의 규모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가로 15m, 세로 9m의 거대 작품이 홀의 3면에 웅장하게 걸려 있는데, 1막 <알레코와 잼필라와>, 2막 <카니발>, 4막 <샹트페테르부르크의 환상> 3점이 소장되어 있다. 나머지 1점은 필라델피아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또 다른 즐거움은 ‘나라 월드’를 둘러보는 일. 사악하고 심술궂은 얼굴로 늘 입가를 씰룩거리는 ‘그 문제적 캐릭터들’이 한 가득이다. 아오모리 출신의 작가 ‘나라 요시토모’는 위선과 위악으로 가득찬 어른들의 세계를 조롱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블랙 위트를 표현 한다. 그의 초기작에서부터 120점에 이르는 드로잉, 판화 작품 등이 전시실을 한가득 메우고 있다. 

마지막으로 들른 기념품 숍, “정우씨, 뭘 그렇게 잔뜩 샀어요?” “아오모리 개 인형은 조카 줄 거고, 나라 엽서 집은 누나 줄 거고, 근데 기자님은 뭐가 그렇게 많아요?” “드로잉 북이랑 작품집 몇 권이랑, 또 연필이랑…” 다들 한바탕 선물 뭉치를 안고는 마냥 뿌듯하다. 작은 도시지만, 작가의 작품을 보존하고 그 복제품을 철저히 관리하는 일본의 수준 높은 문화 저력이 슬쩍 부럽다. 역시, 예술은 대도시에서만 꽃피우는 특권이 아니었다.

위치 아오모리 공항에서 차로 20여분 소요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6시(6월1일~9월30일), 오전 9시30분~오후 5시(10월1일~5월31일), 마지막 입장은 30분전까지 관람료 어른 500엔, 어린이 100엔 
문의 +81 017 783 3000 www.aomori-museum.jp

:: Letters From Two Guys ::

박청혁 “마침표가 아닌 쉼표로 남을 여행”



여러 번의 여행을 통해 일본의 거의 모든 걸 보았다 자부하고 있었지만, 사실 ‘일본의 겨울’을 경험하지 못해 늘 아쉬웠었죠. 흔히 <러브레터>를 떠올리는 새하얀 설원, 캐나다에 비견할 만한 스키장의 설질, 거기에 아름다운 조형물로 가득한 겨울축제까지… 그러다 제가 원했던 모든 일정을 맞춘(?) 트래비의 모니터투어 이벤트를 봤을 때, 이거다 싶었죠.
여행은 기대 그 이상이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파우더 설질을 맛본 아지가사와 스키장!! 인터넷과 주위 사람들을 통해 숱하게 들어 왔는데도, 막상 보드를 타 보니 미처 묘사할 단어를 찾지 못해 탄성만 질렀답니다. 보호대 없이도 전혀 아프지 않은 슬로프는 일부러 넘어지고 싶을 만큼 푹신했고, 처음 경험해 보는 자연설은 하반신 전체가 눈 속에 파묻혀도 기분 좋을 만큼 환상적이었어요. 감동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만약 보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슴 벅차올라 심장이 터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핫코다산 로프웨이’! 충분히 수빙만으로도 멋진 관광코스인데, 슬로프 나무 사이로 보딩을 하면 얼마나 다이나믹할까요? 나중에 반드시 로프웨이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코스들을 직접 내려가 보리라 굳게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메인이라 할 수 있던 ‘도와다호 겨울 이야기 축제’. 비록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아기자기한 조형물, 아이스 바, 핫 와인같이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이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하답니다. 발그레한 양볼로 미끄럼틀과 얼음 위에서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을 볼 때는 가족이 생긴다면 다시 한번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짧지만 강렬했던 불꽃놀이는 이번 여행의 피날레를 장식하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불꽃축제 마니아인 저로서도 처음 보는 ‘겨울밤 불꽃축제’란! 

그리고 마지막 코스였던 현립 미술관. 압도적이었던 샤갈의 세 작품과 나라 요시토모의 기묘한 작품세계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감각적이고 모던해서 맘에 들었어요. 이런 미술관을 도쿄 한복판이 아닌 작은 현에서 보유할 수 있는 일본의 문화 저력이 솔직히 부럽기도 했습니다.

 강정우 “겨울 여행을 꿈꾼다면 아오모리를 추천하겠어요!”

기대와 설렘으로 아오모리행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온 세상이 생크림을 발라 놓은 듯 새하얀 풍경이었어요. 하얀 산과 나무, 하얀 미로 속을 달리는 자동차들, 집 앞에 쌓인 하얀 눈 속에서 길을 내는 사람들… 그야말로 ‘눈의 천국’ 이랄까. 

아지가사와 스키장에서 흩날리는 눈을 맞으며 탔던 스노모빌과 스키는 제 인생 최고의 겨울 스포츠 체험이었습니다. 초보자인 제가 쉽고 안전하게 탈 수 있었던 것은 푹신푹신한 눈 상태 덕분인 듯해요. 또한, 리프트 티켓 발급, 장비 대여, 로커 사용 등 이용자들이 쉽고 편히 이용할 수 있어 좋았죠. 스키를 마치고 온천목욕 후 Bar에서 마신 술 한잔은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풀어 주기 충분했습니다. 

다음날, 핫코다 로프웨이는 강한 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우리를 산정상까지 올려다 주었습니다. 하얀 산과 나무, 그리고 그 속에서 스키와 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은 겨울풍경의 절정이었어요. 산 정상에서는 수빙과 함께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신비한 세계를 경험했죠. 이후 방문한 도와다호 겨울이야기 축제에서는 현지인, 관광객들과 함께 많은 것은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유람선을 타고 둘러본 호수 풍경은 그림처럼 아름다웠으며, 얼음 조각과 눈 조각 작품 등 볼거리도 많았습니다. 참여 공연을 통해 참가자들 모두 웃으며 하나가 되자 화려한 불꽃놀이를 끝으로 아쉬운 축제의 막이 내렸죠. 

마지막으로 들른 아오모리 현립 미술관은 공항에서도 가까워 관광객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물 외부도 아름다웠지만 탁 트인 내부는 시원하고 깔끔해 작품 감상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더군요. 샤갈의 <아레코>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고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알차고 재미있었어요. 흥미롭고 즐거운 여행이었던 만큼 짧았다는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가까운 시일 안에 가족 또는 친구들과 다시 가보고 싶어요. 누군가 겨울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서슴없이 아오모리를 추천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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