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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자매의 태국 여행] ‘방콕’할 시간도 없이 꼬꿋으로 떠났다

Koh Kood 꼬꿋

  • Editor. 강화송
  • 입력 2018.10.02 14:54
  • 수정 2018.10.02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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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꿋의 어부마을, 아오 야이 빌리지(Ao Yai Fisherman Village)의 전경
꼬꿋의 어부마을, 아오 야이 빌리지(Ao Yai Fisherman Village)의 전경

폭신한 해변과 우거진 우림. 
폭포소리에 마음 졸이는,
그런 곳, 꼬꿋이다.

핸드폰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아저씨와 팔자 좋은 강아지
핸드폰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아저씨와 팔자 좋은 강아지

 

‘방콕’할 시간도 없이 꼬꿋으로 떠났다

   
아직 어둠이 무겁게 앉은 새벽 5시20분, 널브러진 옷가지를 캐리어에 주워 담았다. 폭신한 흰 베개를 꼭 끌어안은 채 자고 있어야 정상일 시간이니, 세수는 당당히 생략했다. 로비로 나서니 부지런하기도 해라, 영주와 정주가 벌써 나와 있었다. 전날 우먼스저니에서 마주쳤던 화려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녀들에게 아침 인사 겸 농담을 던졌다. ‘어제 봤던 듀자매는 아직 안 나오셨나 봐요.’ 아직 준비 중이란다. 어제 저녁 정신없이 혼잡했던 호텔 앞도, 그녀들의 민낯도 청순할 따름이었다.

꼬꿋 선착장의 전경
꼬꿋 선착장의 전경

8시간, 방콕에서 꼬꿋으로 이동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다. 좋게 말하면 8시간 동안 못다 한 새벽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8시간 동안 이동만 해야 한다. 한 차에 올라탔으니 당연히 예외는 없을 터. 모두의 엉덩이가 뻐근히 저려 올 즘 뜨랏(Trat)에 도착했다. 방콕에서 뜨랏까지 5시간 정도 달린 듯하다. 뜨랏은 태국 동부 끝자락에 위치한 해안 도시인데, 이곳에 위치한 램속(Laem Sok) 선착장에서 꼬창(Koh Chang)과 꼬꿋(Koh Kood)으로 향하는 배에 탑승할 수 있다. 배 시간까지 아직 한 시간가량 남았으니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니 마침 폭우가 쏟아진다. 우수에 젖을 새도 없이 ‘아차’ 했다. 창문에 맺힌 빗물 속 그녀들이 심히 울렁이었기에.  

아오 야이 빌리지를 산책하는 듀자매
아오 야이 빌리지를 산책하는 듀자매

램속 선착장에서 꼬꿋까지는 배로 한 시간 정도 달려야 한다. 그러니까 언제 멈출지 모르는 폭우에 아수라장이 된 바다에서 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결론이었다. 울렁이는 파도 장단에 머리를 맞춰 흔들어댔다. 그렇게라도 안 하면 죽을 거 같아서 말이다. 꼬꿋 선착장에 도착하니 모두 새벽과 다를 바 없는 몰골이다. 날이 맑게 갠다. 언제나 이런 식이니 억울하지도 않다. 이렇게 꼬꿋에 도착했다.

크롱차오 폭포, 8~11월은 수량이 풍부해 물놀이를 즐기기 제격이다
크롱차오 폭포, 8~11월은 수량이 풍부해 물놀이를 즐기기 제격이다

 

오죽하면 폭포가 자극적일까 


꼬꿋에서의 첫 아침, 고단했던 전날의 기억을 밤바람에 씻어 냈는지, 그녀들의 표정이 맑다. 저 생기로움을 하늘이 반만 닮았으면 참 좋으련만, 또 비가 내렸다. 차라리 쏟아지기라도 하면 아쉽지라도 않지, 간질간질한 이슬비였다. 심상치 않은 파도에 예정되었던 호핑투어(Hopping Tour)를 취소하곤 아쉬운 대로 썽태우를 빌려 섬 내부를 둘러보기로 했다. 

해맑게 폭포 뒤로 향하던 가족. 막내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해맑게 폭포 뒤로 향하던 가족. 막내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언제 울었냐는 듯 물장구를 치는 아이
언제 울었냐는 듯 물장구를 치는 아이

(Koh)는 태국어로 섬을 뜻한다. 그러니까 꼬꿋은 ‘꿋섬’인 셈이다. 이 ‘꿋섬’ 주변으로 꼬랑(Koh Rang), 꼬막(Koh Mak) 등 무려 24개의 섬이 자리한다. 이들을 묶어 꼬꿋 서브 디스트릭트(Koh Kood Sub District)라고 부르는데 통틀어 총 2,000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그중 무려 70% 정도가 꼬꿋에서 살아간다. 태국에서 4번째로 큰 섬이니 규모가 첫 번째 이유일 테고, 역시나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이유가 두 번째일 것이다. 마을에서 우연히 마주친 아주머니가 그랬다. 꼬꿋의 열대우림은 보물을 하나 품고 있는데, 본인은 그걸 볼 때마다 너무 짜릿하다고. 들어 보니 폭포란다.

꼬꿋 곳곳에는 크고 작은 개울들이 쫄쫄 흐르고 있다. 이 개울들이 하나둘씩 모여 ‘콸콸’ 쏟아지는 크롱차오 폭포(Klong Chao Waterfall)를 이룬다. 크롱차오 폭포가 아주머니를 짜릿하게 만든 이유는 물론 외관뿐만이 아니다. 폭포 옆쪽의 큰 돌벽, 그곳에 아주 특별한 낙서가 새겨져 있다. 1911년 태국의 국왕이었던 라마 6세가 이곳을 방문해 그 증거로 새겨 놓은, 그러니까 일종의 방명록인 셈이다.

태국 사람들에게 라마 6세의 흔적은 큰 의미를 지닌다. 그는 즉위 후 병원을 건립해 근대화된 의료 서비스를 도입하였으며, 돈므앙 국제공항을 건축하고, 최초로 철도를 착공하는 등 전반적인 태국 인프라를 조성했다. 그런 그도 다듬지 못한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폭포까지 가는 길목이다. 입구부터 폭포까지는 오프로드여서 도보로만 이동할 수 있다. 아침부터 부슬부슬 이슬비가 내렸으니, 땅은 거의 찹쌀떡 수준. 5분이면 충분할 거리를 15분 정도 걸린 듯한데 사실 더 느려도 상관없다. 크롱차오 폭포는 1년 내내 쏟아지니까. 폭포의 수량이 가장 풍부할 시기는 8~11월인데, 비까지 내려 줬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수년간 폭포 맞으며 수련한 백발도인도 버거워할 그런 강도였다. 우렁찬 폭포를 보곤 영주와 정주가 잔망을 떤다. 한 쌍의 물새처럼 말이다.

그 모습을 놓치긴 아쉬워 카메라를 쓱 꺼내니 갈색 털 뭉치가 프레임을 가득 채운다. 그리곤 그녀들의 발 앞에 ‘척’ 눕더라. 포슬포슬한 꼬리를 살랑거리는 누렁이 눈빛은, 마치 ‘만지라’는 식이다. 정주와 영주가 이내 웃음을 쏟아 낸다. 선수가 분명하다.

아무리 비켜 달래도, 목덜미만 긁던 강아지, 정말 개판이다

 

이거 완전 ‘개’판이구먼?


다년간 태국을 여행하며 내린 결론이 하나 있다. 진짜 ‘개’판이라는 점. 도로, 편의점, 사원, 백화점 등 장소를 불문하고 곳곳이 개들 천지다. 오죽하면 ‘개들의 낙원’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일까. 심지어 개랑 단둘이 엘리베이터도 같이 탄 적이 있다. 그래도 꼬꿋은 섬이니까, 뭍보다는 덜하겠지 생각했는데 ‘역시나’더라. 여기도 개, 저기도 개. 어떻게 된 해변인지, 게보다 개가 더 많다. 신기한 건 하나같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아무에게나 꼬리를 살랑거리니, 도무지 뉘 집 개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옆집에 들어가면 옆집 개고, 앞집에 들어가면 앞집 개가 되는, 뭐 그런 시스템이다. 


영주와 정주가 폭포 구경을 마치고 클롱차오(Klong Chao) 해변을 걷고 있을 때다. 모래사장 가운데 야자수 그늘이 절묘하게 드리운 지점, 사진 한 장 찍으려 하니 터벅터벅 저 멀리서 누렁이 한 마리가 걸어왔다. 그 걸음을 보아 하니, 아주 동네 이장님 납셨다. 그녀들의 얼굴을 쓱 한 번 훑어 보곤, 또 ‘턱’ 누워 버린다. 좀 비켜 달라고 푸짐한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폭폭’ 찔러 봐도 소용없다. 실눈도 안 떠 보더라. 혹시나 더울까, 일어나면 목이라도 축이라는 마음에 코코넛을 하나 따다가 머리맡에 놓아 줬다. 그 모습을 보곤 영주, 정주가 입을 맞춘다. 달콤한 코코넛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단다. 같은 것을 보고, 이리 어여쁜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 자매인가 보다. 아무리 봐도 ‘개 팔자가 상팔자’가 딱 맞았는데.

자매라서 가능한 그림. 형제였다면 묵직했을 테다
자매라서 가능한 그림. 형제였다면 묵직했을 테다

 

살구 빛 부서질 때


높은 건물은 고사하고,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찾기 힘든 불편은 아이러니하게도 꼬꿋을 매력적인 여행지로 만든 주역이다. 꼬꿋의 서쪽부터 남쪽까지 해안을 따라 걸으면 총 50개가 넘는 해변이 자리한다. 클롱차오(Klong Chao) 비치부터 아오이노이(Ao Noi )비치, 섬에서 가장 긴 비치를 자랑하는 아오 타파오(Ao Tapao) 비치까지. 이 해변들은 같은 듯 다른 게 자매를 닮아 있다. 어느 해변이 가장 좋았냐고 묻는다면 쉽사리 대답할 수도 없다. 어딜 가나 강아지 발자국 총총 나 있는 폭신한 모래사장과 파란색 바다, 녹색을 머금은 밀림이 전부니 말이다. 사실 해변뿐만이 아니라 꼬꿋이 전부 그렇다. 

빛을 머금고 부서진 파도 조각들은 꼬꿋을 주황빛으로 물들였다
빛을 머금고 부서진 파도 조각들은 꼬꿋을 주황빛으로 물들였다

갑작스레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 참스 하우스 꼬꿋 리조트(Cham’s House Koh Kood Resort)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다. 오전 내내 먹먹했던 하늘이 기어코 비를 쏟아 내더니 곧장 맑아지기 시작했다. 마침 해까지 바다에 반쯤 잠길 시간이니,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참스 하우스 리조트 앞에 위치한 클롱 힌(Klong Hin) 비치로 나섰다. 해 질 무렵 맨발로 지르밟은 꼬꿋의 해변은 따스했다. 불어오는 바람이, 발가락 사이를 간지럽히는 포말이 그랬다. 그녀들이 모래사장 위를 걸으니 옅은 발자국이 남는다. 듀자매가 꼬꿋을 기억하는 방법이다. 기다렸다는 듯 파도가 다가와 그녀들의 흔적을 거둬 간다. 꼬꿋이 두 자매를 기억하는 방법이다. 마침 그녀들이 가져온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그녀들의 노래 ‘맑은 하늘’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1절과 2절 사이의 브릿지 구간.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며 노래를 곱씹었다. 그녀들의 노랫말에 풍경을 덧입히기 위해서. 살구 빛 부서질 때, 그녀들과 꼬꿋을 기억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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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PORTATION
방콕에서 뜨랏까지는 차로 5시간,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면 45분이 소요된다. 뜨랏 공항에서 램속(Laem Sok) 선착장까지는 25분이 걸린다. 램속 선착장에서는 꼬창, 꼬꿋으로 향하는 배편을 탑승할 수 있는데 꼬꿋까지는 약 1시간이 소요된다. 꼬꿋 내에서는 별 다른 이동수단이 없으니 썽태우나 오토바이를 렌트하는 것이 좋다. 8시간 동안 꼬꿋 곳곳에 위치한 여행지를 썽태우 기사와 돌아보는 가격은 5시간 기준 1,500B, 8시간 기준 2,000B. 꼬꿋의 모든 리조트에서 예약할 수 있으며 가격은 전부 동일하다.


CLIMATE
꼬꿋의 평균기온은 연중 덥고 습하다. 5~10월이 본격적인 우기에 속하며 짧고 굵게 소나기가 내린다. 11~4월 본격적인 건기가 시작되며, 바다가 잔잔해져 스노클링 등 액티비티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HOTEL
참스 하우스 꼬꿋 리조트 Cham’s House Koh Kood Resort 

참스하우스는 캄보디아 원주민인 참족의 집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실제로 꼬꿋에는 캄보디안들이 태국인들과 섞여 살아가고 있다. 총 23개의 오션뷰 객실과 32개의 풀빌라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위브스파 등 리조트 전체가 실크를 테마로 디자인되어 있다.
주소: 2 Moo 5, Klong Hin Beach, Tambon Koh Kood, Trat 23000
전화: +66 82 878 2878
홈페이지: www.chamshouse.com

RESTAURANT
누치 시푸드 Noochy Seafood

아오 야이 어부마을(Ao Yai Fisherman Village)에 위치한 태국 로컬 식당. 꼬꿋 바다에서 날마다 직접 잡아 올린 해산물을 판매한다. 식당 앞에 가지런히 정리해 둔 플라스틱 통 안에 가득 담긴 해산물을 콕콕 집어 주문하는 방식이다. 재료 자체가 워낙 신선하니, 찜이나 구이 등으로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살 오른 게 요리가 일품.
주소: 5/1 Moo 3 Ao Yai Pier, Ko Kut 23000, Thailand
오픈: 매일 09:30~21:30
전화: +66 86 113 3379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태국관광청 www.visitthailan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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