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 있어도 오늘 중에 벨기에로 이동해야 했다. 유럽 남부에서의 휴가를 마치고 뮌헨에 가서 적당한 시간대의 기차를 찾기 시작했다. 마침 딱 맞는 시간대의 열차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소지하고 있던 인터레일패스를 쓸 경우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독일의 고속철 ICE였다. 만만치 않은 추가 요금까지 물어가며 탈 생각도 없었지만, 환전해 놓은 마르크화(유로화 사용 전이었다)도 없었다. 그러나 시계 초침은 째깍째깍 흐르고, 이것마저 놓치면 어디에선가 1박을 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플랫폼에 서 있는 열차는
침대가 불에 타고 있다. 거실에는 저마다 사연이 가득한 사람들이 소파를 꿰차고 앉아 각자의 이야기를 쏟아 낸다. 정작 내가 찾고 있는 사람은 연락이 닿질 않는다. 그가 있어야 이 엉망진창인 상황이 해결될 텐데. 이러니 신경쇠약에 안 걸릴 수가 있나. 주인공 페파는 연인이었던 이반에게 전화 메시지로 이별을 통보받았다. 하고 싶은 말이 남았던 페파가 열심히 그의 소식을 수소문하는 동안 그녀의 아파트에 테러리스트와 사귀었던 친구, 집을 구하러 온 청년과 그의 여자친구, 심지어는 이반의 부인(이반은 유부남이었다)까지 들이닥쳐 복닥복닥 소란
9월에 개봉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라는 다큐멘터리를 뒤늦게 봤습니다. 침공이라고는 하지만 외계인이 나오거나 총성이 울리는 다큐멘터리는 아닙니다. 미국에 없는 외국의 장점을 따와 사회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마이클 무어식 벤치마킹이 골자입니다. 감독 특유의 날선 비판과 재치는 재미나지만 그의 고민 상당수가 우리나라와도 상통하기 때문에 마냥 편하지는 않습니다. 프랑스에서 훔쳐 와야 할 사례로 소개한 학교 급식을 볼까요? 프랑스 시골 공립초등학교의 급식은 고급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습니다. 식판이 아니라 사기그릇에 3~4
2016년도 이달로 마지막, 의 라운드 테이블도 이달로 마지막이다. 서로의 산타클로스가 되어 선물을 주고받는 달, 12월. 그래서 마지막으로, 선물에 대한 수다를 떨었다.정리 취재부 소소한 선물의 기쁨 고- 평소 여행지에 가서 선물을 자주 사는 편인지?김- 내가 알아서 사진 않고, 가족들이 뭘 사 오라고 시키면 사 간다. 얼마 전에 일본에 갔는데 딸내미(김 부장의 딸은 중학생이다)가 ‘시세이도 퍼펙트휩 폼클렌저’를 사오래서 20개를 사다 줬다.all- 20개씩이나 필요한가?손- 그거 조금만 써도 거품이 많이 나서
다시 찾아온 스키의 계절. 새하얀 설원을 멋들어지게 누비리라 싶지만마음만 앞선 짱짱한 호기는 곤란하다.짜릿한 쾌감과 끔찍한 부상은 생각보다 매우 절친한 사이다.나 자신을 알라스키장에서 흔히 자신의 실력보다 더 높은 난이도의 코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아찔하게 위험했던 순간보다 가파른 슬로프를 잘 타고 내려왔다는 성취욕이 더욱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을 간과한 자만과 과시욕은 부상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 스키강습도 제대로 받지 않은 채 동료들을 따라 무작정 상급자 코스에 오르는 것은 절대
‘최선을 기대하되 최악에 대비하라(Hope for the Best and Prepare for the Worst)’는 서양 속담이 있다. 무조건적 낙관주의를 경계하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하는 ‘합리적인 낙관주의’를 강조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최악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예측하고 그에 대비하는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컨틴전시 플랜’이라고 한다. ‘컨틴전시 플랜’은 경영자가 미래에 발생하리라 예측하는데 어려움이 있거나 예측을 했다 하더라도 짧은 기간 동안 회복하는 것이 어려운 우발적인 상황이 닥쳤을 때, 이를 대비하려는 방안을 마
아끼는 친구가 이 밴드의 음악은 “하나의 세상이야”라는 말과 함께 ‘시규어 로스(Sigur Ros)’의 뮤직비디오를 공유해 줬다. 고요하고 숭고했다. 평화롭고 따뜻했다. 심연에서 아지랑이가 꼬물대는 듯 했고, 따뜻한 공기를 품은 안개가 저 멀리서 밀려오는 듯 먹먹함도 밀려왔다. 시규어 로스의 존재조차 모르던 나는 몽환적인 음악과, 그에 부합하는 영상들을 보며 그들의 출신성분이 궁금해졌다. 그들은 아이슬란드 사람이다. 그 춥고 척박한 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이렇게 따뜻한 음악을 만들다니 의외다. 이름만 들어도 옷깃을 여미게 되는
단골집과 나의 관계는 어쩌면 남녀관계와 비슷하다.진정한 단골이라 생각했건만, 정작 그 집에선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흔히 가는 집이라 생각했건만, 뜻밖에 그 집에선 내가 특별한 존재이기도 한.단골인 듯 아닌 듯 밀당 고수들의 ‘썸’ 이야기를 풀어 봤다. 정리 취재부 나만의 단골 기준은? 정- 단골집이라 하면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오래된 식당부터 떠오른다.예- 난 반대의 경우다. 오래된 곳은 이미 단골손님들이 많아서 오히려 단골이 되기가 어렵다. 그래서 잘 알려지지 않는 새로운 가게를 단골집으로 개척하는 편이다. 작년에 동
타고나길 손발이 찬데다 유달리 추위를 많이 타면서도 어쩌다 보니 긴 여행은 모조리 겨울에 떠났다. 날 따신 봄이면 굳이 어딜 떠날 것도 없이 서울이 좋았고 여름에는 끝도 없이 게을러져 에어컨 돌아가는 작업실이 제일 편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을이 오면 어딘가로 갈 계획을 세우다가 겨울이 되어서야 겨우 비행기를 탔다. 몇년 전 뉴욕에 갈 때에도 그랬다. J는 여행계획서를 H와 나에게 내밀었다. A4 2장으로 깔끔하게 출력한 것이었다. ‘연말 뉴욕여행 확정 안내’라는 제목이 있었고 부제로 ‘인생 뭐 있나?내일이 없는 여자들처럼 놀아 봅
즐겁게 마무리했던 아이슬란드 여행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어느 날. 현지 렌터카 회사로부터 온 우편물을 본 나는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차위반 딱지였던 것이다. 벌금이 부과됐고 그 금액만큼 내 계좌에서 인출했다는 ‘통보’였다. 어디서 어떻게 위반했다는 건지 내용도 없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빈 땅이 넘쳐나는 아이슬란드에서 주차위반이라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의심가는 곳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이메일로 문의했더니 자기네도 내역은 모른다는 답변이었다.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가 있냐며 몇 차례 항의성 메일이 오간 끝에
48분 03초, 나의 첫 10km 마라톤 기록이다. 초여름이었음에도 그날은 상당히 더웠다. 더웠지만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재미있었다. 달리기 그 자체를 즐겼으니까. 내가 본격적으로 러닝을 시작한 것은 7년 전, 군생활 때이다. 매일같이 반복된 장거리 달리기는 내게 고통이었다. 몇 번의 좌절과 허탈감 끝에 ‘이대로는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아침저녁으로 운동장을 뛰기 시작했다. 비가 오는 날엔 비를 맞으면서, 감기에 걸렸을 때에도, 휴가 나갔을 때에도 매일같이 달렸다. 어느 순간 아침 뜀걸음도, 체력장도 더 이상 힘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는 것이 목표였다. 뭐든 성인이 되는 것이 급해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영화로울 것 없는 날들, 어제보단 내일에 기대가 높았기 때문이겠다. 그런데 말이다, 서른 고개를 앞두고 나니 한 번도 미련 둔 적이 없었던 어제들이 아쉬워지는 것은 왜인가. 이것저것 해보지 못한 것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생기로울 수 있는 날이었다는 생각이 번뜩번뜩 스치는 것이다. 마리아가 지금 번뇌에 빠진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녀에겐 심지어 영화로웠던 시절까지 있었다. 젊은 시절 연극
누가 만들었는지 내비게이션은 참 신통방통한 물건입니다. 내비게이션의 등장으로 지도와 이정표에 의지하던 자동차 여행은 혁명에 가까울 정도로 변화했습니다. 초행길 여행도 어렵지 않게 됐고 렌터카가 제주여행의 필수품이 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기능도 계속 업그레이드돼서 이제는 미로처럼 얽힌 베니스나 뉴욕의 뒷골목 맛집도 척척 찾아갈 수 있습니다. 쓸모가 많으니 이용이 잦고 자주 쓰니 점점 의지하게 됩니다. 얼마 전 망리단 길이라는 별칭까지 생긴 망원동에 마실을 다녀왔습니다. 오래된 동네의 골목은 복잡했지만 내비게이션 덕에 망원시장을 찾는
탄력적인 바디를 꿈꾸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건만 몇 달이 지난 지금도 제자리걸음인 것 같다. 남 얘기 같지 않다면 주목하시길. 효과가 안 나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도움말·자료제공 힘찬병원 에디터 트래비 웨이트 트레이닝은 각 신체 부위를 단련시키는 효과적인 운동이다. 체중 조절 효과는 물론 근육을 예쁘게 발달시킬 수 있어 요즘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인기다. 그러나 올바른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사실! 정확한 동작을 유지해야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 웨이팅 트레이닝시 피해야 할 4가지 ① 빠
호텔 침대의 푹신한 베개에 파묻혀 머리는 산발이 되어 널브러져 자고 있는데 누군가 발목을 잡고 조심스레 흔들어 깨운다. 고개를 들자 눈에 마주친 것은 환한 미소가 가득한 호텔의 웨이터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편히 주무셨습니까? 어제 부탁하신 6시 모닝커피를 준비했습니다.” 룸 서비스의 웨이터는 자연스럽고 정중한 자세로 TV에서만 보던 은도금 쟁반에 커피 포트를 멋지게 들고 와서는 사이드 테이블에 노리다케 커피잔을 올리고 향기가 가득한 커피를 따른다. 마치 성공한 인생이 찾아온 듯한 짜릿함과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그 동안의 칼럼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경쟁으로 인한 항공권 가격의 하락이 항공사의 네트워크 다양화, 전략적 RM(Revenue Management) 운영, 부대수입의 증가 등을 야기했다고 정리해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은 이미 한국 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며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항공사의 노쇼 페널티제도 운영이나 GDS상의 공시운임 판매분 증가 등의 모습은 한국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RM이 가동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항공사들의 변화는 협력사인 여행사에게 어떤 메세
현재 많은 항공사들이 수하물, 마일리지, 호텔, 렌터카 등을 통한 부대수입 창출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항공 전문 조사기관(Idea Works)에 따르면, 전 세계 항공사 총 매출액에 있어 부대수입이 차지하는 평균적인 비중이 2010년 4.8%에서 2015년 7.8%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내며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LCC만이 이러한 부대수입 증가에 역점을 두었다면 근래 들어서는 유나이티드항공이나 루프트한자와 같은 북미 및 유럽의 FSC들도 부대수입 증대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2015년
우리는 살면서 기대 이상의 서비스를 받으며 감동을 느낄 때가 있다. 특히 여행을 할 때는 이런 감동의 순간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숙식을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색다른 경험을 하다보면 감동의 순간도 많이 접하게 된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여행업계는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시(Joshie)라는 이름의 기린인형 이야기는 여행업계에 잘 알려진 감동적인 일화다. 몇 년 전 한 부부는 두 아이를 데리고 미국 플로리다의 한 호텔 리조트로 여행을 갔고, 여행
이치고 이치에いちご いちえ인생에 단 한번 밖에 없는 소중한 인연을 뜻하는 일본어다. 지난 37년의 기록을 열심히 뒤적여 봤다. 한 사람이 떠오른다. 미래에 또 다른 이치고 이치에를 만날 수도 있지만, 그 사람에게는 내가 이치고 이치에가 아닐 수도 있고, 한 때 그와 보낸 시간은 지금도 나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정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냉정과 열정사이'(이하 냉.열)의 주인공 쥰세이처럼 잘 생겼지만, 아오이처럼 차분하고 침착했고, 반면 나는 쥰세이처럼 쉽게 흥분하고 가라앉고 늘 충동적이고 뜨거웠다. 과거, 현
연초에 우리는 종종 신년운세를 본다. 그것을 꼭 맹신하진 않더라도 좋은 내용이 있으면 믿고 싶고 나쁘다고 하는 것은 괜히 피하고 싶어진다. 우스갯소리지만, 지인 중에 물을 조심하라는 말 때문에 여름 휴가에서 해변 휴양지는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었다. 다른 산업분야에서도 그러하겠지만 특히 항공 산업의 경우 수요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그 여파는 실로 막대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와 같은 재화는 예측한 수요보다 적게 팔리면 나중에라도 가격을 낮춰 팔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항공사에 있어 좌석이란 일단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