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조카가 겨울방학에 처음으로 유럽 여행을 간다고 합니다. 목적지는 파리와 베니스, 피렌체, 로마입니다. 꼭 가고 싶은 곳을 물었는데 파리를 꼽았다고 합니다. ‘겨울에 파리는 추울 텐데, 빵집 이름 때문인가?’ 조카에게 물었습니다. “왜 파리에 가고 싶어?” 잠시 뒤에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뾰족한 탑.” 어디서도 대체 불가한 에펠탑이 보고 싶다는 답에 따뜻한 남쪽 지방을 권하려던 저의 계획은 단박에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여행은 스토리를 소비하고 추억을 만들어 오는 과정입니다. 처음으로 모녀 여행을 떠나는 처제는 여행
10년 연상연하인 쿠키와 브루스 커플. 둘이 합쳐 100개국을 넘게 여행한 자타공인 여행중독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부부가 된 이들은 장장 6개월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리고 말한다. 신혼여행은 길수록 좋은 거라고. 과연 그러한가. ‘팩트체크’를 시작해 보자. 브루스(조성중)‘훈자’가 제2의 고향이라는 여행자. 현재 일상으로 착륙 중.쿠키(채지형)여행작가. 1994년부터 10권 이상의 여행책을 출간했다. 쿠키와 브루스의 신혼여행 루트남인도 코친에서 시작해 바르칼라, 트리반드룸, 칸야쿠마리, 델리, 암리차르 그리
검이불누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백제본기에 나오는 말로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았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았다”라는 뜻이다. 충남 공주시, 부여군, 미얀마에서 진행되었던 2017 문화예술 희망여행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다. 미얀마 인뗑(in dein) 유적지에서 2017 문화예술희망여행 참가자들 ●백제의 황금빛 꿈을 담은 고도(古都) 공주시와 부여군 첫 일정은 475년 한성에서 도읍을 옮기고 538년 부여로 천도하기까지 웅진백제의 시대를 이끈 공주시였다. 금강이라는 천혜의 해자를 낀 공산성이 바로 마주
여행이랍시고 또 어디론가 날아가 있을 때였겠지. 그때 나는 하도 깊이 사랑에 빠져 머릿속이 매일 웅웅거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를 데굴데굴 굴러도 하프 마라톤은 족히 뛴 여자처럼 내내 헉헉댔다. 서울에 더 있으면 정말이지 정신을 못 차릴 것 같아 주섬주섬 수트케이스를 꾸렸던 거다. 내 깜냥에, 연애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넉 달쯤 떠나 있어야지 마음을 먹고 필리핀의 마닐라와 세부에 각각 두 달씩 숙소를 잡았다. 여행 중에는 그립고 애달픈 일이 그래도 수월하게 잊히기 마련이다. 적절한 거리감이 나를 고요하게 만들
이제 막 한국의 날씨, 집, 음식에 입문한필리핀관광청 한국지사 신임 지사장을 만났다. 마리아 아포(Maria Apo) 신임 지사장은 지난 8월, 약 10개월간 공석이었던 필리핀관광청 한국지사의 사령탑을 맡았다. 30년 전 필리핀 정부의 관광부에서 일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계속 여행업계에 몸담아 왔다. 한창 한국을 ‘공부하고 있다’는 그녀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도 많이 배웠다고 했다. 그녀에게 배움이란 곧 여행을 의미한다는 사실은 인터뷰가 거의 끝날 무렵에야 알았다.웰컴 투 코리아! 땡큐(웃음)! 한국으로 오게 돼 더없이 기쁘다. 지
10일간의 꿀 같은 휴가가 지나갔습니다. 잘 보내셨나요? 누구는 열흘도 부족하다 하고, 누구는 지루했다고 하더군요. 너무 오랜만에 넥타이를 매니 입사 후 첫 출근 같았다는 사람도 있고, 추석 연휴 지나니 1년이 다 간 것 같다는 이도 있었습니다. 저는, 더 쉬자면 쉴 것 같았고 첫 출근 같지는 않았지만 1년이 곧 지나가겠구나 싶었습니다. 연휴가 끝난 10월10일, 공채 수습기자 3명이 트래비에 처음 출근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 첫 출근은 10월12일이었습니다. ‘잘한 결정이겠지?’,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인사해야 하
손가락 하나 까딱 하면 치킨이 집으로 배달되는 세상.밖으로 나가 걸을 일이 더욱더 없다는 얘기다.그렇다고 걷지 않아도 좋다는 얘기일까? 자동차,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를 탄다. 직접 장을 보지 않아도 물건이 집으로 배달되고,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도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사람들이 점점 걷기에 게을러지는 이유다. 실제로 성인의 하루 평균 걷는 거리는 4.5km, 걸음 수로는 대략 6,000보 정도 된다. 더군다나 차로 출퇴근하는 사람이라면 하루에 1,000보 안팎, 혹은 아예 거의 걷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발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그녀와 있는 내내 헛갈렸다.지금 우리는 과연 여행 같은 일상을 살고 있는가,일상 같은 여행을 하고 있는가.그 와중에도 이 모든 것들을 실은 배는 어디론가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그녀는 자연이다. 그중에서도 바다다. 자연씨를 처음 알게 된 건 ‘나는 크루즈 승무원입니다’라는 제목의 브런치 포스트를 통해서였다. 선상에서 겪은 일들을 솔직담백하게 담은 기록들이 한창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을 때였다. 자연씨를 직접 만난 건 8할이 타이밍이다. 그녀가 잠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 아주 우연히도 연이 닿았다. 새초롬한 이미지, 승무원이라는
시간이 정지된 곳, 캄보디아에서야 비로소 오늘을 사는 우리가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 확신은 종이에 발묵(發墨)되듯 몸과 마음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캄보디아의 하늘처럼 낮게 구름이 드리워진 하늘을 본 적이 없다. 신과 가까이에 있다는 증거일까 어떤 것으로도 담을 수 없는 아이의 미소 일일 선생님 바람개비서포터즈와 캄보디아 아이들의 ‘함께 놀이’ 시간 한 남자가 석조 건물의 구멍에 대고 자신의 비밀을 읊조리며 쓸쓸하게 사라진다. 내 인생의 수작으로 꼽는 영화 의 엔딩장면이다. 남자 주인공 양조위가 놓쳐 버린 사랑의 아쉬
10월 초 추석명절이 달갑지만은 않은 당신의 관절을 위해 소개한다.명절 증후군을 줄이는 단계별 대처법. ●STEP 1 장보기 카트 몰기에도 룰이 있다마트에서 카트를 몰 때 흔히 팔꿈치를 카트에 올려 놓고 상반신을 의지한 채 상체를 구부리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갑자기 카트가 앞으로 밀려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카트와 몸을 최대한 밀착시키되 전적으로 몸을 카트에 의지해선 안 되고, 어깨 너비만큼 팔을 벌려 카트를 밀되 팔꿈치의 각도는 90도 정도가 적당하다. 장을 다 본 뒤 장바구니를 드는 자세도 중요하다. 비닐봉투보다
3년 만이었다. 산 속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파키스탄의 훈자마을은 여전했다. 한 달간 머물던 숙소도, 매일 넋 놓고 바라보던 설산 디란도 그대로였다. 훈자에 닿기 위해 불편한 의자에 앉아 스무 시간을 버텼다. 천 길 낭떠러지를 따라 꼬불꼬불 뱀처럼 이어진 카라코람 하이웨이. 몸은 왼쪽 오른쪽으로, 위 아래로 사정없이 흔들렸다. 힘든 길이었지만, 마음속에는 작은 기대가 있었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훈자 사람들이 나를 기억해 주면 좋겠다는. 걱정도 됐다. 반갑게 다가갔는데, 처음 본 사람처럼 대하면 어떡하나 싶기도 했다. 기우였다. 기
“추석 때 어디 가세요?” 긴긴 연휴 덕에 이번 추석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온 국민의 가을방학이 됐습니다. 워낙 연휴가 길어서 ‘어디라도 다녀오시냐’는 물음도 어색하지가 않습니다. 답변도 다양합니다. 일찍부터 해외여행을 준비한 친구도 있고 비싼 해외여행 대신 남해안 일주를 하겠다는 지인도 있습니다. “30년 직장 생활 동안 이렇게 길게 쉬기는 처음이에요. 올해 5월 연휴도 지겨워 혼났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네요”라는 의외의 반응도 있었습니다. 문득, 김생민씨가 궁금해졌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으로 기세를 올리던 ‘욜로YOLO’ 열기
-국내여행 활성화, 인바운드 다변화 기여할 것-로컬 식당의 예약 돕고 하이앤드 숙소도 강화 -작년 한국내 호스트 수입의 중간값은 400만원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슬로건은 수많은 여행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누군가의 집에서 일주일을 머무르거나 진짜 현지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열광하게 만든 결정적인 한 마디가 아니었을까. 에어비앤비가 한국에도 빠르고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다. 지난해 에어비앤비 호스트와 게스트가 유발한 경제활동 규모가 5,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정도다. 공유라는 개념의 확산을 생각하면 경제 효과
오늘도, 내일도, 다시없을 마지막We’re living in a Van밴에 사는 커플 허남훈·김모아 이 커플은 왜, 집 없이 밴에서 살고 있는 걸까. 여주 강천보에서 처음으로 카약을 띄운 날, 드론으로 찍은 사진 밴 이사하는 중 ‘지금이 가장 젊은 때’라며 남긴 커플 사진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싶지?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충분히 질문하고 있을까? 그저 남들 다 하는 대로,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틀에 박힌 선택을 하며 틀에 박힌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행복한가
우리는 팁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주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받는 사람도 큰 기대가 없습니다. 물론 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고깃집이나 한정식집처럼 담당 종업원이 정해져 있으면 팁을 건네기도 합니다. 다만 순서가 다릅니다. 고깃집에서의 팁은 서비스가 시작될 때 같이 전해집니다. 팁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우리 테이블에 신경 써 달라는 의사의 표현입니다. 거꾸로 주방장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름 모를 특수 부위와 눈물주를 들고 찾아와 내가 이렇게 신경 쓰고 있음을 어필하면 팁을 꺼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팁 문화
타이완에서 마주한 아이들의 진솔한 모습과 꿈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순수한 열정에 매일이 감동적이었던 3박 4일을 소개한다. 영화 의 배경이 된 지우펀의 아메이 찻집 ●Day 0내가 희망을 전할 수 있을까?‘어린 아이들이랑 가서 고생 좀 하겠다.’ 지인들의 장난기 어린 말에 여행 시작 전부터 걱정을 한 아름 안고 밤을 지새웠다. 사실 청소년들과 함께 여행을 가는 것보다 과연 내가 어떻게 이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훨씬 크게 다가왔다. 타이완으로 희망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참
친구가 보내 온 선물 상자를 열어 보니 주먹 반만 한 유리단지 네 개다. 네 개의 단지에는 각각 다른 고추장이 담겼다. 황태를 다져 넣은 고추장, 잔멸치를 소복이 넣은 고추장, 쇠고기볶음고추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굴비 고추장이었다. 이 앙증맞고 호사스런 고추장 선물에 입이 헤벌어져선 당장 모락모락 김 오르는 뜨거운 밥 한 공기 푸고 싶었지만 겨우 눌러 참았다. 이런 건 적어도 두 달 이상 떠나는 긴 여행길에서나 뚜껑을 열어야 하는 법이다. 나는 팬트리 선반에 고추장 단지 네 개를 가만히 올려 두었다. 나에게 여행은 그저 두 가지로
주말마다 정성스레 텃밭을 가꾸는 A씨.마음은 풍요로워지는 반면 몸은 시큰시큰해지는 건 왜일까? 지나침의 산물, 근육통텃밭을 가꾼 후에는 근육통이 찾아오기 쉽다. 제대로 요령을 갖추지 않고 힘으로 삽질과 곡괭이질을 하다 보면 어깨나 허리, 무릎 등에 통증이 느껴지고, 심지어 잘 움직일 수 없게 된다. 특히 쪼그리고 앉아 반복적으로 움직이게 되면 근육의 주변이 지나치게 긴장해 단단한 밴드와 같이 굳어지거나, 멀리 떨어진 부위에까지 영향을 주는 연관통이 생기기도 한다.TIP텃밭 가꾸기는 2~3시간 이내로, 쪼그리고 앉기보다는 높이가 적절
누군가의 열정이 버무려진 뒤에야 하나의 여행상품이 겨우 만들어진다.그 야무진 열정에 여행객은 미소 짓는다. 내나라 곳곳을 누비고 살핀 수고스러움 쯤이야, 그 미소 앞에서는 대수롭지 않다. 현장에서 내나라 여행을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홍익여행사는 올해 34주년을 맞은 강소기업 여행사다. 양상승 여행사업본부장은 이중 10년을 함께 하며 여행을 디자인했다. 여행상품 기획과 운영부터 제휴사 미팅업무까지 그의 손을 거친다. “여행전문 스태프라고 할까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인공을 빛내기 위해 힘쓰는 무대 스태프처럼 여행사 직원
7월과 8월 우리나라에서 가장 분주한 곳은 공항이다. 7월16일부터 8월15일사이 한달간의 성수기 기간에만 542만명 이상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할 예정이다. 2016년 인천공항 이용 여객 수는 약 5,700만명으로, 향후 2터미널 개항 시 7,200만명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공항을 오가는 이 많은 사람들의 인종, 성별, 출신지는 달라도 누구하나 예외 없이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여권이다. 혹시 여권 커버의 색이 몇 개나 있는지 세어본 적이 있는지? 여권 커버의 색은 빨강, 초록, 파랑, 검정 이 4가지뿐이다. 이 4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