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백령에서 울릉까지’라는 타이틀로 우리나라 20여 개 섬을 연속 여행했었다. 여정은 10월 말에 시작돼 크리스마스 이틀 전에 끝났다. 늦가을과 겨울을 타고 흐르던 알싸한 기억, 시산도는 11번째 섬이었다. 그 섬을 다시 찾았다.●첫인상은 바다 공장시산도의 첫인상은 거대한 바다 공장과 같았다. 역기 모양으로 생긴 어구와 크레인이 물양장 가득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삐 움직이는 외국인 근로자들, 말로만 들었던 ‘부자 섬’의 진면목을 보는 듯했다.시산도에는 150여 가구에 250여 명의 주민이 산다. 많은 가구가 미
●주변을 돌아볼 때해남에는 이름만 들어도 아는 명소들이 꽤 있다. 땅끝관광지, 두륜산, 대흥사, 미황사, 우수영관광지(명량해상케이블카·울돌목스카이워크·명량대첩해전사기념전시관) 등 열 손가락은 꽉 채운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해남을 봤다. 대표 명소 곁에 있는 곳들도 챙겼으며, 아래 순서대로 다니면 하나의 코스가 된다.시작은 목포구등대. 등대가 있는 화원면 매월리는 해남과 목포를 잇는 곳이자 해남의 최서북단이다. 또 다른 땅끝인 셈이다. 이곳에서 보는 경치가 예사롭지 않다. 탁 트인 서해와 붉은 낙조도 감상할 수 있다. 등대
역사 속 인물들은 별처럼 모여 대구를 빛낸다. 그중 열렬히 반짝이는 4개의 별을 찾았다. ㆍ기행코스 : 계산성당→(도보 5분)→제일교회 →(도보 10분)→라일락뜨락 1956→(도보 10분)→삼성상회 터ㆍ소요시간 : 총 1.6km (도보 약 25분 소요) ●이인성 화가의 피사체계산성당어느 시대나 ‘만인의 피사체’는 늘 있다. 근대 대구에서는 계산성당이 그랬다. 당시 많은 화가들은 뾰족한 두 개의 탑을 가진 이 독특한 건축물을 꼭 한 번쯤 그려 보고 싶어 했다고. 조선의 서양화가 이인성도 예외는 아니었다.1930년대, 남산병원 3층 아
●1000년 은행나무의 전설말하는 은행나무경북 칠곡군 기산면 각산리 417,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옛 이야기를 간직한 채 가을을 보내고 있다. 1018년에 심은 것으로 추정한다는 안내판의 문구대로면 1000년이 넘었지만, 보호수를 알리는 나무 앞 푯돌에는 1993년에 보호수로 지정됐고, 수령이 950년이라고 새겨져있으니, 보호수 지정년도에서 30년이 지난 지금으로 치면 980살 먹은 나무다. 1000년에 가까운 ‘1000년 은행나무’라고 할만하다.이 은행나무가 있는 곳은 옛 대흥사 터이기도 하다. 대흥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됐다고
백악산(북악산)의 중심 북악팔각정에서 도로(북악산로. 이른바 북악스카이웨이) 옆 숲길을 따라 하늘전망대가 있는 북동쪽으로 걷는다. 하늘전망대에 올라 전망을 보고 숲으로 들어가면 1968년 1.21 사태 당시 총알 흔적이 남아 있는 바위 ‘호경암’이 나온다. 가파른 내리막 계단이 골짜기의 깊이를 말해준다. 오르내리는 숲길을 따라 걷다 만난 성북천 발원지는 숲속의 평범한 작은 물줄기다. 갈림길에서 숙정문 방향으로 걷는다. 조선시대 한양도성의 북대문인 숙정문을 통과해서 삼청공원 쪽으로 걸어 숲을 빠져나온다. 삼청동 옛 마을 골목길은 푸근
낙엽 지는 계절,군위에 쌓인 여러 겹의 레트로를 들춰 봤다.레트로의 이름으로올해 7월1일, 경상북도 군위군은 대구광역시로 편입됐다. 군위는 넓다. 전체 면적이 대구의 약 41%를 차지할 만큼. 그런데 인구수는 대구 총인구의 1% 미만에 불과하다. 그 흔한 패스트푸드점 하나 찾아보기 어렵고, 프랜차이즈 업체도 드물다. 땅 넓고 산 많고, 드문드문 사람이 있으며 나머지 공간은 맑은 물과 공기가 채우는, 유독 여백이 많은 곳. 모두가 ‘변화’니 ‘성장’ 따위를 운운할 때, 세상의 소동에 한 발 떨어져 느리게 멈춰 있기로 결심한 모양새다.
지금 제주에서 가장 예술적인 장소 4곳을 소개한다. 본태박물관, 빛의 벙커,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 시네마, 김택화 미술관을 다녀왔다.1. 본연의 아름다움 본태박물관본태박물관은 도미니크 페로, 톰 메인과 더불어 세계 3대 건축가로 꼽히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노출콘크리트에 빛과 물이라는 근원적 요소를 활용, 건축과 외부환경을 조화롭게 연결한다는 작가 고유의 건축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본태는 ‘본래의 모습’을 뜻한다. 건축가와 박물관의 지향성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일단 끌린다. 박물관은 크게 3개의 구역에 5개의 전시실로 나뉜
거문도는 마음만 먹으면 찾아갈 수 있는 섬이 아니다. 초봄부터 가을까지는 관광객이 집중적으로 몰려 배편 예약이 쉽지 않다. 동계에는 잦은 기상악화 탓에 결항률이 높아진다. 만만치 않은 계절의 틈새를 노리던 어느 가을날. 인파를 비집고 절정에 달한 계절을 찾아 거문도로 떠났다.●3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거문도거문도는 동도, 서도, 고도라는 이름을 가진 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도와 서도는 삼호교로 서도와 동도는 거문대교로 이어져 있어 하나의 생활권역을 이룬다. 그럼에도 그중 행정과 생활 편의시설의 대부분은 고도에 집중되어 있다.
바야흐로 가을, 제주에 억새의 계절이 찾아왔다.●용눈이오름우아미의 귀환공식적으로 제주도에 위치한 오름의 수는 368개다. 실은 40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오름이란 무엇일까. 아주 쉽게 정리하면 제주도에 있는 200m 이하의 봉우리와 산은 죄다 오름이라고 간주하면 된다. 많이들 오름을 한라산 주변의 기생화산이라고 알고 있는데, ‘오름’이란 낱말 자체가 제주에서 통용되는 순우리말이다. ‘오름’은 우리말로 ‘산봉우리’를 뜻한다.제주 성산읍 수산에서 구좌읍 송당까지 이어지는 11km 구간을 차로 달리다 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되바
새잎이 피어나는 봄에 낙엽이 떨어지고 흰 눈이 내리는 겨울에 새빨간 딸기가 열리는 숲이 있다. 신비로운 이 숲의 이름은 ‘환상숲 곶자왈’. 눈에 보이는 모습보다 더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은 환상숲에서는 모든 순간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제주 웰니스 관광지 중 하나인 이곳에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힐링 시간을 보내고 왔다. 척박한 땅에서 ‘환상숲’이 되기까지환상숲은 이름 뒤에 따로 ‘곶자왈’이란 단어가 붙어 있다. 제주만의 독특한 생태 지형인 곶자왈은 화산 활동으로 생긴 돌투성이 지대에 형성된 숲으로 흙 한 줌 없는 환경에 나무들과 수풀이
깊어가는 가을, 내 몸에도 휴식이 필요한 때이다. 잠시 일상을 벗어나 한 템포 쉬어가 보자. 낙엽이 지는 계절이지만 제주의 숲은 여전히 푸르고 싱그럽다. 숲길을 걷고, 해먹에 누워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힐링은 절로 찾아든다. ●한라산 아래 온전한 쉼의 공간한라산이 듬직하게 받치고 있는 중산간 지대에 깊고 너른 숲이 펼쳐져 있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웰니스 여행지 서귀포치유의숲이다. 사람이 가장 쾌적함을 느낀다는 해발 320~760m 고지대에 형성된 숲은 사계절 언제 찾아도 고요하고 온전한 쉼을 선사한다. 코로나 시국에도 숲을
●삼일천하 갑신정변의 현장, 우정총국 터사람들로 분주한 도심 속 절, 조계사. 종각역 네거리와 안국동 네거리 사이 차들로 분주한 우정국로 도로. 그 분주함 속에 도심 속 절보다 한갓진 곳이 있으니, 수백 년 묵은 회화나무 고목이 마당을 지키고 있는 우정총국 터가 그곳이다. 절을 오가는 사람들의 눈은 절만 바라보고 길을 지나는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바쁘다. 회화나무 고목 옆 의자에 앉은 노인 몇 명의 눈길은 허공을 향한 것인지 회화나무 고목을 보는 것인지... 핸드폰에 연결 된 이어폰을 귀에 꽂고 공중에 뜬 눈길은 하염없다. 찻소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