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이 좋아, 후라이드가 좋아?’ 이후 최대의 난제, 홍콩의 낮 vs 밤.뻔한 답이지만 어쩔 수 없다. 둘 다 좋은걸.●Midday in Hong Kong한낮을 보내는 방법 꾸무적꾸무적 일어나 어슬렁어슬렁 산책하기.두 가지만 제대로 지킨다면, 홍콩에서 최고의 낮을 보낼 수 있다. "완탕면 한 그릇과 한낮의 산책. 걸을수록 홍콩과 가까워졌다. 열렬한 햇빛은 늘 함께였다.” 겹겹의 낮홍콩의 낮을 떠올리면 팝업창처럼 튀어나오는 몇 장면들이 있다. 홍콩에선 아침마다 완탕면을 먹었다. 소고기 완자 반, 새우 완자 반. 첫 끼에 둘 다 넣는
남인도로 떠난 네 번째 인도 여행에서 깨달았다.최고가 최악이 되고 최악이 최고가 되는 이곳,인도는 천국도 지옥도 아닌 우리의 인생과 닮아 있음을.#1 마말라푸람Māmallapuram딜럭스 버스 작은 어촌인 마말라푸람(M?mallapuram)으로 가는 버스 안. 금방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버스는 안팎으로 심하게 낡았고, 하차를 알리는 벨도 존재하지 않는다. 승하차의 경계가 없는 두 개의 문도 열린 채로 버스는 출발했다. 앞뒤로 멘 배낭을 빈 좌석에 내려놓으니 베이지색 옷을 입은 사내가 아무 말 없이 접근했다. 왼쪽 손가락 사이
잘 먹고, 잘 쉬고. 몸을 챙길 때다. 여행이 자유로워지는 날 가장 먼저 달리고 싶은 오키나와 건강 로드.맑고 투명한 물빛,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바다. 자연이 이리도 맑으니 오키나와를 터전 삼은 먹거리도 깨끗할 수밖에. 오키나와는 청정 자연을 바탕으로 신선한 해산물과 고기, 채소 등이 풍부하다. 특히 흑당, 소금, 모즈쿠, 시콰사, 아와모리 다섯 가지 특산품은 음식에 녹아들며 감칠맛을 더한다. 몸도 마음도 오롯이 치유하기 위해 오키나와 특산품과 산지를 함께 들여다봤다. ●salt 바다가 선물한 생명소금오키나와 소금은 산지에 따라
아무런 예고도 없이 세상이 멈췄지만, 다시 세상은 조금씩 힘을 내며 흘러가고 있다. 지금 여기 홍콩은 조금 덜 붐비고 차분하지만, 차츰 예전의 활기와 일상이 돌아오고 있다. 나는 홍콩 미드레벨에서 살고 있는 8년차 ‘미드레벨러’다. 운동화를 신고 신발끈을 꽉 조이며 하루를 시작한다.●미드레벨과 사랑에 빠지기까지 오래전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 홍콩으로 이사를 결정하고, 현지 부동산 직원에게 연락을 했다. 그녀의 이름은 ‘메이(아직도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니 신기하지만)’였다. 그녀는 내가 살 만한 집들의 추천 리스트를 메일로 보내 줬
짧은 싱가포르 출장 동안 수많은 생각을 했다. 만날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여행. 손을 잡고 포옹을 하며 부대끼던 여행이 문득 그리워졌다. ●네, 이 와중에 해외로 떠납니다 나도 하소연을 좀 해야겠다. 1년을 투자해 쓴 미국여행 책은 인쇄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신문 속 여행 지면도 사라져 연재하던 칼럼도 끊겼다. 대형 서점에서 여행 코너가 사라진 지는 오래다. 여행과 삶이 밀접했던 이들에게 2020년은 쓰다만 일기다. 시작은 했으나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훌쩍’이라는 단어는 콧물에만 붙이는 단어가 되었다. 우리는 다시 여행할 수
●Eco Tour 스리랑카 에코투어 자연과 공존하는 법Habarana하바라나 - Bentota벤토타 전 세계적인 역병을 겪는 동안 자연이 오히려 회복되었다는 아이러니한 뉴스를 접했다. 스리랑카처럼 개발의 급물살이 흐르는 곳에서 여행자가 발휘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이 있다면 에코 투어를 요청하는 일이다. ●이 구역의 왕은 코끼리 후루루 코끼리 사파리스리랑카에서 코끼리는 신성한 동물이지만, 위기에 처한 동물이기도 하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대형 포유류가 처한 상황은 다 비슷하다. 스리랑카에는 약 5,000여 마리의 코끼리가 남아 있다고
●Beach Road스리랑카 비치 로드 빛나는 땅, 빛나는 바다 Galle갈 - Hikkaduwa히카두아 - Bentota벤토타 - Beruwala베루왈라●찬란한 지금 이 순간 성곽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시간의 흐름이 달라졌다. 3km에 이르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갈(갈레) 포트(Galle Port)다. 오래된 도시에 오면 항상 그렇듯 차는 무용지물이 됐다. 성벽을 따라 휘휘 돌며 건성으로 이건 뭐, 저건 뭐를 외치던 가이드는 곧 주차를 하고 자유시간을 선언했다. 다행이었다. 흔히 ‘갈레’라고 표기하고, 현지인들은 거의 ‘골
●Tea Road스리랑카 홍차 로드 실론티 한 잔에 담긴 것들Kandy캔디 - Nuwara Eliya누와라엘리야홍차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잘 알든, 모르든, 스리랑카에서 마시는 홍차는 맛있다. 에티오피아에 다녀온 사람들이 갑자기 커피 예찬을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 오리지널의 힘이다. 한국의 비싼 티숍에서 마셨던 영국 홍차보다 스리랑카의 언덕 휴게소 홍차가 더 인상 깊었음을 고백한다. 이런 ‘홍차알못’이 짧은 여행으로 홍차 마니아가 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리랑카 홍차여행은 예찬할 수 있다. 역사, 문화, 사람, 자연이 모
세렌디피티는 ‘우연한 발견의 즐거움’을 뜻한다. 그 어원인 세렌딥(Serendip)은 페르시아가 스리랑카를 부르던 옛 이름으로 ‘보석의 땅’이란 뜻이다. 보석 같은 발견의 기쁨이 우연처럼 이어지는 곳. 그런 곳이다, 스리랑카는. 인도의 남쪽 섬나라 스리랑카는 한반도 3분의1 면적(6만5,610km²)에 인구는 2,100만여 명이다. 해양 실크로드 상에서 서구 강대국의 식민 지배 시절과 독립 이후 이어졌던 오랜 내전이 종식된 이후, 지금은 꼭 가 봐야 할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해발 2,000m가 넘는 중남부 산악지대 중턱의 푸른
도시에 긴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햇살 뒤에 숨었던 낡은 건물들은 서서히 몸을 일으켜 세우고 거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골조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기둥과 이끼 때가 가득 낀 녹갈색 벽체, 형언할 수 없는 신비감에 심장이 뛰었다.시간이 멈춰선 거리호기심에 나선 오후 5시의 도심 산책. 슬레이브 아일랜드는 숙소인 시나몬 레이크사이드 콜롬보(Cinnamon Lakeside Colombo)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한국보다 다소 이른 퇴근길의 콜롬보는 북적였으며 차량과 릭샤가 뒤엉켜 혼잡하기까지 했다. 슬레이브 아일랜드란 이름에서
자바섬을 떠나 보르네오섬으로 가는 길. 인도네시아의 중심은 서서히 옮겨 가는 중이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새로운 행정수도로 보르네오섬의 동칼리만탄주를 지정했다. 자카르타의 인구 포화에 따른 교통 체증과 공해, 잦은 홍수와 지반 침하 등이 주요 이유다. 본격적인 수도 이전 시점이 2024년이라니, 지금으로부터 4~5년 뒤면 이름조차 생소한 이곳에 적잖은 무게가 실릴 거란 말이다. 동칼리만탄주의 항구도시, 발릭파판을 여행하기로 한 데는 그 정도의 확신이 있었다.스포일러는 전무했다. 최근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회사가 39억7,000
캔버스를 넘어서는 감각은 온 도시에 퍼져 있었다.어마어마한 작품을 전시한 쇼핑몰부터 아티스트가 설계한 부티크 호텔, 갤러리를 표방한 카페까지.자카르타의 예술적인 장소들을 탐닉했다.●Complex전시와 쇼핑을 동시에간다리아 시티 Gandaria City알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어마어마한 작품이 대형 쇼핑몰에 무심하게 턱하니 놓여 있다. 이유는 간단히, 오너의 취향이다. 쇼핑몰(Gandaria City Mall)과 호텔(Hotel Sheraton Grand Jakarta Gandaria City)로 이루어진 간다리아 시티의 소유주,
여행은 선택의 문제다. 세계에서 섬이 가장 많은 나라라면 더구나. 지도상에 점처럼 박힌 작은 섬들과 7,000여 개의 무인도까지 모두 포함한 인도네시아의 섬은 무려 1만7,507개*. 자바섬, 술라웨시섬, 수마트라섬, 보르네오섬 등 굵직한 섬만 보더라도 인도네시아는 확실히 선택과 집중을 요하는 여행지다. 그렇다면 중심에서부터. 수도 자카르타로 향한다. 두 번의 기내식을 먹고 세 편째 영화의 결말은 다 보지 못한 채, 자바섬의 왼쪽 끄트머리에 착륙했다.히잡을 쓴 여인들이 이국을 실감케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국민 87% 가량이 이슬람
오토바이 바퀴가 굴러간다.마음에 진한 자국이 남았다. ●끈적하고 아찔했던 저녁미키, 그녀의 이름이었다. 미키마우스 할 때 그 ‘미키’라고, 퍽 외우기 쉬운 이름 아니냐며 그녀는 해맑게 웃어 보였다. 난, 그렇게 그녀의 미소에 완전히 속았다. 오후 다섯 시. 분노의 질주가 시작됐다. 베트남 호찌민 시내는 소리로 가득했다. 빵, 빵빵, 때때로 빠앙. 2초 간격으로 클랙슨은 쉴 틈 없이 울렸다. 배기통에서는 덜덜거리는 불안정한 소리가 났다. 매연으로 탁하고 매캐해진 공기는 애교였다. 도대체 몇 대의 오토바이가 있는지 가늠도 안 되는 도로
풍성한 도피처를 찾았다. 선라이즈 요가와 달빛 아래 수영. 신선한 해산물까지 곁들이니 부족한 거라곤 시간뿐이다. ●바다 향 섞인 작은 해변마을일단은 소였다. 그게 시작이었다. 강아지처럼 마당에 나와 주인 곁에서 한가롭게 낮잠 자던 소 말이다. 다음은 들판이었다. 바람에 물결치는 초록빛 풀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마지막은 나무다. 길가에 삐죽삐죽 솟은 이름 모를 나무들이 쐐기를 박았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 모든 것들이 ‘여기서부터 호짬’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명백한 신호다.베트남 호찌민에서 두 시간 반. 남동쪽 바다를 향해 버스를 타
시시때때로 마주하는 장면들에 시간이 멈췄다. 늘어져 버린 시간에서는 여유가 튀어나왔고덕분에 홍차 한 잔의 온기는 더욱이나 오래 남았다. *인도 북동부는 총 8개 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지역마다 아름다운 풍광과 잘 보존된 부족 문화를 자랑한다.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는 인도 본토와는 또 다른 매력을 안겨 준다. Manipur 마니푸르 ●Imphal 임팔 감속 여행의 시작점 ‘잘디잘디(Jaldee Jaldee)’. ‘빨리빨리’라는 뜻의 힌디어는 인도에 도착해서 가장 처음 배운 단어다. 성격 급한 여행객에게 그 말은 찰떡같이 입력됐고,
인도차이나 반도에 남은 숨은 보석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곳. 미얀마에 벌써 세 번째 여권 도장을 찍고 오는 길이다. ●금빛 불탑과 명상의 도시양곤 Yangan황금 도시를 걷는 시간“밍글라바(Minglaba)!” 미얀마식 인사말에 오랫동안 잊고 지낸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새벽녘 찬 공기가 금세 따스한 온기로 채워지며 발걸음이 좀 가벼워졌다. 숙소를 떠난 지 10분 남짓 됐을까. 어두컴컴한 거리에 황금빛 사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얀마의 상징인 쉐다곤 파고다(Shwedagon Pagoda)다.쉐다곤 파고다
한껏 게을러지고 싶었지만 마냥 너부러지고 싶진 않았다. 마침한 그런 곳을 가까이서 찾았다.할롱, 할롱, 하롱베이. 그 이름을 노래처럼 흥얼거리며 바다의 숲, 하롱베이를 노닐었다.●이유 있는 여유 가 보지도 않고 ‘뻔하지’라고 생각했다. 단체 여행객들이 무리 지어 이동하는 패키지 상품 이미지가 가득한 하롱베이(Ha Long Bay) 말이다. 석회암의 구릉 대지가 오랜 세월 비바람에 시달리고 바닷물에 침식되어 바다 위로 머리 내민 섬이 되었다. 섬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삐죽하게 솟은 기암까지, 그 수를 세어 보면 수천 개에 달한다는데
바람의 온도가 체온을 닮은 날이었다. 그 동질감이 반가워 몸도 마음도 가벼이 떠나기로 한다. 비운 자리엔 도쿄를 가득 담아 오면 되니까. ●우연히 발견한 하루첫 도쿄는 우연에 맡겼다. 가고 싶은 곳이야 두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으니, 그럴 땐 오히려 두 손을 탈탈 털어 버리는 것이 상책. 과감하게 휴대폰 지도를 끄고 지나가는 사람을 따라 그저 흘러 다녔다. 슬슬 배고파지던 차에 발길이 이끄는 대로 향했다. 첫 끼는 카레로 정했다. 정성껏 담겨 나온 카레를 크게 한 입 욱여넣었다. 소박하고도 거창하다. 첫인상이 좋다. 도쿄에서
●그들만의 아름다운 호흡푸농족 레저 농장Bunun Tribal Leisure Farm화롄에 아메이족 농장이 있다면, 타이동에는 푸농족 농장이 있다. 푸농족 레저 농장은 원주민을 주제로 한 레저 농장이다. 25년 전, 타이베이 북동쪽에 위치한 지룽시에서 타이동으로 이주한 푸농족 사장 부부는 이곳에 거주 중이던 푸농족 원주민들과 함께 지금의 푸농족 레저 농장을 일구었다. 타이완 내에는 약 6만 명에 가까운 푸농족이 있는데 그중 농장 인근에는 5개의 푸농족 마을을 중심으로 2,000~3,000명의 푸농족이 거주 중이다. 농장은 모두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