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거울을 들여다봤습니다. 언제 이렇게 변한 건지. 힘들고 바쁠 때는 하루가 참 더딘 것 같다가도, 시간은 결국 쏜살처럼 흘러갑니다. 문득 냉정하게 느껴집니다. 인생의 끝에서조차 돌아보면 빠른 것이 시간일 텐데, 멈추지 않겠죠. 2번의 마감만 더해 내면 2024년입니다. 저는 며칠 전 오스트리아에 다녀왔습니다. 각국에서 모인 여행기자들과 온종일 소란스럽게 논쟁하다 돌아왔습니다. 논쟁의 주제는 ‘종이’였습니다. 종이 잡지의 존폐. 독자님들은 이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스페인 매체에서 온 ‘그녀’의 말이
여행과 일상,그리고 여행이라는 ‘일’ 사이에서울고 웃는 에디터들의 뒷이야기 K-POP의 온도48도. 9월 초 카타르의 오후 2시 온도다. 33도. 새벽 4시, 카타르의 최저 온도다. 그러니까 지금 여기는 하루종일 둘 중 하나다. 덥거나, 아주 덥거나. 48도 속에 서 있으면 열댓 명이 나를 둘러싸고 성능이 매우 뛰어난 헤어드라이어를 가까이에 대고 가장 뜨거운 바람으로 구석구석 성실하게 말려 주는 느낌이다(제발 멈춰 줘!). 하지만 이보다 더 뜨거운 바람은 K-POP이었다. 사막 사파리 투어 중 드라이버가 라디오(QBS, 97.50M
여행과 일상,그리고 여행이라는 ‘일’ 사이에서울고 웃는 에디터들의 뒷이야기완벽한 여행‘중간만 가자’, 내가 부탁했다. ‘웃기시네’, 다리가 답했다. 이번 스위스 자전거 투어의 두 줄 요약. 따릉이만 타던 도시인에게 스위스의 대자연을 로드 바이크로 누빈다는 건, 사실 여행이기 전에 도전이었다. 기사는 늘 객관적 사실 아래 2%의 포장과 3%의 과장이 버무려진다. 그러나 이번엔 아니었다. 엄살도, 꾀병도 없이, 순도 100%의 체험기를 썼다. 대열에서 꼴찌를 도맡았고, 자꾸 헛도는 바퀴에 좌절했던 날들의 기록. 그래도 중요한 건, 해냈
결혼한 지 한 달이 된 친구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일본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답니다. 좋겠다고 답했더니, 그게 전부냐고 되묻습니다. 제가 이렇습니다. 어쨌든 그 친구가 제게 연락한 목적은 그전에 동창끼리 뭉쳐 근황이나 나누자는 것이었습니다. 고백합니다. INTP인 저는 모임 장소에 도착하기 전까지도 약속을 어떻게 회피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친구라는 게 막상 만나면 좋긴 한데, 또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괜히 푸근해진 서로의 외모만 품평하다가 신혼여행 이야기로 주제가 좁혀집니다. 이때부터 이 모임의 첫 번째 과녁판은 직업이 여행기자
상승장입니다. 안 오르는 게 없습니다. 다가올 2024년의 최저임금이 확정됐습니다. 9,860원, 올해의 최저임금(9,620원)보다 2.5%(240원) 높게 책정됐습니다. 월 환산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으로는 206만740원. 어쨌든 상승했습니다.우리나라 수위도 상승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예년 1년치 강수량의 절반 정도가 일주일 새 쏟아졌습니다. 수해로 입은 피해가 막심합니다. 수재민들께 심심한 위로를 건넵니다. 기록적인 폭우는 과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폭우가 과채를 짓무르게 하니, 온전한 과채값은 당연히 상승합
여행과 일상,그리고 여행이라는 ‘일’ 사이에서울고 웃는 에디터들의 뒷이야기보통은 없었다뭐든 적당하길 바랐다. 적당히 좋기를, 적당히 힘들기를, 또 적당히 특별하기를. 그게 아무리 생애 첫 스위스에서 인생 첫 사이클링 투어일지라도. 그러나 여행엔 언제나 평균이 있고, 그걸 한참 넘어서는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스포를 좀 하자면, 생모리츠의 산맥 한가운데서 낭떠러지 옆을 산악자전거로 내달렸고, 로카르노 도심 50km를 로드 바이크로 가로질렀다. 13.4km 동안 오르막만 이어지는 알파인 패스 구간도 완주했다. 매일 밤 안장통으로 말 못
여행과 일상,그리고 여행이라는 ‘일’ 사이에서울고 웃는 에디터들의 뒷이야기신이시여‘차라리 울면서 겨자를 먹고 싶다.’ 최근 온라인에서 보고 꽂힌 표현이다. 당면한 난관을 울며 겨자 먹기로 이겨 내는 게 아니라 ‘진짜로’ 먹고 퉁치고 싶다는 일종의 회피형(?) 해법이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섬너 비치에서 탁 트인 풍경을 찍으려던 찰나 카메라가 말을 듣지 않았다. 전원이 나갔다 들어왔다 오락가락하며 타이밍이 한 박자씩 어긋났다. 출장 일정을 모두 마친 뒤 자유시간이라 다행이지, 식은땀이 날 정도로 아찔했다. 그럼에도 절경을 제대로
휴가 계획들 세우셨나요. 저는 얼마 전에 다녀왔습니다. 아주 일부만 이야기하자면, 때는 휴가 출발 4일 전입니다. 동행인(아내)은 소파에 누워 면세 쇼핑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결제를 마치고 흡족한 얼굴로 다가와서는 여권을 저에게 건네는 겁니다. 평소라면 그냥 서랍에 집어넣었을 텐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확인해야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내의 여권을 펼쳐 보니 그럼 그렇지, 오늘이 여권 만료일입니다.정말 다행인 건 그 위대한 발견이 금요일 오전에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주말이 지나고 당장 월요일 새벽에 출발해야 하는 일정입니다. 곧
여행과 일상,그리고 여행이라는 ‘일’ 사이에서울고 웃는 에디터들의 뒷이야기올 굿?시드니 출장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다. ‘구다이 마이트’. 처음 이 문장을 들었을 땐 다이너마이트를 잘못 말한 줄 알았다. 도대체 영어이긴 한 건지. 알고 보니 ‘G’day, mate?의 호주 발음으로, 전형적인 호주식 인사였다. 메이트(mate)는 뭐랄까, 친구나 동료를 뜻하는 비격식적인 표현인데, 친절하고 유쾌한 호주인들 특유의 국민성이 배어 있는 단어다. 아예 국가 근간 정신도 메이트십(Mateship)으로 삼고 있단다. 좋다, 괜찮다는 뜻의
1년의 반, 시간 참 쏜살입니다. 올해 하반기에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이 있다고 합니다.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의 해수면이 평년 온도보다 섭씨 기준 0.5도 이상 높게 5개월 이상 지속하는 기후변동 현상을 뜻합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지구의 온도가 평균적으로 0.2도 정도 상승합니다. 그럼 ‘슈퍼 엘니뇨’는 무엇이냐. 해수면의 평년 온도보다 1.5도 이상 상승했을 때를 뜻합니다. 슈퍼 엘니뇨는 통상적인 엘니뇨와 조금 다른 경향을 보입니다. 강수량이 오히려 줄어들고, 기온 상승이 더욱 도드라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엘니뇨가
여행과 일상, 그리고 여행이라는 ‘일’ 사이에서 울고 웃는 에디터들의 뒷이야기사랑의 시작사랑이 당황스러운 이유는 언제나 예고 없이 등장해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기 때문이다. 요즘 일상이 흔들리고 있다. 평생 동물이라곤 오로지 펭귄 하나만 좋아하며 살아왔는데, 새로운 ‘최애’가 생겼다. 이번 호 뉴사우스웨일스주 기사를 읽은 독자님이라면 짐작하셨을지도. 바로 코알라다. 코알라 다큐멘터리, 본 적 있으신지? 아직이라면 넷플릭스 를 추천한다. 호주 마그네틱섬에 살며 다친 아기 코알라들을 구조하는 소녀 이지의 얘기인데,
영화 한 편 소개하겠습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작품, 입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 ‘메이슨’의 성장기를 담아낸 작품입니다. 메이슨과 출연 배우들은 1년에 한 번, 일주일씩 만나 하루 15분씩, 무려 12년에 걸쳐 촬영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촬영 시작 당시 6살이었던 메이슨은 18살이 돼서야 이 영화를 완성케 됩니다. 영화 내용은 평범한 사람이 평범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가끔 삶이 그야말로 영화 같은 장면들로 채워질 거란 환상을 갖지만, 글쎄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시간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