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여든 둘. 제주 바다에 발을 적시니,또다시 마음에 젊음이 깃든다.●귀족이 된 아침“엄마, 백신 접종 완료 기념으로 제주도에 다녀올까요?” 큰 딸의 제안에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다리 못 쓰면 가고 싶어도 못 가요.” 나보다 더 망설이던 남편과 함께, 등 떠밀리듯 도착한 김포공항. 6월 중순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50분간의 탑승시간. 그래도 비행기 타는 기분은 예나 다름없이 설렘이다. 고단하게 묶여 있던 일상을 풀어 버리니, 흰 구름 뒤로 낯선 해방감이 흐른다. 제주 앞바다가 손짓한다. 엄두가 안
울산은 올해 벚꽃이 가장 일찍 개화한 도시 중 하나다. 절정의 시기를 보낸 울산의 벚꽃 명소에는 이제 꽃비가 흩날리고 있다. 꽃비 맞으며 꽃잎 밟으며, 울산의 벚꽃 명소를 걷는다.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는 벚꽃나무는 농익은 봄을 알린다. ●100년 수령의 벚나무작천정작천정 벚꽃길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울산의 으뜸 벚꽃 명소다. 벚나무 300여 그루가 식재된 작천정 벚꽃길은 약 1km. 짧다면 짧은 길이지만 이곳의 벚나무는 특별하다. 작천정 벚나무의 수령은 100년 안팎에 달한다. 수십 년 혹은 수 년 된 벚나무와는 크기부터 다르다.
내 생애 가장 높은 일주일 오르기 전까지 상상하고,내려와서는 수십 번 새기고, 살아가면서 수백 번 떠오르는 곳. 안나푸르나에서의 일주일은 그렇게 아로새겨졌다.전초기지, 포카라포카라(Pokhara)는 네팔 제2의 도시다.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선 이집트의 ‘다합’과 파키스탄의 ‘훈자’와 더불어 세계 3대 블랙홀로 잘 알려진 곳. 도무지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어 붙은 별명이다. 네팔어로 호수를 뜻하는 ‘포카리’에서 유래된 지명처럼 도심 서쪽에는 만년설이 녹아 만들어진 페와 호수(Fewa Lake)가 자리한다. 도심 북쪽으로는 세계
세상 천지에 좋은 사람만 사는 것은 아니다. 하인리 힘러(Heinrich Himmler, 나치의 SS친위대장) 같은 인종차별주의자도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 같은 전쟁광도 있게 마련이다. ●이집트 뮤지움 빌런, 뮤지움 뮤지움 이집트에선 ‘이브라힘’이라는 꽤 근사한 이름을 가진 가이드를 만났다. 아침이고 늦은 밤이고 그는 언제나 웃었다. 처음엔 그 웃음이 고대문명의 후손들이 가난한 동양인 여행작가를 환대하는 최고의 표시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아이구, 이 멀리까지 호구를 보내 줘서 반가워요’라는 뜻이었다.이브라힘은 과
80년 가옥의 순간들화가의 비망록화가 박노수가 걸어온 길을 사진가 조선희가 담았다. 화가가 40여 년을 거주했던 이층집 구석구석에서 포착한 순간들이다. 청아한 색채가 돋보이는 화가의 작품들은 긴 여운을 남긴다. 서울시 문화재자료 1호로 등록된 건축물을 감상한 후, 바깥의 정원을 따라 걷다 보면 서촌 풍경이 한눈에 펼쳐지는 동산이 나온다. 80여 년의 시간을 간직한 가옥에서 생각의 우물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박노수미술관│8월28일까지, 화~일요일 10:00~18:00(월요일 휴관)│성인 3,000원그림 속 향기를 찾아서카유보트,
브루나이(Brunei Darussalam)는 브루나이-무아라(Brunei-Muara), 투통(Tutong), 벨라잇(Belait), 템부롱(Temburong) 4개의 주로 나뉜다. 많이 알려진 관광지는 대부분 수도 반다르 스리 브가완(Bandar Seri Begawan)이 있는 무아라 지역에 몰려있다.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어 여행이 어렵지만, 향후 브루나이를 여행할 때 무아라 지역만 보고 간다면 한국에 와서 서울 일부만 둘러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브루나이 각 지역은 아름다운 자연과 특색있는 아름다움을 품고
매화와 산수유는 벚꽃보다 앞서 봄을 알리는 대표 꽃나무다. 남쪽에 매화와 산수유가 지고 벚꽃이 한창인 지금, 수도권은 비로소 매화와 산수유로 시작하는 봄을 맞이하고 있다. 서울 봉은사의 홍매화는 3월 중순 만개했고, 창덕궁의 홍매화와 청계천의 매화는 4월 초에 절정을 맞이할 전망이다. 서울 고궁에 드문드문 자라난 산수유는 매화보다 일찍 펴 토실토실 살이 올랐다. 구례 산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천과 양평의 산수유마을은 서울보다 조금 늦은 봄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 산수유는 4월 초, 절정을 뽐내기 위해 단장 중이다. 오늘 내일 잴
제주도의 봄은 유채꽃으로 시작해 유채꽃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봄 내내 섬을 노란 물결로 물들이는 유채꽃의 향연은 마음도 노랗게 물들인다. 이 봄, 노란 빛깔에 파묻혀 지내기 좋은 꽃밭들을 모았다. 물론 입장은 모두 무료다.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유채꽃밭성산포 JC 공원 성산일출봉이 바라보이는 내수면의 넓은 공터에 조성된 유채꽃밭이다. 원래 이 주변엔 유료 꽃밭들이 많았는데 하나, 둘 사라지더니 어느새 공공 유채꽃밭이 문을 열었다. 혹시라도 옛 기억에 당연히 돈을 내야겠지, 하고 그냥 지나쳐간다면 손해 보는 일이다. 주차
여행은 어떠한 형태여도 괜찮다.가족과 연인, 친구는 물론혼자 떠나도 즐거운 게 여행이다.이번 봄은 푸른 바다와 벚꽃,다채로운 음식이 기다리는 부산은 어떨까.만원 한 장으로 즐기는 고독한 미식은 덤이다.다양한 여행이 있지만, 혼행(혼자 여행하기)만큼 여유롭고 자기 자신을 위한 여행이 있을까. 국내에 각양각색의 여행지가 있지만 혼자여도 지루하지 않고 바쁘게, 또 자연까지 더해진 여행지가 부산이다. 게다가 부산은 이번 봄에도 예쁠 예정이다. 찰랑이는 푸른빛 바다와 하늘하늘 흔들리는 벚꽃을 충분히 보고, 고독한 미식가로 빙의해 다채로운 맛
부산 사람들은 해운대에 가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어디에 가서 시간을 보낼까? 궁금증도 해결할 겸 부산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다녀왔다. ●영도 흰여울문화마을과 카페 피라 지금 부산에서 가장 핫한 곳 중 하나는 영도다. 전망 좋은 호텔이나 가성비 좋은 숙소, 카페와 레스토랑이 들어서면서 MZ 세대들이 모여들고 있다. 영도에서 각광받고 있는 곳 중 하나는 낡은 집들을 개조한 카페와 숍들이 산자락을 따라 늘어선 ‘흰여울문화마을’이다. 아래쪽 해안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계단들을 오르다 보면 개성 있는
차가운 공기가 가고 따스함이 그 자리를 채운다.이러한 봄에는 어디라도 걷고 싶어진다.다양한 풍경길을 찾는다면 부산으로 향하자.도시, 바다, 사찰 등 다 준비돼 있으니 말이다.●벚꽃 필 때면온천천 시민공원부산의 온천천, 여행자에겐 그리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그렇지만 봄, 특히 벚꽃이 필 때면 방문할 가치가 충분한 여행지가 된다. 온천천은 동래구와 금정구, 연제구 3개 자치구를 관통하며 흐르는 데, 천을 따라 산책로와 시민공원이 잘 갖춰져 있다. 3월 말부터는 온천천 양 옆으로 벚꽃길이 쫙 펼쳐지는데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선
봄의 여신은 역시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벚꽃이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벚꽃을 만나고 싶다면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부터 알아보자.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벚꽃이 개화한다니 조금 서둘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고전적인 명소부터 새롭게 떠오르는 핫플까지, 놓칠 수 없는 제주의 벚꽃 나들이 장소들을 모두 모았다. ●제주 벚꽃은 여기가 으뜸이지!제주대학교 진입로제주도에서 손꼽히는 제주시 최고의 벚꽃 나들이 명소다. 제주대학교 사거리부터 1km 남짓 이어진 도로 변에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다. 벚꽃이 활짝 피어날 시기면 도로는 말 그
사람들이 북적이는 관광 명소 말고, 진짜 로컬들이 다니는 산책 코스를 찾는다면 제주 구도심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가볍게 오르기 좋은 사라봉과 여러 명소가 자리한 사라봉공원이 제격이다. ●항일 의병과 의녀 김만덕이 잠든 곳모충사 사라봉공원 입구에는 조선 말기에 투쟁했던 항일 의병과 독립투사, 의녀 김만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모충사가 있다. 이곳은 의미 깊은 이유는 제주도민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만들었기 때문이다. 1976년 당시 제주도민 17만 명이 함께 뜻을 모아 모충사를 건립했다고 한다. 2001년 만든 제주시 타임캡슐도 이곳
천오백 년 전 백제의 수도였던 충남 부여에 다녀왔다. 주요 사적, 사찰, 산성 등은 이전 시대의 기품을 간직하고 있었고, 현대의 서점이나 편집숍도 오래된 정취를 품고 있었다. ●백제 무왕 때 만든 인공 연못궁남지부여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백제 무왕 때 만든 인공 연못 ‘궁남지’다. 현존하는 한국 최초의 인공 연못이라 전해지는 곳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백제 무왕 35년(AD634)에 궁의 남쪽에 못을 파 20여 리 밖에서 물을 끌어다 채우고, 주위에 버드나무를 심었으며, 못 가운데 섬을 만들어 선인이 사는 곳을 상징했다
인왕산은 봄의 산이다.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던 시절 인왕산은 멀리서 바라만 봐야 했던 그림에 불과 했다. 겸재 정선이 그린 인왕제색도의 실제 모델이지만 멀리서 바라만 봐야 했던 인왕산은 그 그림 보다 감동이 적었다. 일반인들이 맘 놓고 다니게 되면서 제일 먼저 인왕산을 즐겨 찾던 사람들은 산을 좋아하는 이른바 ‘산꾼’들이었다. 그들에 의해 인왕산의 매력이 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주말이면 손에 손 잡고 다니는 산책 코스가 됐다.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왕산의 매력을 사진으로 알렸다. 그렇게 현재에 이른 인왕산이 새로운 데이트 코
이바구길은 부산 동구의 골목을 잇는 도보 여행 코스로 과거와 현재가 한 공간에서 살아 숨 쉰다. ‘이바구’란 경상도 사투리로 ‘이야기’를 뜻하는데 길을 걷다 보면 이리저리 얽힌 골목을 따라 옛이야기가 굽이굽이 흘러든다. 여러 코스들 중에서 부산의 근현대사를 품은 초량 이바구길을 걸어보았다. ●추억과 역사를 품은 골목길 초량 이바구길은 부산역 건너편에서 출발한다. 흔적만 남은 옛 남선창고 터와 지금은 세련된 카페로 변모한 구 백제병원을 지나면 담장 갤러리에 닿는다. 좁은 골목 담장에 추억의 장면들을 사진과 그림 패널로 엮어 옛 향수를
아직도 논산이 젓갈만 있는 줄, 입양 통지서를 든 청년들만 있는 줄 안다면 이젠 여행 지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때이다. 논산 구석구석에서 찾아낸 독특하고 흥미로운 장소 네 곳, 그리고 맛집 한 곳. ●거대하고 심오한 은진미륵을 만나다관촉사관촉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석불을 모신 사찰이다. 논산 은진미륵이라 불리는 석조미륵보살입상은 높이가 18m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며 동양 최대의 석불로 꼽힌다. 또한 국보 제323호로 지정되어 있다. 고려 광종 18년에 혜명대사가 건립한 것으로 전해지는 은진미륵은 보통의 미륵불과는 다른 모습
드라마 의 촬영지인 강원도 고성 화진포 해수욕장. 이곳에 역사와 안보, 풍경을 두루 아우른 명소들이 모여 있다. 김일성 별장이라 불리던 화진포의 성과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과 이기붕 별장, 화진포 생태박물관까지. 그래서 “얼마면 되는데?” 뭐? 4개 명소를 둘러보는데 단돈 3,000원이라고? 통합 관람권 한 장이면 된단 말이지?! ●크리스마스 씰을 아시나요? 화진포의 성 김일성 별장 화진포 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산기슭에 있는 화진포의 성은 김일성 별장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언덕 위에 세워진 중세 유럽풍 건물이 울창한
먼저 소개부터. 나는 캐나다에 살고 직업은 PD다.이 편지에 요즘의 캐나다를 담아 전한다. ●꿩 대신 닭캐나다의 분위기는 이전과 다른 듯 다르지 않다. 2021년 11월29일, 2명의 오미크론 확진자가 오타와(Ottawa)에서 격리됐다는 뉴스가 떴다. 이후 한 달 정도가 흘렀고 여행을 계획할 당시, 오미크론은 여전히 사방으로 번져 가고 있었다. 문득 ‘온타리오주’를 넘는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 걱정됐다. 다행스럽게도(?) 퀘벡 정부의 규제 방침에 따르면 갤러리, 박물관, 동물원, 스키장 등 관광지와 야외 액티비티는 계속
노래를 틀었다. 그리고 여행을 떠났다. ●샌프란시스코에 놓고 온 것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내 마음을 두고 왔어요. 언덕 위 높은 곳에, 그것이 나를 불러요. 작은 케이블카가 별까지 반쯤 올라가는 곳이죠(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High on a hill, it calls to me. To be where little cable cars climb halfway to the stars).” 부드러운 선율의 피아노 연주와 잘 구운 와플 같은 ‘토니 베넷(Tony Bennett)’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