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조카가 겨울방학에 처음으로 유럽 여행을 간다고 합니다. 목적지는 파리와 베니스, 피렌체, 로마입니다. 꼭 가고 싶은 곳을 물었는데 파리를 꼽았다고 합니다. ‘겨울에 파리는 추울 텐데, 빵집 이름 때문인가?’ 조카에게 물었습니다. “왜 파리에 가고 싶어?” 잠시 뒤에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뾰족한 탑.” 어디서도 대체 불가한 에펠탑이 보고 싶다는 답에 따뜻한 남쪽 지방을 권하려던 저의 계획은 단박에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여행은 스토리를 소비하고 추억을 만들어 오는 과정입니다. 처음으로 모녀 여행을 떠나는 처제는 여행
여행이랍시고 또 어디론가 날아가 있을 때였겠지. 그때 나는 하도 깊이 사랑에 빠져 머릿속이 매일 웅웅거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를 데굴데굴 굴러도 하프 마라톤은 족히 뛴 여자처럼 내내 헉헉댔다. 서울에 더 있으면 정말이지 정신을 못 차릴 것 같아 주섬주섬 수트케이스를 꾸렸던 거다. 내 깜냥에, 연애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넉 달쯤 떠나 있어야지 마음을 먹고 필리핀의 마닐라와 세부에 각각 두 달씩 숙소를 잡았다. 여행 중에는 그립고 애달픈 일이 그래도 수월하게 잊히기 마련이다. 적절한 거리감이 나를 고요하게 만들
10일간의 꿀 같은 휴가가 지나갔습니다. 잘 보내셨나요? 누구는 열흘도 부족하다 하고, 누구는 지루했다고 하더군요. 너무 오랜만에 넥타이를 매니 입사 후 첫 출근 같았다는 사람도 있고, 추석 연휴 지나니 1년이 다 간 것 같다는 이도 있었습니다. 저는, 더 쉬자면 쉴 것 같았고 첫 출근 같지는 않았지만 1년이 곧 지나가겠구나 싶었습니다. 연휴가 끝난 10월10일, 공채 수습기자 3명이 트래비에 처음 출근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 첫 출근은 10월12일이었습니다. ‘잘한 결정이겠지?’,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인사해야 하
손가락 하나 까딱 하면 치킨이 집으로 배달되는 세상.밖으로 나가 걸을 일이 더욱더 없다는 얘기다.그렇다고 걷지 않아도 좋다는 얘기일까? 자동차,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를 탄다. 직접 장을 보지 않아도 물건이 집으로 배달되고,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도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사람들이 점점 걷기에 게을러지는 이유다. 실제로 성인의 하루 평균 걷는 거리는 4.5km, 걸음 수로는 대략 6,000보 정도 된다. 더군다나 차로 출퇴근하는 사람이라면 하루에 1,000보 안팎, 혹은 아예 거의 걷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발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10월 초 추석명절이 달갑지만은 않은 당신의 관절을 위해 소개한다.명절 증후군을 줄이는 단계별 대처법. ●STEP 1 장보기 카트 몰기에도 룰이 있다마트에서 카트를 몰 때 흔히 팔꿈치를 카트에 올려 놓고 상반신을 의지한 채 상체를 구부리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갑자기 카트가 앞으로 밀려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카트와 몸을 최대한 밀착시키되 전적으로 몸을 카트에 의지해선 안 되고, 어깨 너비만큼 팔을 벌려 카트를 밀되 팔꿈치의 각도는 90도 정도가 적당하다. 장을 다 본 뒤 장바구니를 드는 자세도 중요하다. 비닐봉투보다
3년 만이었다. 산 속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파키스탄의 훈자마을은 여전했다. 한 달간 머물던 숙소도, 매일 넋 놓고 바라보던 설산 디란도 그대로였다. 훈자에 닿기 위해 불편한 의자에 앉아 스무 시간을 버텼다. 천 길 낭떠러지를 따라 꼬불꼬불 뱀처럼 이어진 카라코람 하이웨이. 몸은 왼쪽 오른쪽으로, 위 아래로 사정없이 흔들렸다. 힘든 길이었지만, 마음속에는 작은 기대가 있었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훈자 사람들이 나를 기억해 주면 좋겠다는. 걱정도 됐다. 반갑게 다가갔는데, 처음 본 사람처럼 대하면 어떡하나 싶기도 했다. 기우였다. 기
“추석 때 어디 가세요?” 긴긴 연휴 덕에 이번 추석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온 국민의 가을방학이 됐습니다. 워낙 연휴가 길어서 ‘어디라도 다녀오시냐’는 물음도 어색하지가 않습니다. 답변도 다양합니다. 일찍부터 해외여행을 준비한 친구도 있고 비싼 해외여행 대신 남해안 일주를 하겠다는 지인도 있습니다. “30년 직장 생활 동안 이렇게 길게 쉬기는 처음이에요. 올해 5월 연휴도 지겨워 혼났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네요”라는 의외의 반응도 있었습니다. 문득, 김생민씨가 궁금해졌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으로 기세를 올리던 ‘욜로YOLO’ 열기
우리는 팁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주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받는 사람도 큰 기대가 없습니다. 물론 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고깃집이나 한정식집처럼 담당 종업원이 정해져 있으면 팁을 건네기도 합니다. 다만 순서가 다릅니다. 고깃집에서의 팁은 서비스가 시작될 때 같이 전해집니다. 팁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우리 테이블에 신경 써 달라는 의사의 표현입니다. 거꾸로 주방장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름 모를 특수 부위와 눈물주를 들고 찾아와 내가 이렇게 신경 쓰고 있음을 어필하면 팁을 꺼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팁 문화
친구가 보내 온 선물 상자를 열어 보니 주먹 반만 한 유리단지 네 개다. 네 개의 단지에는 각각 다른 고추장이 담겼다. 황태를 다져 넣은 고추장, 잔멸치를 소복이 넣은 고추장, 쇠고기볶음고추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굴비 고추장이었다. 이 앙증맞고 호사스런 고추장 선물에 입이 헤벌어져선 당장 모락모락 김 오르는 뜨거운 밥 한 공기 푸고 싶었지만 겨우 눌러 참았다. 이런 건 적어도 두 달 이상 떠나는 긴 여행길에서나 뚜껑을 열어야 하는 법이다. 나는 팬트리 선반에 고추장 단지 네 개를 가만히 올려 두었다. 나에게 여행은 그저 두 가지로
주말마다 정성스레 텃밭을 가꾸는 A씨.마음은 풍요로워지는 반면 몸은 시큰시큰해지는 건 왜일까? 지나침의 산물, 근육통텃밭을 가꾼 후에는 근육통이 찾아오기 쉽다. 제대로 요령을 갖추지 않고 힘으로 삽질과 곡괭이질을 하다 보면 어깨나 허리, 무릎 등에 통증이 느껴지고, 심지어 잘 움직일 수 없게 된다. 특히 쪼그리고 앉아 반복적으로 움직이게 되면 근육의 주변이 지나치게 긴장해 단단한 밴드와 같이 굳어지거나, 멀리 떨어진 부위에까지 영향을 주는 연관통이 생기기도 한다.TIP텃밭 가꾸기는 2~3시간 이내로, 쪼그리고 앉기보다는 높이가 적절
7월과 8월 우리나라에서 가장 분주한 곳은 공항이다. 7월16일부터 8월15일사이 한달간의 성수기 기간에만 542만명 이상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할 예정이다. 2016년 인천공항 이용 여객 수는 약 5,700만명으로, 향후 2터미널 개항 시 7,200만명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공항을 오가는 이 많은 사람들의 인종, 성별, 출신지는 달라도 누구하나 예외 없이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여권이다. 혹시 여권 커버의 색이 몇 개나 있는지 세어본 적이 있는지? 여권 커버의 색은 빨강, 초록, 파랑, 검정 이 4가지뿐이다. 이 4가지
‘딩~딩~뎅~’이곳은 스리랑카 내륙 깊숙이 자리 잡은 반얀 캠프. 우거진 나무들 사이에서 청아한 소리가 들려왔다. 두리번거리다 찾은 소리의 근원지는 숙소 앞 나무였다. 나무에 종 하나가 걸려 있었는데, 바람 크기에 맞춰 종소리가 커졌다 줄었다 하고 있었다.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눈을 감았다. 종소리 위로 아빠 얼굴이 스르르 떠올랐다. 여행에서 돌아올 때마다 아빠 손에 종이 하나씩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종은 아빠의 여행을 추억하게 해주는 물건이었다. 종은 여행 기념품 중에는 난이도가 높은 축에 속했다. 없는 곳이 많았다. 그래서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