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여행의 키워드는 단연 나무라야 했다. 대나무, 메타세쿼이아, 느티나무, 팽나무, 푸조나무, 음나무, 개서어나무…. 그야말로 나무의 마을이었다. 여름 한 낮, 땡볕이 거칠수록 나무는 짙은 그늘로 서늘했고, 그 어둑함 사이로 서걱서걱 청량한 노래가 흘렀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은 여름이면 푸른 터널로 여행객들을 보듬는다 여름날의 메타세쿼이아 길 산책 ●메타세쿼이아 길푸른 터널 속으로담양하면 당연히 죽, 대나무다. 아니 그랬었다. 담양의 상징으로서 대나무가 누린 독보적 명성에 메타세쿼이아가 도전장을 내밀기 전까지는 말이다. ‘담양 메
서해안 중간 어딘가에 자리한 그곳.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대신 광활한 갯벌이 펼쳐져 있고, 세련되지 않은 투박한 매력이 가득해 더 정겨운 곳. 한 발자국 내딛으며 일상에서의 휴식을 취하기 딱 좋은 동네, 홍성에 다녀왔다. 갯벌과 바다, 등대가 한눈에 보이는 남당항 1 오후에는 배가 정박해 있다 2 새조개와 대하를 상징하는 조각물 3 봄철에는 바지락과 쭈꾸미를 넣은 해물 칼국수가 일품이다 수수한 매력과 맛에 취하다한적한 홍성에 들어섰다. 홍성역에서 출발한 지 30분 만에 도착한 곳은 남당항. 조금 이른 도착이었는지 남당항에 늘어선
당연하다고 방심하진 마임실에 치즈라. 반전 없는 조합이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뜻은 아니다. 고소하고 쫄깃한 맛, 임실에는 그 이상의 이야기와 재미가 있었으니. 터덜터덜. 임실 치즈마을로 향하는 수단은 자동차도 자전거도 아니었다. 푸른 논밭을 가로지르는 경운기다. 눈치 챘을까. 반전이 없다 했지만 반전이 있는 게 임실의 반전이란 사실을. 산과 나무와 지붕이 서로 맞닿아 있는 필봉문화촌의 취락원 장담한다. 임실 하면 떠오르는 단어 중에 ‘지정환’ 신부는 당연히 있을 거라고. 벨기에 출신의 지정환 신부*는 1966년,
●타임머신을 탄 오후 시간에는 힘이 있다. 동네 구멍가게 앞에서 이런 심오한 생각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내가 어릴 적 살던 곳에도 꼭 이만 한 슈퍼가 있었다. 학교가 파하면 어김없이 들러 군것질을 하곤 했는데, 있는지도 몰랐던 그 기억들이 여기서야 문득 떠오른 것이다. 20년을 훌쩍 뛰어넘은 오후였다. 군산 근대역사거리는 구수하고 정겹다. 지나치는 벽화마저도 초원사진관에는 정원과 다림의 사랑이,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향수가 담겼다 전라북도, 군산 근대역사거리에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마을 한편에 자리한 초원사진관도 20여 년
서울에서 두 시간, 이른 아침부터 기차에 몸을 실었다. 당일치기 브루어리 여행을 떠났다. 울산 그리고 양산으로. ●YANGSAN양산의 터줏대감켈슈 브로이놀 거리, 볼 거리, 먹거리, 여행의 3요소가 모두 충족되는 곳이라 해야겠다. 한국 3대 사찰 중 하나인 통도사와 영남권 최대 놀이동산인 통도 환타지아 사이에 위치했다는 것만으로 말이다. 켈슈 브로이는 대한민국 수제 맥주 역사의 산 증인이라 해도 무방하다. 2002년 소규모 양조장 ‘혼마 브로이’로 시작한 켈슈 브로이는 그동안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양산의 터줏대감 브루어리로 자
전 세계 안 가 본 곳이 없는 홍콩 친구들과 함께하는 제주. 모름지기 숙소는 그 나라, 그 도시의 문화를 담아야 하며 주인장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여행고수인 그들과어떤 숙소에 묵어야 할까? 눈 먼 고래는 바깥채인 ‘바다 고래’와 안채인 ‘숲 고래’로 이루어져 있다 제주의 오래된 돌담 집에 현대적인 기술과 감각을 더해 이렇게 세련된 공간을 만들어 냈다●문화 차이를 초월한 감성 스테이숙소 이름은 ‘눈 먼 고래(Blind Whale)’. 평범했던 조천의 오래된 전통 돌집을 개조해 마치 마술을 부리듯 모던하고 감성적인 공간으로
서해 ‘만리포’ 해변에 ‘캘리포니아’가 펼쳐진단다.갈까 말까 고민도 잠시,이번 주말 파도가 마구 밀려온다는 소식에 떠밀려 그곳에 도착했다.또 한 번 서핑의 꿈을 한아름 안고서.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들, 이국적인 풍경 서해에도 서핑하기 괜찮은 파도가 꽤 들어온다 ●서해안에 파도가 없다고?국내의 유명 서핑 스폿으로는 제주 중문, 부산 송정과 해운대, 포항, 강원도 양양, 그리고 서해 만리포가 있다. 처음 만리포에 대해 들었을 땐 무척이나 낯설었다. 밀물과 썰물이 있는 서해에서 서핑이 과연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달그락 달그락 별이 부딪치던 소리는 사그락 사그락 귓가를 맴도는 추억의 여음이 되어 기어이 그 밤을 증언하는 표식이 되고 말았다. 이쯤에서 영양이 가르쳐 준 것 한 가지.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지 못할 것은 세상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영양풍력발전단지. 영양의 자연이 이국적인 풍경을 입었다●육지의 섬으로“양양이 아니고?” 영양으로 떠난다는 말에 지인들은 모두 하나같은 반응으로 되묻기가 먼저였다. 뭐, 나조차 그런 의문부터 가졌었다는 점을 고백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영양이란 곳에 어떤 볼거
Close Up! 바다열차스크린은 영화관에만 있는 게 아니다. 고혹적인 동해의 해안선을 따라가는 바다열차 여행은 차창을 통해 바다의 삶을 보여 주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다. 바다열차는 정동진, 묵호, 동해, 추암, 삼척에 이르는 56km의 해안선을 달리는 기차다. 정동진에서 삼척역까지 6개 역에서 승하차할 수 있는데, 이왕이면 전 구간 탑승을 권한다.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바다의 모습에 넋을 잃게 될 테다. 바다열차 여행은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다. 바다를 향해 난 좌석에 앉아서 1시간20분 동안 동해의 일상을 경험한
예부터 많은 문인묵객이 단양의 아름다운 경치에 탄복했고, 이곳에서 지극한 풍류를 누렸다. 그래서 ‘단양 8경’은 더욱 섬세하고 아름답다. 단양 8경은 조선개국 공신 삼봉 정도전을 비롯해 퇴계 이황과 단원 김홍도, 겸재 정선 등 많은 선비와 화가가 사랑했다. 단양 8경의 백미는 도담삼봉이다. 남한강 한가운데 우뚝 솟은 도담삼봉의 삼도정에서 단양 15대 군수였던 퇴계 이황은 쓸쓸한 기운이 감도는 시를 읊조렸을 것만 같다. 기생 두향과의 못다 한 사랑 때문이 아니었을까. 고고한 기개를 지켜야 하는 선비로서 그는 두향을 향한 사랑을 고이
길은 타임머신처럼, 정약용 선생이 유배 길을 걷던 조선 후기의 강진으로 데려다 주었다. 차나무가 많아 ‘다산(茶山)’이란 별명을 지닌 만덕산. 그 안에 다산 정약용 선생의 흔적이 남아 있는 남도유배길이 있다. 남도유배길의 4개 코스는 각각 13km가 넘는 길이다. 하나를 완주하는 데 최소 4시간 이상 걸리므로 도전하기가 만만치 않다. 여행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남도유배길의 ‘맛보기’이자 핵심 코스는 2코스의 다산오솔길 중 다산초당-백련사 구간이다. 백련사와 다산초당을 잇는 오솔길은 빨간 동백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동백림으로 유명하다.
내륙에 위치한 제천이 ‘물의 고장’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청풍호가 감싸고 있어서다. 1985년 충주댐 준공으로 조성된 호수다. 충주에서는 충주호라고 부르지만 제천에서는 청풍호라 부른다. 유람선, 트레킹, 카약…. 즐기는 방법도 여럿이다. 제천은 선사시대부터 문화의 중심지였다. 구석기 유적은 물론 삼국시대, 고려, 조선시대 이르기까지 문화의 중심지였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러나 충주다목적댐 건설로 제천의 60퍼센트 이상이 수몰될 상황에 처했다. 그때 지역의 문화재들을 한곳에 모아 만든 것이 바로 ‘청풍문화재단지’다. 보물·지방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