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 호텔 인근의 작은 카페 아우름(Aurum)에서 더블 에스프레소를 한입에 털어 넣고 스위스 남부에 위치한 도시 루가노(Lugano)를 목표로 길을 나섰다. 이번엔 기차뿐만 아니라 배의 힘도 빌리기로 했다. 풀어 설명하자면 루체른 선착장에서 플뤼엘렌(Fluelen)까지는 유람선으로(약 2시간 45분 소요), 플뤼엘렌에서 루가노까지는 기차로(약 2시간 30분 소요) 이동하는 계획. 그러니까 크루즈 여행과 기차 여행이 결합된 형태다. 증기선을 타고 플뤼엘렌까지 이어진 호수 여행은 고양이의 늘어진 낮잠처럼 평온했다. 배는 바다
물. 21년 만에 다시 만난 스위스에 대한 호감정은 물, 정확히 말해 루체른(Luzern)의 한 호텔 객실 수돗물에서 비롯됐다. 항공기의 인천공항 지연 출발, 광활한 모스크바공항에서 헐레벌떡 걸어서 환승, 취리히공항에서 기차 타고 9분 걸려 취리히 중앙역으로 이동, 중앙역에서 기차 갈아타고 45분 지나 루체른역 도착, 역에서 호텔까지 약 550m 도보 이동. 첫날 숙소인 호텔 앙커(Hotel Anker)에 체크인하기까지 긴 여정을 감내해야만 했다. 목이 말랐다. 게다가 항공사 실수로 인천공항에서 부친 짐이 도착하지 않아 더 목이 탔
지도를 확대하고 확대해야 겨우 보이는 이 작은 섬에는 무엇이 있을까?구름 한 점 없이 쨍한 하늘과 눈 시리게 맑은 바다, 비밀스런 몰타가 있다. 몰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남쪽으로 93km 정도 떨어져 있는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다. 행정적으로는 유럽에 속해 있고, 지리적으로는 북부 아프리카와도 가깝다. 몰타, 고조, 코미노, 크게 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 가장 큰 몰타섬은 제주도의 6분의 1 가량 크기다. 국민 대다수는 몰타인이지만, 지리적 특징으로 인해 외국인들도 많이 모여 산다. 몰타어와 함께 영어를 공용어로 사
무역항으로 명성을 날린 엘베Elbe강 하구 하펜시티(Harpen City)와 햄버거의 발상지. 함부르크(Hamburg)가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이유에는 이 밖에도 하나가 더 있다. 마니아들의 성지, 미니어처 원더랜드(Miniatur Wunderland)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작은 세상오전 일찍 매표소에는 이미 긴 줄이 있었다. “학생들 방학과 휴가 시즌이 막 지나서 그나마 이 정도예요.” 안내를 맡은 미니어처 원더랜드 세바스티안 마케팅 총괄 담당자가 반갑게 맞아 주며 말했다. 함부르크 ‘대표 명소’라는 수식어를 익히 들어 왔었다
Hotels in Paris 어느 날, 파리에서 하루를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어찌 파리에서 하루만 머무른단 말인가. 미식이며 쇼핑, 예술 등 수많은 것에 ‘천국’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도시 아닌가. 그럼에도 파리에서 딱 하루만 주어진다면 당신을 여기로 안내해 본다. 빨간 장미를 닮은 호텔 트리아농 리브 고슈(Trianon Rive Gauche) 장미 호텔이라는 애칭을 붙여 주고 싶다. 새빨간 장밋빛이 강렬하게 뇌리에 남아서다. 트리아농 리브 고슈는 메인 컬러를 ‘빨강’으로 정했다. 로비부터 객실의 벽면이나 가구, 침구 등 전반적인
Art & Design 비단 겨울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파리의 겨울은 실내 행사가 꽃을 피우는 계절이다. 루브르와 오르셰를 필두로 박물관은 겨울 특별전을 준비하고 각종 콘서트, 뮤지컬, 공연이 파리 곳곳을 뜨겁게 달군다. 해가 짧고 날씨가 변덕스러운 겨울의 파리는 얼마나 실내 활동을 잘 즐기느냐에 따라 여행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르모탕 모네 박물관에서는 특별전시 기간이 아니라도 지베르니의 수련 연못을 그린 모네의 후기 작품들을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다 모네 이외에도 회화, 조각 분야의 다양한 인상파 예술가들
Palace of Winter겨울 낮의 성(城) vs 겨울 밤의 성 이번 파리 겨울 여행이 내 얘기 같지 않고 남의 얘기만 같았던 건 바로 지나칠 정도로 호사스러운 성 때문이었다. 왕권을 신성시하여 왕이 살았던 궁 안에서의 활동이 현재에도 한정적인 동양과는 달리 프랑스의 성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선 다채로운 액티비티가 가능하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잠시나마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착각이 허용된다. 보-르-비콩트성은 베르사유 궁전의 원형이 되었다 성의 내부는 니콜라 푸케가 수집했던 그림, 조각, 타피스리 등으로 장식되어 있다 크
My Winter in Paris 그 겨울, 파리 여행 해프닝 단어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 센 ‘파리’라는 도시의 이미지가 ‘겨울’이라는 낱말을 만나면 시너지가 폭발한다. ‘겨울의 파리’는 생각만 해도 환상적이다. 겨울이라서 가능했던 그 겨울, 파리에서의 해프닝. 예나 지금이나 에펠탑은 우리가 지금 파리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만드는 파리의 상징이다. 이 거대한 철조물이 눈에 잡히는 그 순간 심장이 ‘쿵’ 한다면 이미 당신은 팜므 파탈 파리에 매료당한 것이 분명하다 ●City of Lights Lights Up Paris! 환상을 가
보라빛 향기 가득한 보르도 Bordeaux 투명한 와인 잔을 빙그르르 휙 돌리길 수차례.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세 잔이 됐다. 어느새 아랫입술이 보랏빛으로 물들고 만다, 보르도에서는. 작은 저택이 딸린 샤토 레 까르므 오 브리옹●와인도 섞어야 제맛 보르도에서는 온종일 취하기 딱 좋다. 훌륭한 요리에 맞는 와인 한 잔은 물론인데, 거리를 걷다 보면 발에 차이는 것이 와인 숍이다. 여기에 들어가면 평소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100만원을 호가하는 와인도 10유로면 한 잔(!) 맛볼 수 있다. 고급 와인의 예상치 못한 가격에
따뜻함에 대하여당신은 분명 툴루즈에 온 적이 있다. 당신이 말한 따뜻함은 분명 툴루즈의 것이었을 테다. 빨간 지붕 위로 내려앉은 붉은 노을을 홀로 바라보고 있자니 당신이 생각나 서럽다. 라파예트 백화점 옥상에서 내려다본 툴루즈 풍경. 필터를 씌운 것처럼 도시 전체가 붉다ⓟ문미화 툴루즈 여행은 카피톨 광장에서 시작한다. 주말이면 플리 마켓 등 다양한 이벤트도 열린다 샤를마뉴 대제가 세르냉 성인의 유골을 기증한 생 세르넹 성당 자코뱅 수도원은 도미니크 수도회가 지은 최초의 수도원이다 퐁 네프 다리에서 바라본 가론강의 야경●장미 한 송이
Paris Can Wait파리로 가는 길 당신은 남프랑스를 좋아했다. 따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프랑스 로드 트립의 시작은 당신 때문이다.온기가 그리운 겨울, 떠오른 건 남프랑스였다. 몽펠리에 개선문. 샹젤리제 거리와 페이루 왕실 광장 사이에 있다 영화 에서 파리는 배우로 치면 엑스트라에 불과하다. 파리가 그런 취급을 받아도 되나 싶겠지만 영화를 끝까지 감상하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 되어 버린다. 잠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면, 영화 속 여주인공 ‘앤’은 영화 제작자 남편과 함께 칸에 간다
Cappadocia 카파도키아 시난은 300만년 전 태초의 신비를 간직한 카파도키아에서 태어났다.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살았던 괴레메 지역의 야외 박물관에는 터키어로 ‘아리크Aliq’라고 부르는 장수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이스탄불에 묻힌 시난의 묘 옆에도 이 나무가 자라고 있다. 봄에 열매가 열리고 만추에는 잎이 빨갛게 물드는 나무다. 시난은 자신이 태어난 카파도키아에서 깨달은 태초의 신비를 건축으로 되살리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에르지예스 화산 방향에서 해가 떠올랐다. 네브셰히르, 괴레메, 카이세리, 우츠히사르, 위르귀프 등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