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해가 어스름에 젖어들 무렵 그 아름답다는 홍콩의 밤거리를 기어이 등진 수천의 무리가 한적한 부둣가에 줄을 지었다. 배웅과 마중이 교차하는 터미널 특유의 어수선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람들의 움직임은 일사불란했고, 누구 하나 멀어져 가는 항구를 향해 머쓱하게 손을 흔드는 일도 없었다. 뒤돌아볼 새 없이 시작된 이틀 밤의 크루즈는 꿈자리가 좋았던 날 아침처럼 여차하다 잊어버릴 것만 같아 계속 되뇌게 되는 시간이었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하는 최신 영화도 훌륭하지만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그 배경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주크 비치 클럽
필리핀. 눈부신 화이트 비치와 바다, 그래서 휴양만을 떠올린다면 아직 필리핀의 매력을 다 알지 못하는 것이다. 필리핀은 용암이 흘러 넘쳤던 화산을 오르고, 섬에서 섬으로 뛰어다닐 수 있는 모험가의 땅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는지. 만렙의 필리핀 여행자가 되기 위한 미션을 수행하고 돌아왔다. 피나투보 화산 트래킹은 거칠다. 큼지막한 돌과 듬성듬성 물길이 길을 막아서지만, 어려움보다 피나투보를 오르는 즐거움이 더 크다 ‘필리핀 모험가’의 칭호를 얻기 위한 미션으로 총 세가지에 도전했다. ① 피나투보 화산 정상 오르기② 잠발레스 아일랜드
Artificial vs. Natural인공적인 것들의 자연스러움 ‘인공’이라는 말이 붙으면 왠지 부자연스럽다. ‘인공 자연’이라는 말은 더더욱 역설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100%는 아니다. 싱가포르의 자연은 인공적이지만 자연스럽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플라워 돔. 꽃과 등의 조화가 아리땁다 가로등 역할을 하는 슈퍼트리. 낮보다 밤에 더 할 일이 많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잇는 스카이웨이(Skyway)진짜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싱가포르 하면 떠오르는 사자, 머라이언(Merlion)상만큼이나 자주 봐 왔다. 미래세계에 나무가 있다
Artistic vs. Ordinary예술은 곧 생활이고, 생활은 곧 예술이다 싱가포르에서 예술은 지척에 있다. 무심코 지난 거리 벽면에 그려진 알록달록 벽화에, 갤러리 옥상에 걸린 파란 하늘과 빙글빙글 돌아가는 관람차에 있다. 소리 없이, 예술은 어느새 싱가포르 사람들의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싱가포르 도시 계획 기관 URA의 조형물. 작은 집과 가게 하나하나까지 빠짐 없이 표현했다 내셔널 갤러리 루프톱에서 내려다본 밀리언달러 뷰 ‘엄마(Mother)’라는 제목의 태국 작품. 아이를 품은 엄마의 마음을 둥글게 표현했다 갤러리
싱가포르는 묘하다. 히잡을 둘러쓴 여인들이 차이나타운을 지나고, 인도 음식을 먹는 와중에중국어가 들려온다. 싱가포르의 가장 큰 매력은 도무지 하나로 표현하기 힘든 이 모호함에서 온다. 새빨간 등이 훤히 불을 밝히는 차이나타운의 밤 싱가포르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어렵다인구의 약 74.2%가 중국계, 13.3%는 말레이계, 9.2%의 인도계와 나머지 기타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는 싱가포르는 그야말로 복합적이다. 사람들의 외모와 언어, 문화는 당연히 가지각색이다. 중국어·말레이어·타밀어 등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고 불교·기독교·힌두교 등의
아마쿠사(天草諸島)#기도하라 ●조용하고도 강한 어촌마을나가사키에서 아마쿠사까지는 배를 타고 30분이면 닿는다. 그 중간에 돌고래들이 서식하는 곳이 있어 돌고래 와칭과 겸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한다. 벚꽃이 가득한 아마쿠사·이와지마 올레길 구마모토현의 남서부에 있는 아마쿠사에는 천주교와 관련된 사적이 많다. 그중 한 곳이 사키쓰(﨑津) 마을이다. 천천히 사키쓰 마을을 걸으며 안내하던 아마쿠사 다카라지마 관광 협회 하마사키 미카 씨는 동네 주민들과 인사를 주고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무슨 말인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반갑게 주고받
●Restaurant시마바라시와 아마쿠사제도에는 온정을 듬뿍 느낄 수 있는레스토랑과 카페가 가득하다. 배부르게 먹고 돌아서면 생각나는놓치면 아쉬운 레스토랑과 카페를 선별했다. ▶시마바라반도담백하고 개운한 바로 그 맛오바마 짬뽕 오바마를 방문했다면 주저 없이 맛봐야 할 ‘오바마 짬뽕’. 나가사키 짬뽕이 오바마로 들어오면서 기존 돼지고기 육수에 새우, 오징어 등 해산물을 더해 탄생하게 됐다. 덕분에 오바마 짬뽕은 해산물 베이스의 육수로 한층 개운하고 담백한 국물 맛이 특징이다. 오바마에는 오바마 짬뽕을 널리 알리기 위한 오바마 짬뽕
바람막이가 되어 주던 두툼한 겉옷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면서, 차디찬 바다 한가운데서, 주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 정상에서도 따뜻한 바람을 만날 수 있었다. 시마바라반도, 아마쿠사에서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하기에 딱 좋은 ‘봄’이었다. 시마바라반도 & 아마쿠사는?시마바라바반도는 일본 규슈에 위치했다. 나가사키현 나가사키시 남동쪽에 자리한 반도로 운젠시와 시마바라시, 미나미 시마바라시 세 지역이 속해 있다. 아마쿠사도 규슈에 위치했지만 소속된 현은 구마모토현. 구마모토현의 남서부로 아마쿠사시, 가미아마쿠사
지난밤 가고시마에서 올라와 후쿠오카현(福岡県)의 노천온천에서 하룻밤을 보냈지만 뻐근함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준비한 비장의 무기는 샤론 파스. 일본에 오면 꼭 사야 한다는 이 명함 크기의 파스를 발바닥에 붙이고 나니 시원한 느낌이 정강이까지 전해져 왔다. 19번째 규슈올레인 미야마·기요미즈야마 코스는 후쿠오카현 남부의 미야마시(みやま市)와 기요미즈야마를 아우르는 코스다. 코스 이름에 아예 산이 포함되어 있으니 단단한 각오도 준비물로 배낭에 챙겨 넣었다. 마을에서 조야마삼림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은 왕대나무가 촘촘한 숲길이다.
그래도 나는 산과 길에 대해 나름의 경의를 표하며 살아왔다.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정상에 가 봤고 안나푸르나도 베이스캠프까지는 다녀왔다. 카미노데산티아고의 850km도 꼼꼼하게 다 걸었고, 제주 올레도 기회가 될 때마다 새로운 구간을 찾아다녔으니 말이다. 이 정도면 됐다 싶었는데, 몇 해 전부터 조금씩 마음을 흔들던 이름이 하나 있었다. 규슈올레였다. 일본이여서 그랬던 것 같다. 열 손가락으로 모자를 만큼 여행했지만 대부분 온천, 식당, 박물관, 쇼핑점에서만 멈춰 섰던 여행이었다. 단 한 번 일본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과 정을 처
가 보았는데 또 가고 싶은 곳이 있다. 내겐 그런 곳 중 하나가 타이완 지우펀(九份)이다. 타이완 동북쪽에 자리한 산촌, 지우펀은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다. 옛날 옛적, 육지에 길이 나기 전엔 바다를 통해서만 드나들 수 있는 오지 중의 오지였다. 당시 지우펀의 가구 수는 겨우 아홉. 아홉 가구의 주민들은 생필품도 함께 사서 사이좋게 아홉 등분으로 나누었다. 우리 발음으로 ‘구분(九份)’, 지우펀이라는 마을 이름은 그렇게 탄생했다. 지우펀의 가장 높은 전망대에 오르면 화려한 사원과 아름다운 섬, 먼 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아홉 가구
Taiwan Lantern Festival첫 번째 타이완 여행을 떠올린다. 로맨틱한 크루즈 여행이었다. 하지만 저녁 6시만 되면 신데렐라처럼 배로 돌아가야만 했고, 그 화려하다는 타이완의 야경은 구경조차 못해 아쉬움이 컸다. 그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두 번째 타이완 여행은 ‘야경’이 주제다. 정월대보름의 타이완 등불축제를 운명처럼 여행했다. 타이완 등불축제의 밤, 거대한 등불 사이로 오색찬란한 불꽃이 수를 놓는다 해가 지자마자 찾아오는 마법의 시간 ‘매직아워’에 사진을 찍으면 등불과 하늘의 노출을 동시에 살릴 수 있다 로맨틱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