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고장 경남 남부에 위치한통영, 사천, 거제, 고성, 남해로 미식 여행을 떠나 보자.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때가 있다. 살이 통통히 오른 새우를 집어 껍질을 벗길 때, 오랜 시간 우려낸 뜨거운 육수를 호호 불어 마실 때, 팥소 가득한 꿀빵을 한 입 가득 베어 물 때 불현듯 행복이 밀려온다. 바야흐로 미식 관광이 대세다.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 떠나는 식도락 여행이 인기다. 때로는 음식이 여행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낯선 여행지에서 맛본 음식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경상남도는 미식자원을 활용해
“인천 한 번 가야지.” 지난해 봄, 박찬일 셰프가 충무로 인현시장의 어느 백반집에서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가야죠. 언제나 그리운 곳, 그곳이 인천 아니겠습니까.” 나는 막걸리 잔을 들며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인천을 제대로 한 번 먹은 적이 없네요.” 레이먼 김 셰프는 소주잔에 소주를 따랐다.●세월은 가고 있으니 우리는 최선을 다해 먹고 마십시다10월 말 어느 날, 충무로 인현시장의 백반집 앞. 목덜미 사이로 찬바람이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요즘엔 아침마다 손가락이 쑤셔요. 글을 그만 써야 할까 봅니다.” 내가
연말 홈파티에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를 초대했다.평범한 테이블은 한층 근사해졌다. 마음만 먹으면 미쉐린 스타 셰프도 초대할 수 있다. ●평범한 와인 홈파티는 거부한다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모두가 비슷한 상황이겠지만 여행으로 먹고 사는 여행기자에게는 유독 그렇다. 그래서 올해는 옷장에서 여행 가방을 꺼내는 대신 ‘술장고’에서 술을 꺼내는 일이 잦았다. 비우고 또 채웠다. 같은 처지에 놓인 후배 기자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시간도 많고, (습관적으로)쟁여둔 술도 꽤 많았던 우리는 올해 종종 서로의 집을 오가며 술판을 벌였다. 반
와인 한잔 앞에 놓고,세계적인 와인 전문가들의 특강을 들으며랜선으로 즐기는 와인 페스티벌.90일간 이어지는 재방송의 기회도 놓치지 말자.▶병 속에 숨은 이벤트와인병에 붙은 라벨은 홍콩관광청에서 제작한 컬러링 샘플입니다. 12월30일까지 홍콩관광청 블로그에서 컬러링북을 다운로드 해 색칠한 후 개인 인스타그램에 필수 해시태그(#내가그리는홍콩 #DiscoverHongKong)와 함께 업로딩하면 추첨하여 컬러링북 키트(컬러링북, 스티커, 색연필)를 증정하는 이벤트가 진행 중입니다.홈페이지: www.discoverhongkong.com(E-
두부라고 다 같은 두부가 아니었습니다.돼지갈비라고 아무 데서나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올 수 있을까 코로나는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젠 정말 지긋지긋하다. 이대로 세상이 망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차라리 망했으면 싶을 때도 있다. 마지막 취재 여행이 언제였지? 너무 까마득해서 전생 같다. 스케줄러를 보니 올해 2월19일 떠났던 터키 이스탄불 출장이 마지막이었다. 호텔 창밖으로 바라보이던 보스포루스 해협의 석양이 아직도 눈앞에 선연하다. 얼마나 아름다웠던 노을이었던지 여행작가가 된 건 정말 행
동서양의 문화가 한데 깃든 싱가포르의 맛은어느 하나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알아 가는 맛이 남다르다.●방대한 미식의 스펙트럼싱가포르의 맛을 알기 위해서는 시간을 거스를 필요가 있다. 동서양을 잇는 지점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14세기경부터 유럽 열강들의 무역항으로 주목을 받았다. 16세기 포르투갈, 17세기 네덜란드, 1819년부터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은 싱가포르는 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약 3년간 일본의 점령을 당하기도 했다. 이후 말레이시아 연방에 속해 있던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했다. 그 ‘다채로운’ 시간들이 자연스레
‘탐식도시’는 이렇게 시작됐다.지난 4월, 봄이 한창일 때 여수에서. ●플래시백 망할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플래시백(Flashback)’을 해야겠다. 지난 한 달 동안 우리는 강릉으로 갈까, 춘천으로 갈까, 인천으로 갈까 고민하며 단톡방에서 온갖 식당 정보를 나누고 공유하며 수선을 떨다 마침내 인천으로 행선지를 정하고 호텔을 예약했지만 ‘빌어먹을’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취소해야만 했다. 우리만 그럴까. 다른 모든 이들의 일과 여행과 약속이 취소되고 연기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여수를 소개한다. 지난 4월, 봄이 한창
편의점에서 수제 맥주를 골라 마실 수 있는 시대지만, 탱크에서 막 따른 신선한 맥주를 따라갈 리가.서울의 맛있는 브루펍*만을 골랐다.*브루펍(Brewpub)│브루어리(Brewery)와 (Pub)의 합성어. 매장에서 직접 맥주를 빚어 테이블에 내놓는 펍을 말한다.●점심시간 가볍게 한 잔독립맥주공장 셰프 출신 대표와 젊고 감각적인 브루어의 조합. 2년 전쯤 새롭게 문을 연 독립맥주공장은 이제 정동길 맥주 맛집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정동IPA, 이화세종 등 정동길의 정체성을 살린 맥주 라인업과 파스타와 리소토, 수비드 스테이크 등
맛은 여행을 기억한다.그래서 맛으로 여행을 떠난다.여행이 멈추자 본질적인 욕구가 끓는다. 어느 곳의 온도, 냄새, 기분. 감각에서 여행을 찾기 시작했다. 한바탕 비가 내려 유난히 진해진 우육면의 국물에 축축하게 젖어 버린 바지 밑단을 잊었던 타이중의 한여름. 따뜻한 밥 위 눅눅해진 가지 튀김을 씹기도 전 맥주로 입을 비워 냈던 칭다오의 초겨울. 흐드러진 벚꽃을 핑계로 하이볼을 퍼붓곤 라멘 한 그릇으로 속을 달랬던 후쿠오카의 늦여름 밤. 기억 속 계절은 얼기설기 엮여 있지만, 감각만은 확실하게 여행을 기억한다.그러니까 정확히는 맛이
대구 중심가는 옛 골목의 모습이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며 남아 있다. 시민들은 골목 문화가 익숙한 나머지 ‘무슨 무슨 골목’이 자랑이다. 각각 저마다 테마가 있다. ●‘한양 가는 길’의 옆길에서 서울에, 아니 대한민국에 골목길이 점점 줄어든다. “어릴 적 넓~게만 보이던 조~옵은 골목길이~” 015B의 노래 ‘혜화동’과는 반대다. 어릴 적 살던 곳을 가 봤더니 외려 길이 넓어졌다. 다닥다닥 붙은 집 사이로 소형차 한 대도 못 들어가던 골목이 혹등고래도 지날 만큼 널찍한 아파트 진입로가 되어 있다. 문득 그립다. 누군가 마주치면 머쓱해
군산은 낡아 있었다. 도심에는 ‘임대’라고 적힌 종이가 붙은 빈 건물이 가득했다. 깨진 유리창이 방치된 건물도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문득 고민이 밀려왔다. “그래서 뭐부터 먹어야 하지.” ●째보선창에서“일단 째보선창부터 가자!” 내가 말했다. ‘째보선창’은 군산 구도심인 장미동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한다. 주변에 옛 일제강점기 건축물을 박물관과 갤러리 등으로 바꾼 ‘근대문화 역사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군산에 도착한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다. 우리도 일단 여행객이니 째보선창으로 향했다.일제강점기 시절, 군산은 크게 번성했다.
고등어 백반과 만두, 빙장회를 먹었다.그래서 한 번 더 가고프다, 부산. ●눈물 젖은 남포동부산 남포동에 왔다. 오랜만이다. 도대체 얼마 만인가. 30년 전 여기서 많이 놀았다. 고등학교 시절, 주말이면 부산극장에서 영화를 봤고 국제시장 먹자골목에서 김밥과 어묵, 떡볶이로 배를 채웠다. 대학교 시절에는 전경에게 쫓기며 남포동 거리를 뛰어다녔다. 자주 남포동으로 나가 ‘가투’를 벌였고 그만큼 자주 최루탄 냄새를 풍기며 자갈치 시장으로 숨어들었다. 전경들이 물러가면 아지매들은 우리에게 생선과 오징어를 듬성듬성 썰어 소주와 함께 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