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쯤 되면 그 살아온 생이 얼굴에 담긴다고 하던가. 선명치는 않으나, 우리는 어렴풋하게나마 첫인상으로 타인의 취향을 짐작할 수 있다. ‘타카시나 가쿠’씨를 만난 모두는 하나같이 온화한 얼굴이 ‘마음의 평화’를 준다고 말했다. 아마도 그가 벗으로 둔 케언스의 푸른 바다 덕일 게다. 아니나 다를까. 크루즈 ‘선러버호’를 홍보하는 그의 목소리는 과하지 않았으며, 좋은 여행지는 그저 자연스레 알려진다는 게 이 중용의 신사가 지닌 비즈니스 철학이었다. 가쿠씨는 첫 대면부터 신사다웠다. 약속시간보다 먼저 당도한 그는, 헐레벌떡 달려온 기자들
" 국외 여행자에게 공항은 필요악과도 같은 공간이다. 공항은 목적지에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긴 하지만, 귀찮은 절차와 지루한 기다림이 교차하는 곳이기도 하다. 환전에 휴대폰 로밍, 탑승 수속, 보안 검색, 출국 심사로 이어지는 과정을 110미터 허들 경기의 주자가 된 기분으로 통과하고 나면 보딩 시간까지의 황량한 여유가 느닷없이 밀려온다. 스스로 흡연실에 유폐돼 기내에서 소진될 혈중 니코틴을 미리 꾸역꾸역 폐로 밀어 넣거나 딱히 살 물건도 없는데 면세점을 어슬렁거리며,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된 폐쇄 공간에서의 자유
요즘 란 영화가 인기이다. 이 영화가 인기 있는 이유는 잔인하게 사람들을 죽이는 자와 그를 기어코 잡고자하는 자 사이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숨막히게 구성한 연출력과 뛰어난 연기력 때문일 것이다.‘ 추격’이란 사전적 의미는 뒤쫓아 가며 공격한다는 뜻인데 이 영화의 주인공인 전직 형사가 영화 내내 보여 주고 있는 것은 일종의‘집착’이다. 주인공이 범인에게 집착하게 되었던 것은 영화 초반에서는 돈 때문이었다가 영화 중반에 이르러서는 그 집착의 이유가 돈에서 생명으로 바뀌고 종국에 살인마에게 여자가 잔인하게 살해되면서 목적 상실
" 기억 여섯 봄비가 내리더니만… 2006. 4.21하늘도 파랗고 햇살도 따스하다. 점심을 먹고 쏟아지는 봄볕을 즐기며 발걸음을 옮겨 본다. 숭례문 앞 공원이 평소와 다르다 했더니만, 간밤에 내린 봄비를 맞고 어느새 파릇파릇 잔디가 돋아났다. 다음 주면 가족들과 연인들로 잔디밭이 가득 차겠지. 계절은 돌고 돌아 잔디 싹이 오르는 봄이 오고 있다. 이렇게 파릇파릇 잔디 싹이 돋아나기를 몇 번 반복하고 나면 새로운 숭례문이 번듯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시 설 것이다. 서울을 찾는 여행자에게 숭례문은 우리가 기대하며 떠나는 로마의 콜로세
지난 봄부터 ‘하얼빈에서 온 편지’로 잔잔한 감흥을 전해 준 바 있는 Travie writer 서동철 기자가 지난 9월 하얼빈에서 다롄으로 거처를 옮기고 다시 ‘다롄에서 온 편지’를 보내 옵니다. 이번 호부터 다시 격주로 연재될 그의 편지로 오래도록 떠나고 싶지만 나서지 못하는 여행 갈증을 달래 보시기 바랍니다. 음력 12월30일, 우리의 구정에 해당하는 중국의 최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춘절이 시작됐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 춘절은 정말 외로운 시기다. 알고 지내던 한국 친구들은 구정을 맞아 삼삼오오 짐을 싸들고 집으로 돌아
학생들의 졸업사진을 보면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 안경을 낀 학생 수가 안경을 끼지 않은 학생 수보다 월등히 많아졌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학생들의 안경 착용이 눈에 띈다. 최근에는 해병대에도 안경을 낀 병사들이 많아져 "안경 쓰고도 귀신 잡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현대사회에 들어 TV나 모니터로 인해 시각정보에 의존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눈은 다른 감각기관에 비해 월등히 혹사당하고 있다. 먼 산 한번 쳐다볼 겨를도 없어 눈은 항상 피로에 찌들어 있다. 결명자(決明子)는 이름 그대로 눈을 맑게 한다는 의미를 지녔다
탈모 예방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방법들을 강구하고 있지만 몇 가지 피해야 할 기호품은 피하고 체질에 따라 맞는 음식들을 선별해 먹음으로써 눈에 보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술과 담배, 탄산음료는 모발의 3대 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남성 탈모증이 나타나는 경우 대부분이 술을 즐겨 마시고 담배를 많이 피우며 탄산음료를 즐기고 밤새워 놀기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염분, 향신료, 당분, 커피 등을 과용하면 장기에 부담을 주고 혈액순환을 나쁘게 하여 빈혈을 일으키고 이로 인하여 두피에 열기(
얕은 지식은 때론 독이 된다. 포도주 한잔을 놓고 어깨 너머로 들은 얘기들은 검증되지 않은 속설로 초보자를 현혹시킨다. 좀 안다 하는 이들조차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와인에 대한 가짜 속설들. 많이 마셔 보라는 말을 믿는다 무조건 많이 마신다고 와인을 알기는 어렵다. 프랑스, 이탈리아 사람들이 와인을 ‘학문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느냐 하면 천만의 말씀. 자기 지방에서 나는 일부 와인만 잘 알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한두 권의 텍스트를 잘 읽은 사람들이 더 낫다. 좋은 책을 구해 정독하고 마실 기회가 있으면 텍스트를 떠올리면서 내공
이십대의 서막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다. 제도권의 억압을 벗어던지고 어른으로 인정받은 순간부터 세상은 온통 하고 싶은 것투성이었다. 하지만 스물아홉, 영원할 것 같던 그 끝자락에 서 본 이들은 안다. 이제는 하고 싶은 것보다 ‘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앞서는 불안정한 시기라는 걸. 사랑도 이별도 일도 희망도 무엇 하나 허투로 해선 안 되는, 정말 그랬다가는 큰일 날 것 같은 그들은, 아하! ‘스물아홉 싱글’이라 불리던가. 글 박나리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오진민 스물아홉이 된 날부터 삶은 갑자기 끔찍해지기
" 연일 폭설이 계속되는 요즘, 깊어가는 겨울의 정점에서 트럼펫 연주자 한 명을 소개할까 한다. 이주한을 처음 알게된 건 이병우의 ‘야간비행’(2004년세종문화회관) 콘서트에서 였다. 여린 기타 선율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공연에서 나는 우연히 그룹 뮤직 도르프(Musikdorf)의 멤버 가운데 한 명에 주목했고, 그를 통해 트럼펫 연주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이주한이란 음악가는 이전까지만 해도 내겐그 저 스쳐가는 이름 가운데 하나였다. 영화 음악 연주자로도 유명했던 그는 등 그간 알게 모르
지난 봄부터 ‘하얼빈에서 온 편지’로 잔잔한 감흥을 전해 준 바 있는 Travie writer 서동철 기자가 지난 9월 하얼빈에서 다롄으로 거처를 옮기고 다시 ‘다롄에서 온 편지’를 보내 옵니다. 이번 호부터 다시 격주로 연재될 그의 편지로 오래도록 떠나고 싶지만 나서지 못하는 여행 갈증을 달래 보시기 바랍니다. ⓒ트래비중국에 오기 전 ‘중국통’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한껏 겁을 주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에 가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많이 겪게 될 거야.” 차라리 구체적으로 이런저런 것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해
생명보험 가입시 정신과 진료 기록이 있으면 무조건 문제가 있을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 굴지의 한 보험회사의 경우 원칙적으로 경증의 정신과 진료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보험 가입을 거절하거나 가입 중 보험계약을 해지하지 않으며 진료 의사 소견서를 기초로 보험 가입을 유도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 경증의 정신과 진료라고 하면 경증의 신경증, 불안 장애, 우울증을 포함하며 진단을 통해 치료를 받고 호전되었거나 사회적 적응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여기서 사회적 적응에 문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