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봐서는 섬이라는 착각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오해도 잠시, 마나도(Manado)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Sulawesi) 끝에 위치한 자그마한 도시다. 맑고 깨끗한 자연으로 전 세계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다양한 해양생물을 만날 수 있는 다이버들의 성지이기도 하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제한적으로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 모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발리 입국을 허용하고 있지만, 입국 후 격리는 여전히 필수다. 다만 코로나 상황을 주시하며 입국 후 격리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포착되고 있다는 점은 여행자들에
‘인도네시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발리가 아닐까.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9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발리를 개방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발리로 가는 직항편이 없는데다 입국 후 3일간 리조트에 머물러야 하는 등 제한이 많아 실질적인 여행이 어려웠다. 이후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해 격리기간이 10일로 연장(12월28일 기준)되며 인도네시아 여행은 또 한 번 숨을 고르며 다음을 기약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분간은 인도네시아에 대해 차분하게 공부해보면 어떨까. 자바족, 순다족 등 300여 종족이 함께 어울려 살며 다양한 문화를
자바섬을 떠나 보르네오섬으로 가는 길. 인도네시아의 중심은 서서히 옮겨 가는 중이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새로운 행정수도로 보르네오섬의 동칼리만탄주를 지정했다. 자카르타의 인구 포화에 따른 교통 체증과 공해, 잦은 홍수와 지반 침하 등이 주요 이유다. 본격적인 수도 이전 시점이 2024년이라니, 지금으로부터 4~5년 뒤면 이름조차 생소한 이곳에 적잖은 무게가 실릴 거란 말이다. 동칼리만탄주의 항구도시, 발릭파판을 여행하기로 한 데는 그 정도의 확신이 있었다.스포일러는 전무했다. 최근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회사가 39억7,000
캔버스를 넘어서는 감각은 온 도시에 퍼져 있었다.어마어마한 작품을 전시한 쇼핑몰부터 아티스트가 설계한 부티크 호텔, 갤러리를 표방한 카페까지.자카르타의 예술적인 장소들을 탐닉했다.●Complex전시와 쇼핑을 동시에간다리아 시티 Gandaria City알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어마어마한 작품이 대형 쇼핑몰에 무심하게 턱하니 놓여 있다. 이유는 간단히, 오너의 취향이다. 쇼핑몰(Gandaria City Mall)과 호텔(Hotel Sheraton Grand Jakarta Gandaria City)로 이루어진 간다리아 시티의 소유주,
여행은 선택의 문제다. 세계에서 섬이 가장 많은 나라라면 더구나. 지도상에 점처럼 박힌 작은 섬들과 7,000여 개의 무인도까지 모두 포함한 인도네시아의 섬은 무려 1만7,507개*. 자바섬, 술라웨시섬, 수마트라섬, 보르네오섬 등 굵직한 섬만 보더라도 인도네시아는 확실히 선택과 집중을 요하는 여행지다. 그렇다면 중심에서부터. 수도 자카르타로 향한다. 두 번의 기내식을 먹고 세 편째 영화의 결말은 다 보지 못한 채, 자바섬의 왼쪽 끄트머리에 착륙했다.히잡을 쓴 여인들이 이국을 실감케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국민 87% 가량이 이슬람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바다 위, 그 어딘가를 표류 중이다. 갑판 위로 오르니 별이 넘실거리는 건지, 파도가 넘실거리는 건지. 아무래도 상관없는 바다는 그저 검을 뿐이다.●항해항해란 흔들림에 이끌리는 것이다.흔들려서야 피어나는 꽃과도 같은 것이다.이 세상 모든 것이 그렇게 피어나니틀림없이 피어날 것이다.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새벽녘, 배에 올랐다. 인도네시아에는 약 1만7,504개의 섬이 있다. 하루마다 1개의 섬을 여행한다면 꼬박 47년 하고도 5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소순다 열도에 위치한 플로
발리를 찾는 관광객은 대개 쿠타나 우붓, 기껏해야 킨타마니산에만 머물다 간다. 북부 발리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다. 발견되지 않았거나 드러나지 않은 낙원 같은 숙소들, 그리고 경외의 대상인 활화산, 아궁을 찾아 북부 발리로 간다.●나는 아궁만 쳐다보았다 늘 꿈꾼다. 작은 배낭 하나 들고 세상을 거닐기를. 편도 티켓만 들고 나선 이번 여정에 짐은 달랑 7kg짜리 배낭뿐이다. 공항에서 무게를 재니 9kg. 반팔티셔츠를 빼고, 카메라 충전기를 빼고, 면도기를 빼고, 손톱깎이를 뺐더니 2kg이 줄었다. Dslr 카메라는 진작 포기했다. 이렇
싱가포르에서 두 시간을 더 날아서 발리에 도착했다.시끌벅적한 호객꾼 무리 너머로 특유의 공기가 전해져 오는 순간, 온몸의 긴장이 풀어지고야 말았다. ●발리에서 생긴 일발리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테라스 너머로 높이 솟은 야자나무와 유난히 푸른 하늘, 새들이 재잘거리는 소리, 그리고 뜨거운 공기가 이를 방증했다. 싱가포르에서 비행기를 타고 두 시간을 더 날아와 숙소에 도착하는 수고가 있었음에도 피로 누적은 없었다. 발리에 왔으니까.눈을 비비고, 손으로 머리 모양을 대충 잡고는 조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운지로 향했다. 직원에게 방 번호를
작은 배를 타고 바다 위의 사바나, 바다 위의 나미비아와 같은 플로레스해를 항해했다. 낯설기만 한 빠다섬과 길리라와 다랏섬에서 트레킹을 하고, 카나와섬에서 스노클링을 즐겼다. 코모도섬과 린차섬에선 이 시대 마지막 남은 공룡의 후예와 만났다. 인도네시아는 매우 광대하고 깊은 나라였다. ●바다 위의 나미비아 인천에서 출발해 적도를 넘어 발리로 날아왔다. 하지만 목적지는 발리가 아니다. 한 열에 네 자리씩 있는 프로펠러 비행기에 다시 올라 월리스 라인(Wallace Line)을 넘어 오세아니아로 향했다. 월리스 라인은 영국의 동식물 연구
수많은 사원과 가식 없는 미소를 지닌 사람들, 끝을 모르는 밀림, 죽은 듯 고요히 숨 쉬고 있는 화산, 원시의 냄새가 배어 있는 예술작품, 그리고 느린 산책. 무수한 신들이 하루를 꼭 붙들어 매고 있어서일까, 발리의 시간은 유독 천천히 흐른다. *잘란잘란(Jalan-Jalan)|인도네시아어로 ‘산책’, ‘어슬렁거리다’라는 의미 발리가 인기 여행지로 자리 잡은 건 1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구 사람들은 전쟁을 겪으면서 산업화를 비롯한 문명의 진보라는 가치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유럽 부유층 사이에서는 ‘미개’라고
울렌 센타루 박물관 Museum Ullen Sentalu고대 마타람 왕조의 다양한 유물을 모아 놓은 박물관이다. 고대 마타람 왕조는 훗날 솔로와 족자카르타로 왕조로 나눠지게 되는데, 특히 유명했던 시대의 왕과 공주들에 대한 초상화와 이야기를 가이드 인솔 하에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등장하는 인물이 워낙 많고 복잡해서 확실하게 이해하기는 좀 힘들다. 그보다는 곡선과 계단, 미로의 형태로 만들어진 미술관의 건축과 자연에 둘러싸인 야외가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정원과 연못, 동굴처럼 만들어진 전시관들을 오가는 사이, 그 분위기만으로도 여
족자카르타에서 주요 일정을 보내고, 여행의 막바지에는 솔로 지역으로 이동했다. 거리는 60km 정도 떨어져 있지만, 길이 좋지 않아 가는 데 한 시간 반 이상이 걸린다. 수라카르타(Surakarta)라고도 불리는 솔로는 족자카르타와 같은 땅, 같은 왕의 도시였다. 8세기 마타람 왕국의 전통을 잇는 술탄 왕조가 내려오다 1755년 솔로왕의 남동생이 족자카르타로 넘어와 새로운 왕조를 만들면서 두 개의 왕조로 나뉘게 되었다. 전통문화에 대한 애착이 크고 보수적인 솔로왕과 달리, 외교에 능통하고 신문물을 빠르게 받아들인 족자카르타 왕조는
발리로 떠나기 바로 전날 아궁 화산이 폭발했다. 발리 공항은 폐쇄됐고, 이틀 뒤 출장 일정은 족자카르타로 바뀌었다. 일행 중 몇몇은 발리가 아닌 것에 서운해 했지만,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여행지’에 족자카르타가 있었던 나는 ‘드디어’ 하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기대했던 보로부두르 사원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왔던 프람바난 힌두사원 네덜란드가 지배 당시, 불상의 머리를 잘라 팔아 먹거나 가져가서 얼굴 없는 불상이 많이 남게 되었다 부처의 일대기가 그려진 부조에는 원래 안료가 칠해져 있었지만 1,000년 넘게 화산재에 묻혀
인도네시아를 말하는독특하고 조금은 이상한 키워드들#수동비데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꼽으라면 화장실 시설. 좌변기 옆에 미니샤워기가 달려 있다. 뒷물용 수동식 비데로, 보통 쓰는 비데처럼 단추 한 번만 누르면 되는 편리함은 떨어지지만, 손을 닦거나 청소를 하고 나올 수도 있어 매우 위생적이다. 인도네시아에 워낙 물이 풍부하기도 하지만, 종교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무슬림들은 하루에 기도를 5번씩 하는데, 예배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우두(Wudu)·일부세정 혹은 구슬(Ghusl)·전신세정을 해야 하므로 물이 꼭, 자주
화수분 인도네시아Unlimited Stories about Indonesia 화수분(貨水盆)은 ‘재물이 자꾸 생겨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다’는 뜻이다. 인도네시아를 표현하면 딱 이 단어다. 온 생을 다 바쳐도 다 알 수 없을 것만 같은, 거의 무한대의 이야기가 있는 인도네시아를 몇 가지 키워드로 들여다보았다. 물론 이건 겨우 목차에 불과하다. 발리 우붓 거리에서 마주친 그림 발리 짐바란 해변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족자카르타 술탄왕궁 족자카르타 보로부두르 사원(Borobudur Temple)이 나라와 어떤 인연인지 모르지만 두 달 사이
순수로의 초대코타 마나도 (Kota Manado) 뜨거운 태양 따위는 문제 되지 않았다. 바다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초록과 파랑을 보여 주고 있었다. 온몸을 불처럼 활활 태웠다. 꽃밭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물속에서. 눈 감으니 청량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사랑받고 자란 아이들이 내는 행복한 음악이다. 여기는 마나도다. 물빛이 특히나 아름답기로 소문난 리하가섬 데칼코마니가 되어 버린 마나도의 하늘과 바다 마나도는 섬이 아니라, 술라웨시에 있는 자그마한 도시다 어디에서나 환한 웃음을 보여 주는 마나도 주민들. 뒤에 보이는 파란
럭셔리 리조트들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자연이면 자연, 전망이면 전망, 감각이면 감각.각기 다른 개성으로 ‘럭셔리’를 표현하는 발리 누사두아 해변의 리조트들을 모았다. 1. 호텔 전체가 한적한 정원 그랜드 하얏트 발리(Grand Hyatt Bali)이렇게 평화로운 풍경을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도시 한가운데 자리한 하얏트 호텔과는 달리, 누사두아(Nusa Dua) 해변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발리는 마치 리조트 전체가 거대한 정원 같다. 객실 발코니에 앉아 연못에 두둥실 떠 있는 연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냥 한
땅꾸반 프라후 화산 분화구 주변을 둘러싼 노점 풍경 ●Bandung 반둥 방울방울 맺힌 반둥의 추억얼마 전 마트에서 뽀로로 버블건을 보고 갖고 싶다고 말했다가 마치 제 아들 나무라듯 “네가 애냐?” 꾸지람을 준 친구에게 보란 듯이 한 장의 사진을 전송했다. 하트 모양 막대기에서 봉긋하게 맺힌 비눗방울. 바다로 둘러싸인 발리에서 화산으로 둘러싸인 고원 분지 반둥으로 옮겨 오는 동안 나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벤자민 버튼이 된 것인가? 옥빛의 화산 호수 까와 뿌띠Kawa Putih에서 1만 루피아, 우리 돈 800원 남짓을 주고 산 비눗
데이터 로밍을 하지 않은 채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어쩐지 애틋해지고 싶었다. 나는 그곳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대신 ‘바구스’를 외쳤다. 엄지손가락 척 하니 들 만큼 만족스러울 때 말하게 되는 인도네시아의 ‘따봉ta bom’이랄까. 발걸음을 늦추고 들숨과 날숨으로 만난 인도네시아의 또 다른 표정, 나의 바구스 인도네시아. 초록은 동색이 아니다. 제각각 푸른빛을 뽐내는 울루와투 사원 전경 ●Bali 발리 아무것도 안 해도 좋은 발리최근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인도네시아로 떠나야 했을 때 같은 질문을 나 자신에게 했었다. 그리고 쉽게 발리와 자카르타를 후보에서 제외시켰다. 서울에서, 서울과 비슷한 곳으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 지도를 들여다보다가 눈동자와 함께 손가락이 멈춘 곳이 있다. 반둥이었다. intro 스프링처럼 반동하며 ‘반동’과 발음이 비슷해서였을까, 이름에서부터 묘한 저항의 느낌을 받았다. 활화산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화산도 일종의 반동이 아닌가.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과 소련의 패권에 반동하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정상들이 급히 모였던 곳이라는 정보도 얻었다. 한때 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