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포시 낀 물안개와 산에 앉은 구름 띠가 몽환적이다. 차분함은 노랗게 물든 나무와 희끄무레한 억새 몫이다. 마음껏 뛰노는 아이가 싱그러움마저 채우니 부러울 게 없다. ●자연으로 돌아간 아이들 곡성은 섬진강, 기차마을, 영화 의 촬영지로 유명하지만, 여전히 숨어 있는 선물이 많은 곳이다. GKL사회공헌재단의 꿈희망여행은 곡성에서 ‘안개마을’이라는 보물을 캤다.안개마을은 목동 1~3구와 뇌연, 뇌죽, 고달, 수월리 7곳이 모인 연합 마을이다. 꿈희망여행 목적지로 2018년에 합류해 3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이야기를 쌓았
누가 말했다. 행복해지려면 노력해야 한다고. 노력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다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들과 행복을 그리기 위해 개실마을 꽃길을 걸었다. 꽃이 피면 아름다운 마을. 여기까지 오느라, 당신 참 애썼다.●개실마을, 참 정겹다남의 집에 가는 게 처음이 아니면서도 활짝 열려 있는 대문은 낯설다. 그냥 이렇게 들어가도 되나. “계세요?” 뒤에서 황당한 말이 들린다. “여긴 방이 2개인데 마음에 드는 방으로 드가시면 됩니더.” 개실마을 김민규 사무총장이다. ‘축구 꿈나무 집’ 할머니 집에는 두 칸짜리 한옥 별채가 있다. 손
바람이 더 강해지기 전에 길을 나섰다.생각을 비우고 이야기를 담았다.▶평화누리길 1코스, 염하강철책길DMZ 접경지역인 김포시, 고양시, 파주시, 연천군에 걸쳐져 있는 평화누리길은 총 12코스로 구성돼 있다. 김포시에 속한 1~3코스 중 1코스 염하강철책길을 걸었다. 거리│14km 소요시간│4시간 주요코스│대명항→김포함상공원→덕포진→쇄암리쉼터→원머루나루→김포CC→문수산성 남문 ●지도가 없어도 괜찮아 하루가 다르게 공기가 차가워지고 있었기에. 맘껏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종종 듣기만
3년 전 긴 여행에서 백령도는 첫 섬이었다. 낯설고 두려웠다. 실수와 아쉬움도 있었다. 그래서 더 다시 가고 싶은 것을 보면, 섬은 좋은 사람과 같다. 올근볼근하면서도 늘 애틋하고 가끔 그리워지는 것을 보면. ●다시 백령도로여객선 예매사이트인 ‘가보고싶은섬’의 서해 5도에 대한 50% 여객운임 지원프로그램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예년 같으면 진즉에 예산 소진으로 혜택을 받기 어려웠을 테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지난 10월 하순 백령도행 여객선은 빈자리가 눈에 띌 정도로 많았다. 좌석표의 번호를 무시하고 2층 객실 뒤편으로 가서 자리
숨 가쁜 걸음으로 나아가기에 바빴다면,잠시 멈춰 깊게 숨을 쉬어 보자.서울 도심 곳곳 퍼져 있는 한적한 숲을 모았다.넉넉한 나무 그늘은 덤이다.●머리 위에 드리운 초록안산자락길 메타세쿼이아 숲길#메타세쿼이아 #힐링 #도심속숲길 #초록 #무장애숲길‘도심 속 숲’이라는 개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 도심에서 쉽게 닿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숲이 제대로 울창하다는 점에서 안산자락길이 그렇다. 독립문역 등 안산자락길에 오를 수 있는 길은 다양하지만 그중 메타세쿼이아 숲길로 곧장 진입하려면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근처에서 출발하는 편이 유리
구불구불 자라는 왕버드나무처럼, 군산 호수의 지난 운명도 평탄치 않았다. 45년의 봉인을 풀고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원시림과 습지를 살피기 위해 오늘도 구불길에 동행하는 이들이 있다. 군산 호수 에코라운드 군산 호수와 청암산에는 총 18개의 습지군락과 산림군락이 있다. 수변로(13.8km), 청암산 등산로(8km), 구불4길(7.18km) 등 트레킹 코스가 잘 조성되어 있다. 총 486종의 습지 식생 및 야생 동물이 서식하는 지역이니, 상세하게 설명해 줄 에코 매니저와 함께 걸으면 더 풍요롭다. 주소: 전라북도 군산시 옥산면 옥산리
물이 길게 흐르는 장수(長水). 그 물의 뿌리를 찾아 은어처럼 거슬러 올라갔다.금강의 시발점인 뜬봉샘과 수분마을. 물의 운명이 나뉘는 곳이다. 은어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사람들이다. 그중에서도 금강을 거슬러 올라간 이들이 도착한 곳은 장수 신무산(神舞山, 해발 897m) 8부 능선의 뜬봉샘이었다. 1,000리 금강이 이곳에서 발원한다. 이 물을 처음 맞이하는 물뿌랭이 마을이 장수군 장수읍 수분(水分)마을이다. 지대가 높아지고 길이 좁아졌다. 장수읍을 출발해 남쪽으로 수분재를 넘는 도로 양쪽에 통째로 잘 여문
“살 빠져서 가시면 안 됩니다, 아셨죠?” 조건 없이 푹 쉬고, 양껏 먹고, 한껏 즐기시라는 마을 사람들의 말. 그 유쾌한 명령에 9팀의 가족들은 흔쾌히 순응했다. 더하고 뺄 것 없이 편안한 꿈희망여행이었다.●차조가 필 무렵 길가에 꽃 대신 차조가 피었다. 샛노란 빛깔의 차조가 알알이 맺혀 있는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익었다’ 대신 ‘피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가평 아홉마지기마을에서는 길에서 들풀보다 차조를 더 흔하게 볼 수 있다. 마을의 자랑이자 대표 특산품인 차조는 지금의 마을을 있게 해 준 귀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
탄다, 가을을. 그래서 오갈 데 없는 괴괴한 마음을 찰떡처럼 알아주는 그곳. 때마침 단풍도 절정이라지 않나. ●홰나무와 산 국내엔 꽤 다채로운 지명이 있다. 어감이며 뜻이 각각 그럴싸하다. 영광이니 진주, 영양은 뭔가 긍정적 단어를 연상시킨다. 아름다운 바다 여수(麗水)에, 빛이 올라오는 양양(襄陽), 기린 발굽을 닮았다는 인제(麟蹄) 등도 뜻이 상서롭다. 그런데 괴산(槐山)이라니. 덜덜덜. 뜻은 홰나무 산. 어쩐지 듣기에 터프한 이름이다. 인근의 옥천(沃川), 청주(淸州), 단양(丹陽) 등도 꽤 점잖은 이름이다. 국내 시군 명 중
어디를 둘러보아도 끝이 없다. 넘실대는 황금빛 파도를 눈대중으로 넘는다. 이다지도 광활하니 마음이 둥실둥실 높이 날 수밖에. 맞닿은 경계를 가늠하는 일은 따뜻하니 아득했다. ●하늘을 가르는 바람의 이름은 사랑한낮의 푸른 들판을 생각한다. 내 유년기의 기억은 바람결에 묻어나는 까칠한 풀 내음. 김제로 가는 기차 안에서 어린 날의 촉촉한 감각들을 상상했다. 김제역에서 벽골제마을까지는 차로 10분. 마을 어귀에 내리자 꿈희망여행의 특별한 시골 밥상이 한 상 가득 맞이한다.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마을 주민이 정성껏 차려 낸 한 끼다. 나물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섬 이름 죽도, 유인도만 따져도 9개나 된다. 그중 대나무 죽(竹) 자를 쓰지 않는 섬은 하나도 없다. 죽도란 이름 앞에 지역 명칭을 붙이는 이유도 각각을 구별하기 위해서다. 이번에는 홍성 죽도다. ●낚시를 못 해도 괜찮아죽도행 여객선은 대하축제로 유명한 홍성 남당항 우측, 길게 뻗은 방파제 끝에서 출발한다. 평일인데도 주차장은 차 한 대 세울 공간이 없을 만큼 빼곡했다. 대부분 낚시꾼들이 타고 온 차량이었다. 그중 일부는 차박을 작정했는지 인도까지 캠핑장비를 내놓고 있었다. 주차장 몇 바퀴를 배회하다 승선장
서울의 지하에는 지하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 문화, 예술, 자연들이 땅속 깊이 심어지고 있다. 서울의 땅 아래, 싹트고 있는 미래의 씨앗을 찾았다.●지하철에서 만나는 갤러리녹사평역 지하예술정원 #지하철갤러리 #정원이_있는_미술관 #미술관_같은_지하철 #아트투어 #녹사평역지하철에서 내렸을 뿐인데 숲을 만났다. 2019년 3월, 서울시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6호선, 녹사평역이 새롭게 태어났다. 녹사평역 지하 5개 층 전체에 걸쳐 공공미술 작품을 설치했다. 일상의 최전선에 있는 공간이 예술을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의 역할을 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