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컨대 크루즈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낮에 기항지를 여행하고 잠자는 동안 이동하는 크루즈의 장점이 단점으로 보였다. 역사는 밤에 이뤄진다 했거늘 저녁이면 배에 올라야 하니 여행의 큰 즐거움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크루즈가 크다고 해도 고만고만할 거라는 선입견도 있었다. 수차례 크루즈 승선 기회가 있었지만 사양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도 사람도 경험해 보지 않으면 그 속을 모른다. 글과 사진으로만 접해 온 크루즈에 올랐다. 바다를 내려보며 온천을 즐기는 일본식 목욕탕 ‘이즈미’의 노천탕 1.“정장이 꼭 필요한가요?”
일본 사람들은 ‘하나미’라는 꽃놀이도 ‘유키 아카리’라는 눈의 축제도 불꽃놀이도 사케와 함께한다. 그들에게 사케는 인생 자체다. ‘좋은 사케’는 맛과 향기뿐만 아니라 마음과도 잘 맞는다. 사케 잔 위로 벚꽃 잎이 떨어진다. 꿈이다. 가장 일본적인 꿈. 북알프스에 둘러싸인 도야마 일본 열도의 가운데이자 혼슈의 북쪽, 동해와 접한 도야마는 인구 110만의 도시이지만 이름조차 낯설다. 이틀에 한 번 인천과 도야마 기토기토 공항을 잇는 아시아나 비행기가 오가지만 승객은 많지 않다. 한일 구간을 운항하는 비행기 중 승객수가 가장 적다는 얘기
아카사와의 편백나무 휴양림은 감동이었다. 전통 히노키 숲을 보존하기 위한 일본인들의 배려가 만들어 낸 최고의 삼림욕 코스였다. 목재를 나르던 협궤열차가 관광열차로 재활용되고 있다‘숲의 이데아’에 가다 아카사와 자연휴양림은 일본 천황가의 신사인 이세 신궁을 개보수 할 때 사용하는 히노키(편백나무)를 기르는 곳이다. 에도시대부터 조림을 해온 곳이라 수령이 오래된 나무가 많다. 나무에 우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삼나무에 비해 히노키는 더 단단하고 물에 강하고, 향기가 나서 병충해에 강하다. 흔히 말하는 피톤치드의 제왕이라서 삼림욕에
중국에서 왔고, 일본으로 갔으며, 미국을 거친 오키나와는 중국도 일본도 미국도 아닌 오키나와다. 단골 코스인 추라우미 수족관과 슈리성을 빼고 돌아보니 오키나와만의 독특한 매력이 한결 눈에 들어온다. 오키나와 집들의 지붕 위에는 시사가 앉아 있다. 마물을 쫓는다고 전해지는 시사는 집집마다 다른 모습이다 ●다채로운 시간 속을 거닐다오키나와 사람들은 스스로의 문화를 ‘찬푸르 문화’라 말한다. 여러 재료를 마구 섞어 볶은 오키나와의 전통 요리인 찬푸르에 빗댄 말이다. 찬푸르는 주재료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두부가 들어가면 ‘두부 찬푸르’,
일본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일본을 여행하지 않고는 한 해를 보내지 못할 정도로 들락거렸으니까. 그러나 호쿠리쿠北陸 지방을 여행하고 나서 일본을 안다고 했던 생각은 쥐구멍으로 숨어 버렸다. 다른 일본 유명 여행지에서는 만나지 못했던 소박하지만 특별한 맛, 호쿠리쿠는 그것을 선물해 줬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다와 계단식 논을 함께 볼 수 있는 센마이다 호쿠리쿠는 어디? 일본 47개 현 중 도야마, 이시카와, 후쿠이현이 호쿠리쿠에 속해 있다. 도야마는 일본 3대 명산인 다테야마가 있는 현으로, 삼면이 해발 3,000m급의 산들로 병풍
바야흐로 트레킹의 계절.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따라 폭신폭신한 흙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두 발을 담그고 피로를 풀 수 있는 족탕 온천이 나오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거닐 수 있는 해변이 나온다. 돌아오는 길, 몸도 마음도 올레의 매력에 푹 빠진 후였다. ● 올레길 걷기 전 알아두세요간세제주 조랑말 모양의 간세는 머리가 향하는 방향으로 걸으면 된다.리본 올레코스 길목, 나무 등에 매달아 놓은 리본을 보며 길을 잃지 않도록 한다.방향표식 표식이 가리키는 곳으로 걷자. 파란색은 정방향, 다홍색은 역방향이다. 걷고, 마시고, 담그고 우레시노
지하철과 버스, 기차를 타며 도쿄를 헤맸다. 골목골목이 궁금해서 하루 종일 무릎이 꺾이도록 걸었다. 여행이라기보다 일상에 가까웠던 도쿄 탐방 이야기. 도쿄에는 명동같은 번화가가 여럿이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언뜻, 그러나 자주 보아온 도쿄. 어쩐지 서울과 비슷한 느낌이라 쉽게 끌리진 않았던 도시. 하지만 계획 없이 찾아간 도쿄는 사뭇 낯선 풍경들을 보여줬다. 지하철 한 정거장마다 늘어선 번화가는 화려했고, 도심 벗어난 뒷골목에선 불쑥불쑥 소박한 동네의 일상을 마주쳤다. 도쿄의 시간은 빠르고 또 느렸다. 연령별로 즐기는 도쿄 3대 번화가
도쿄나 오사카가 혈기왕성한 젊은 일본이라면 규슈 사가현은 그 반대다. 화려함도 과장도 없다. 모든 것이 그저 자연스러운 포근한 할머니 품 같다. 사가에서 귀를 기울이면 들려온다. 웅웅대는 바닷바람에 도자기 풍경風磬소리에 옛 이야기가. 사가현에는 유서깊은 녹차 산지와 도자기 마을이 있다 ●가라쓰唐津나고야 옛 성터엔 거센 바람소리만사가佐賀현은 고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일본의 교류사를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지역이다. 일본인의 조상이 된 한반도 원시 인류는 이 지역에 처음 뿌리를 내렸고, 백제와 가야의 문명도 이곳으로 전해졌다
채색 목판화, ‘우키요에’의 강한 이미지로만 남아 있던 후지산이 시즈오카에 오니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근본적인 일본의 풍경이고, 예술적 영감의 보고인 후지산. ‘후지산의 나라, 시즈오카’는 허명이 아니다. 시미즈항에서 이즈반도의 도이항을 오가는 스루가만 페리를 타고 바라본 후지산 후지산 전망대, 스루가만 페리시즈오카현 시미즈항에 도착했다. 스루가만 너머 저 멀리에 후지산이 있다. 페리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후지산을 좀더 제대로 볼 수 있을까? 구름이 잔뜩 끼었어도 후지산이 저기 있다는 생각에 들떠 가슴이 두근거린다.이즈 반
일본 전역의 주요 음식점은 다 포진해 있는 오사카는 그야말로 자타공인 음식 강자다.먹다가 쓰러진다는 “구이다오레”로 요약되는 도시 오사카로 맛을 찾아 떠나 보자. 일본 여행은 만만하다. 짧은 비행시간은 바쁜 현대인이 놓칠 수 없는 장점이다. 내외국인 수요가 고르게 발달한 여행 선진국이라 여행하기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어디를 가더라도 숙소나 대중교통, 인포메이션 센터 등 여행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충실하게 마련돼 있고 여행자를 대하는 현지인의 자세도 여유롭다. 또 특유의 계절감이 살아 있어 겨울 설경을 벗 삼은 온천부터, 봄 벚꽃과
맛있는 음식만큼 남녀노소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도 드물다.짧은 시간 짬을 내 찾든 푹 쉬고 올 목적으로 떠나든 상관없다. 당신의 추억으로 남을 고베의 맛집들을 모았다. 글 Travie writer 김정은 사진 Travie photographer 김기현 취재협조 간사이 윈도우 www.kansai.gr.jp/kr 코스로 즐기는 고기 요리의 향연고베에 왔다면 절대 놓칠 수 있는 메뉴가 바로 고베규다. 일본은 물론 세계에서 놀랍도록 맛있다고 인정받은 특급 쇠고기 말이다. 귀한 고베규를 얻기 위해 사육 단계에서 들이는 까다로운 정성과 규제 역
일본 어디라고? 돗토리나 히로시마와 가깝다고 했을 때에야 그곳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었다.그렇게 낯설고 생소한 땅에 발을 디딘다. 300~400년 전 어디쯤을 서성이고 있는 듯한 오카야마로의 시간여행. 진회색 외벽과 금빛 장식이 특징인 오카야마성의 텐슈카쿠 에도시대로 걸어 들어가다오카야마岡山역에서 내려 시내를 가로지르는 노면전차에 올랐다. 전차는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다. 이제는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듯한 외관이며, 칠이 벗겨지고 손때 묻은 나무 좌석이 그러했다. 한 80년 전쯤의 서울, 아니 경성 거리를 오가던 전차를 떠올리