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제철’ 여행지라 부를 수 있는 곳은, 전국에 포항뿐이다. 연락이 왔다. 새해도 되고 했으니, 기존 불만이 가득했던 에세이를 다른 형태의 원고로 바꾸자는 의견이다. 마감 일자를 두고 인질극을 벌였지만, 결국 ‘제철 여행’이란 주제로 결정이 나고야 말았다, 에헤이.그렇다. 말마따나 24절기를 갖춘 한반도에는 언제나 제철을 맞는 음식이 있다. 게다가 월간지 에 연재를 하는 것이니, 매달 결국 12번 제철 음식과 여행지를 제시하는 것쯤이야 무리가 아닐 테다.난 거창하게 시작할 신년 첫 여행지를 골똘히 고민했다. 늘 새해를
여행에서 가봤던 식당을 또 가는 건 절대 쉽지 않다. 지도 앱에 한없이 남아 있는 다음 맛집이 있으니까. 그럼에도 한 번 더 가고 싶게끔 하는 곳들이 있다. 오사카에서 2번 이상 맛본 식당 3곳을 모았다.●고급 라멘을 향해토리소바 자긴한국의 국밥처럼 일본 라멘의 다양성은 엄청나다. 돼지고기와 닭, 멸치, 조개 등 육수의 베이스가 되는 재료에 따라 나누기도 하고, 면과 먹는 방식, 간을 하는 재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이번엔 닭이다. 오사카에서 진한 닭 육수를 활용한 라멘을 맛보고 싶다면 토리소바 자긴(鶏Soba 座銀)을 찾으면
미식가도 아닌데 입맛이 까다롭다는 소리를 듣는다. 맛집을 검색해도 실패하기 일쑤다. 그런 탓에 여행에서 먹는 일은 언제나 고민거리다. 그런가 하면 유난히 맛있는 집을 잘 찾는 사람이 있다. 줄 서는 집도 아닌데 결코 실패하는 법이 없다. SNS에도 없는 새로운 맛집을 발굴해내기도 한다. 그런 까닭에 이번 강릉 여행에서 먹는 일은 온전히 그에게 맡기기로 했다. 결과는? 물론 백전백승이다. ●겨울은 붉은 홍게의 계절!무한리필 미스터홍게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따끈한 홍게찜이 생각난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사이로 발그레해진 몸을
일본 여행에서 대기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 가게가 조금만 유명해도 작은 가게는 수용 인원이 적어서, 큰 곳은 사람이 몰려서 줄을 선다. 짧은 일정의 여행에서 줄을 서는 건 큰 결심이 필요하지만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곳들이 있다. 12월, 직접 기다리고 끝내 맛을 본 도쿄 가게들이다.●한 그릇의 미학츠지한츠지한(つじ半)은 참치와 새우, 조개, 오징어, 오이, 파 등을 다져 밥 위에 올린 특별한 회덮밥을 판매하는 식당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영업 1시간 전부터 줄을 서고, 영업시간 내내 사람이 몰렸다. 3년이 지난 지금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가는 것들이 많다. 여행으로 주제를 좁히면 고양시가 왠지 그렇다. 거주민이 아니고서야 일산호수공원과 행주산성이라도 떠오르면 다행이다. 하지만 고양특례시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보면 썩 괜찮은 여행지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부산, 대구, 전라도, 제주도처럼 딱 떠오르는 대표 음식은 없지만, 잘 찾아보면 의외로 괜찮은 음식이 제법 있다. 털레기, 웅어회, 일산칼국수가 그 주인공이다. ●털레기가 뭐꼬?벵게식당털레기, 이름만 들으면 어떤 음식이 전혀 연상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무언가를 털어 넣고 끓여낸 탕 요
땅을 먹고, 바다를 마시고, 해를 씹었다. 강화도가 차려 준 밥상에서.●강화도의 정 강화국수배곯던 시절, 강화도의 국숫집은 서민들의 휴게소였다. 인천행 버스가 오가는 터미널에서, 다음 기차를 기다리는 역 앞에서, 숭어가 펄떡이는 시장 어귀에서. 10원짜리 동전 두 개면 김이 폴폴 나는 국수가 뚝딱 나왔더랬다. 시대는 변했어도 국수는 여전하다. 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수북이 나오는 면. 넘칠 듯 말 듯한 국물. 강화도의 정이 찰랑인다.메뉴는 보통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다. 잔치국수는 멸치 육수로, 비빔국수는 양념장으로 맛을 낸다. 특별할
시골길을 달리면서 스마트폰을 재촉해 카페를 찾는 것이 요즘 여행이다. 시골에 있는 카페라고 가벼이 볼 것도 아니다. 각자의 개성과 색깔이 묻어나는 공간은 또 다른 여행이 되기도 한다. 전남 장흥을 여행할 때 들릴 만한 카페 여섯 곳을 소개한다. ●갬성 터지는 장흥 핫플, 오차현장흥에서 가장 핫한 카페. 세련된 인테리어와 개성 있는 메뉴 덕분에 지역 주민은 물론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컨테이너를 이어 붙인 듯한 외관도 독특하지만 긴 복도처럼 보이는 실내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한 공간에 여러 가지 콘셉트를 조화롭게 섞어 놓았다. 창가
좋은 식당의 덕목은 맛에 그치지 않는 것 같다. 오랜 세월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도 중요하다. 음식을 매개로 서로의 추억을 공유하고,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공간으로 활용되니 말이다. 누구나 한 번쯤 가봤을, 아니면 한 번은 찾길 바라는 광주의 오래된 식당들이다.●광주인과 함께한 40년월계수식당1984년 개업한 월계수식당은 충장로의 터줏대감이다. 벌써 38년이나 됐고, 위치 덕분에 많은 광주인이 이름은 들어봤을 것 같다. 특히, 60~70년 부모님 세대가 대학생일 때도 있던 식당이라 1980~1990년대생도 익숙한 식당이다. 세대
여행의 즐거움 중 반은 맛이 채운다. 뭘 먹을지에 대한 고민도 여행 계획의 반을 채운다. 바다를 낀 여행지 강원도 고성에서 어떤 맛의 즐거움을 느껴볼까, 고민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정리해본 고성 해산물 맛집 리스트. ●감칠맛 나는 양념을 머금은 쫄깃한 해산물고식당해산물을 좋아한다. 볶음류를 좋아한다. 마늘 듬뿍 들어간 양념을 좋아한다. 이 3가지에 모두 “Yes!”라고 답한다면 무조건 좋아할 음식점이다. 고식당은 해물 철판 요리 전문점으로, 기본 메뉴는 낙지 철판 요리이고, 여기에 관자나 새우, 치즈로 짝을 맞춘 메뉴를 선보인다. 해
어느 분야에서든 오랜 세월을 버텨낸 자들은 다 그만한 이유와 힘이 있다. 춘천에도 단골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오래된 음식점들이 있다. 오늘은 닭갈비, 막국수 가게는 빼고 다른 종목으로 춘천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포 맛집들을 소개한다.●햄버거와 짬뽕라면의 기막힌 조합진아하우스춘천 사람들은 진아하우스보다는 ‘진아의집’으로 기억하는 곳. 햄버거집? 분식집? 술집? 이 가게는 한마디로 정의 불가다. 메뉴판만 봐도 알 수 있다. 햄버거, 치즈버거, 짬뽕라면, 김치볶음밥, 오므라이스부터 골뱅이무침, 감자튀김, 양파튀김 등 정말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경양식은 어느덧 60년이라는 세월을 쌓았다. 격식을 갖춘 양식을 가짓수를 줄여 단품 중심으로 간편하게 마련했다는 의미로 사용된 ‘경양식’.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1960~1970년대에 경양식이라는 용어가 본격 사용됐으며, 경양식 전문점 OO싸롱과 같은 광고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경양식으로는 함바스테이크와 비후가스, 돈가스, 오므라이스 등이 있으며, 크림 수프와 양배추 사라다, 김치, 단무지가 반찬으로 나온다. 접시에 얌전하게 펼쳐진 밥도 상징적인 모습이다. 1980년대 들어 경양식은 젊은층과 밀접하게
대구는 먹거리 천국이다. 취재를 위해 대구 식당 50곳을 다녀왔다. 비주얼, 양, 맛 모두 갖춘 스테디셀러 맛집들을 엄선했다.●77년 전통의 대구 대표 국밥국일따로국밥대구에는 뭉티기, 막창구이, 동인동 찜갈비 등 10가지 별미가 있다. 그중에서 밥과 국이 따로 나오는 따로국밥이 단연 으뜸이다. 오랜 시간 동안 대구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든든한 식사와 추억이 되어 준 음식이다. 1946년에 문을 연 국일따로국밥은 세월이 흘러도 한결같이 조화롭고 담백한 맛을 유지한다. 걸쭉한 고추기름 양념을 넣어 만든 육수에 다진 마늘 한 덩이, 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