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카이는 정말 간만이다. 해변을 걷고 펍에서 맥주를 마시던 그날이 몇 년을 돌고 돌아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왔다.●Ticket To The Tropic지금 나는 런던 트라팔가 광장(트라6가였던가?) 앞 ‘타이거타이거’ 펍에서 럭비 유니온 경기와 손님들을 번갈아 구경하며 코츠월드 IPA를 마시고 있다. 늦은 점심으론 고기파이를 먹었고 저녁은 광어 튀김 한 조각과 맥주로 그냥 때울 셈이다. 호텔이 퍽 가깝지만 일찍 돌아가기 싫었다. 영국 일정 중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호빗족을 위해 고안된 작은 침대 하나에 갈색 호마이카(Formica
한참을 헤매다 다시 그때의 기억 속으로.그 시절 사랑했던 순간의 기록들. ●언젠가 그리워할 오늘 대학생 시절, 오사카와 후쿠오카를 오가며 일본에 살았던 적이 있다. 태어나 첫 해외 생활은 모든 것이 행복했다. 조용한 츠루하시의 아침 시장을 거치는 출근길이 좋았고, 시큼한 오리 소바 한 그릇을 사 먹는 점심시간도 좋았다. 퇴근길에 다시 들른 츠루하시 시장 골목 어귀, 이자카야 ‘이치엔’에 앉아 튀긴 붉은 생강에 맥주를 마시는 저녁도 좋았다. 검정 야옹이의 꼬리가 살랑이는 어두운 골목을 걷던, 알딸딸한 일본의 밤이 좋았다.새로운 곳에서
페이스북은 종종 과거의 오늘을 보여 줍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불쑥 튀어나온 1년 전 게시 글은 여러 감정을 불러옵니다. ‘여기 맛있었지’, ‘이 친구들은 잘 사나’, ‘이따위 사진은 왜 올렸을까’ 하며 입맛을 다시기도 웃기도 합니다. 물론, 리액션이 신통치 않은 탓에 이런저런 댓글을 달아 공유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무감한 제게도 여행은 예외입니다. 몇몇 여행에는 댓글도 달고 격렬하게 그때를 기억하고 싶어집니다. 3월 호 마감의 막바지로 이놈의 레터는 언제 넘어오냐는 채근을 받고 있는 오늘은 2월17일입니다. 페
지난 여행을 안주 삼아 기어이 한 병을 비우고야 말았다. ●코부르크로 수렴하는 뇌의 레퍼토리 ‘르크’와 소시지의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우구스부르크, 뉘른베르크, 로텐베르크, 하이델베르크, 밤베르크의 소시지를 줄줄이 맛본 것이다. 그리고 코부르크, 토요일 낮. 꽃시장이 들어선 광장은 느지막이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로 슬렁슬렁 채워지기 시작했다. 튤립 한 다발에 앤티크 포스터 하나, 빵에 든 소시지. 5유로는 반나절의 행복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날은 정말 그걸로 충분했다. 여느 연애의 수순처럼 여행도 가끔은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마
에는 ‘트래비스트’라는 든든한 서포터즈가 있습니다. 트래비스트는 콘텐츠 서포터즈이자 조언자입니다. 7년째 이어 오며 여러 소중한 인연을 만들기도 했던 대표적인 쌍방향 프로그램이지만 올해는 대상자를 한 달 늦게 소개드리게 됐습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코로나19 탓입니다. 여행은커녕 9시에는 신데렐라가 돼야 하고 여럿이 모이는 자체가 불미스러운 시국에 트래비스트에 지원을 하실까 고민을 했습니다. 다행히 많은 분이 ‘함께하겠노라’ 손을 들어 주셨습니다. 앞으로 1년, 저희와 함께하실 트래비스트는 총 11분입니다. 6분은 새 얼
적어도 새해엔 여행할 수 있겠지. 근데 어딜 갈까. 여행은 이동이 그 원리이며 언택트 아닌 컨택트가 기본이라 전 세계가 동시에 잠잠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코로나가 사라지면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곳어차피 지난 2020년은 별 도리가 없었다. 초미립 바이러스에 그 거대한 지구별이 마비됐다. 하늘길은 꽁꽁 묶이고 사람의 코와 입은 마스크가 걸어 잠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한 해가 그렇게 암울한 채 막을 내렸다. 판도라 상자의 맨 밑바닥에 위치한 ‘희망’이란 것이 늘 그렇듯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는 뭔
지금부터 여행에 대해 불평하기로 한다. 뭐, 예전에도 일이라서 했지. 그리 좋아했던 건 아니다.●여행의 걸림돌이럴 줄 예전엔 전혀 몰랐다. 예전만 해도 내게 여행의 가장 큰 장애 요인은 질병, 천재지변, 테러가 아니었다. 2017년 초 지카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 쿠바를 갈까 진지한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머리가 작아지는 줄 알았다고 주변에 둘러댔다. 고백컨대 같은 해 가을, 라스베이거스 콘서트 총격 사건 직후 패키지 상품을 검색한 적도 있다. 항공권 포함 3박 4일에 70만원대 가격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
어제 같은 오늘임을 뻔히 알면서도 기다렸습니다. 지금처럼 해 바뀜을 고대한 때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한 살 더 먹는 걸 넘어 나이 앞자리까지 바뀌는 2021년인데도 새해 인사가 반갑습니다. 새해, 1월, 새 출발 같은 파릇한 단어의 기운을 빌려서라도 2020년의 기억을 강제 격리해 두고 싶습니다. 하루, 한 달, 일 년의 매듭이 필요한 이유를 새삼 공감합니다. 작년 4월이지요. 피곤한 얼굴의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다시 오지 않습니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입
전북에서 육성 중인 생태관광지 중에서 임실과 진안은, 지역에서 오랜 시간 삶을 나눈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생태관광을 고민 중인 곳이다. 지역의 자연 생태계를 주민들이 관리하고 돌보며 더 깊이 이해하려는 태도가 바탕에 깔려있다. 임실군은 성수산과 개체 수가 많지 않은 청실배나무를 중심으로 에코 매니저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곳이고 진안군은 타포니 현상의 지질공원으로 유명한 마이산 주변으로 천연기념물인 줄사철나무 군락과 마을숲, 오래된 정미소 등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없는 자원이 있는 곳이다. 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자원을 공공
지금 ‘홍콩 503호’를 벗어나고 싶은에디터의 홍콩 한 달 살이 이야기.2017년 7월 여름. 홍콩행 비행기를 탔다. 일로 대략 한 달간 홍콩에 머물 계획이었다. 시작은 제주항공, 좁고 갑갑한 출발이지만 어쨌든 저렴하니 됐다. 홍콩 공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옥토퍼스 카드를 샀다. 옥토퍼스 카드로는 대중교통 이용뿐만 아니라 편의점에서 간단한 결제까지 할 수 있다. 초콜릿 살 때 편하다. 곧장 친구의 집으로 향한다. 홍콩에는 친한 친구(유학생)가 살고 있었다. 무려 100만원 짜리 월세에서, 그래 봤자 홍콩에선 정말 작은 원룸이다.
보통은 무용담을 많이 떠드는 편인데 오늘은 실패담 하나를 준비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바람막이’를 준비하라는 조언에 무거운 ‘발 안마기’를 구입해 들고 갈 정도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아니더라도 기억에 남는 바보짓이 있다. 한가득 충전해 놓은 배터리나 카메라 메모리카드, 랩톱 전원케이블 따위야 늘 주인 떠난 빈방에 남아 있다가 인천공항(혹은 도착공항, 때론 호텔)에 들어설 때나 생각나는 물품들이다. 면세점의 가전 코너가 그나마 유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잃어버리도록 고안된 물건과 착각하기 좋은 아이템들은
반가운 12월입니다. 2020년쯤 되면 유토피아가 되어 있을 줄로 믿었는데, 이토록 달력을 빨리 넘기고 싶어질 줄을, 11개월 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2020년이 인류의 역사에 어떤 의미로 기록될지 한 생만 사는 우리는 알 수 없지만, 기묘한 일 년이었던 건 분명합니다. 많은 것에서 결핍을 느꼈지만, 무엇보다 부족했던 건 웃음이었습니다. 가 21년 만에 폐지된 해이기도 했네요. 개그 프로그램의 원조 격이라고 할 만한 조상님으로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MBC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TV도 귀했던 70~80년대 이웃들이
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고 했던가.다들 탈출을 생각할 때,‘다 주연이 되는’ 여행을 꿈꾸며 나타난대한민국 여행감독 1호.모 항공사의 광고 카피를 인용하자면 ‘처음으로, 여행이 우리를 떠났다.’ 참 어려울 때 여행사업을 시작한다. 말하자면 이런 거다. 저널리즘에서 투어리즘으로 넘어가는 언덕에 섰는데, 보니까 투어리즘 동네가 활활 불타고 있는 것. 이러다간 남아나는 게 없겠구나 싶긴 한데, 다시 넘어오지는 않기로 했다. 다 타고 나면 오히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보일 것 같더라.한가하게 불구경 타령이냐고는 못하겠다. 피해 당사자 아닌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대로 추억하기로 한다. 실연을 당하지도 않았고 울보도 아니었다. ●먹먹한 밤의 기억 종종 뜬금없는 질문을 하는 편이다. 얼마 전 지인에게 살면서 마음이 가장 먹먹했던 때를 물었다. 그리고 되돌아온 그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말해 버리고 말았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팽팽하게 꿰어진 기억들 속에서 참을 만큼 참았다는 듯, 실밥처럼 툭 튀어 올랐다. 그동안 그 기억을 제대로 꺼내지 않았던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첫째, 너무 좋아서. 둘째, 꺼내면 닳을까 봐. 셋째, 곧 다시 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셋
샤워기 물소리가 나뭇잎에 경쾌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바다 냄새, 나무 내음을 비누 삼은 샤워 시간. 아직 샤워 중.●아직 끝나지 않은 샤워담장 없이 우거진 수풀이 섬 안에서의 프라이버시를 온전히 보호해 준다. 최신식 음향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곳에서 맘에 드는 음악을 틀어 놓곤 수건을 챙겼다. 이른 아침 바닷가를 산책하느라 입었던 붉은 옷을 줄에 아무렇게나 걸어 놓고서 자갈길을 걸었다. 맨발로 걸으니 자갈에 남은 까슬한 모래알이 그대로 밟혔다. 감촉이 나쁘지 않았다.야외에 설치된 샤워기를 틀었다. 쏴.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
이런저런 말이 많았지만, 전 직원이 독감 백신 접종을 완료했습니다. 환절기와 겨울을 맞이하는 월동 준비 같은 것이죠. 11월이 되니 2021년을 그려 보는 게 더 이상 어색하지 않습니다. 슬슬 해외여행 출장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포착됩니다만, 여전히 조심스럽죠. 두렵기도 하고요. 아직은 백신 없이 움직이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겁니다. 코로나 백신이 곧 여행 백신인 겁니다.여행 백신을 기다리는 동안, 제 면역력을 체크해 봅니다. 여행을 가느라 아팠고, 여행을 못 가게 돼서 아팠고, 여행이 그리워 아픈 중입니다. 아플 만큼 아팠으
먹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프랑스 어느 습지에서 배운 에디터의 처절한 이야기. 아픈 배, 배 타기 때는 2018년 10월, 프랑스 취재 중에 일어난 일이다. 브리에르 지역 자연공원은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습지다. 말도 있고 오리도 있고 거위도 있고. 이곳에선 샬렁스(Chalands)를 타야 한다는 게 가이드의 주장이었다. 샬렁스는 지역 전통 거룻배다. 거룻배는 돛이 없는 작은 배를 뜻한다. 총면적이 490km2에 달하는 습지, 그러니까 노를 저어 다니려면 참 시간이 오래도 걸리겠지만 취재 중이니 최대한 웃으며 배에 오
DCIM* 폴더를 열었더니 내 지난 여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리 얼마 안 됐는데, 벌써 해외여행에 대한 추억이 아련하다. *DCIM은 ‘Digital Camera IMages’의 약자로 촬영한 이미지가 파일로 저장되는 메모리 카드의 기본 폴더명이다. ●냉동 사진 해동하기 며칠 전. 망각 속으로 숨어 버린 내 지난 여행이 문득 궁금해졌다. 선풍기 앞에 누워 수박을 먹다 갑자기 팽개치고, 모든 디지털 디바이스들을 가져왔다. ‘이 또한 지나가려니~’ 하고 애써 가라앉혔던 조바심은 6월을 시점으로 요동치고 있던 참이었다. 빠
여행이 달라졌다. 전염병에서 기후재난까지, 그 원인과 대안을 모색하는 곳마다에 공통의 키워드 ‘생태’가 있다. 생태관광에 실린 오해와 선입견에 대해 가감 없이 말해 줄 전문가, 박종석 센터장을 만났다. 그가 몸담은 전라북도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와 함께 전북 12개 시도 생태관광지 여행도 함께 시작한다. 생태관광은 특별한 여행이 아니라 서로 교감하고 교류하는 가장 편안한 여행이다코로나19 이후 생태관광의 중요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감하는가? 전북의 경우 확실히 올해 생태관광의 문의와 수요가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지구적 문제인 코로나
사실 이 모든 글과 사진에 앞서 그의 영상 한 편을 보여 주고 싶다. 이를테면 이런 사람이라면 좋겠다. 눈을 떼지 못하는 화려함보단 그저 잔잔하게 흘러감이 자연스러운 사람. 그럼에도 방향성이 확고한 사람. 가끔 기꺼이 길을 헤맬 줄 아는 사람. 그것이 다시 잘 돌아오는 길임을 아는 사람. 그런 이라면 이 영상을 틀림없이 맘에 들어 할 것이다.감송필름의 영상은 한마디로 한 편의 영화 같다. 색감이나 분위기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스토리가 있다는 면에서 그렇다. 뮤직비디오에도, 일상을 찍은 작은 브이로그 하나에도 감송필름의 색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